코너 몰린 김 전 총리 분위기 확 바꿀 '역전 카드' 꺼낸다부자후보 vs 서민후보 구도 양측 필승전략시정 전문가, 지지층 확보할 신 전략 가동정몽준, 김황식 대결은 친박 대 비박 대리전

김황식 서울시장 예비후보(오른쪽)와 선거캠프 관계자들
서울시장선거전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박원순 후보 김황식 후보 정몽준 후보의 행보와 선거전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박 후보를 제외한 두 후보는 공천을 확신하고 있다. 김 후보는 친박계의 지원으로 공천을 자신하는 분위기이고 정 후보는 자신이 새누리당을 대표해 출마한 후보라며 "내가 공천을 받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박 후보의 행보도 본격화하고 있다. 박 후보는 먼저 정 후보를 겨냥했다. 박 후보는 최근 공석에서 "서울시에 대해 정 후보에 물어보면 모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후보가 여권 후보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면서 김 후보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박 후보의 다음 타깃이 김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여권 후보 중 박 시장과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TV 토론회 등을 통해 드러난 내용을 바탕으로 "김 후보가 행정가로서의 진면목을 보이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심 받고도 침묵해야

11일 오후 서울 서대문문화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서대문구 공직선거후보 추천자 선출대회'에서 서울시장 경선 후보인 정몽준(왼쪽부터) 의원, 이혜훈 최고 위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세 후보와 이혜훈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오후 열린 첫 TV토론회에서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MBC 여의도 사옥에서 90분간 생방송으로 진행된 토론에서 후보들은 서로 상대방을 코너로 몰아넣으려는 날선 질문을 서슴없이 던졌다. 후보들은 외부인사 캠프 영입, 주식 백지신탁 문제,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번 서울시장선거의 관전포인트는 여야의 대결이 아니다 여-여 대결이다. 친박계와 비박계의 대결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김 후보와 정 후보의 대결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울시장선거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와 김무성을 중심으로 한 비박계의 대리전"이라고 규정한다.

문제는 김 후보가 스스로를 "박심을 받고 나왔다"고 속 시원히 말하기 힘든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청와대의 지방선거 개입 논란이 일 수 있고 당 내부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TV토론회에서도 드러났다.

박심 논란과 관련해 이날 토론회서 여권 후보들 간에 신경전이 전개됐다. 토론회 'OX 퀴즈'코너에서 "나는 친박이다"라는 질문에 정 의원과 이 최고위원은 나란히 팻말의 'O(그렇다)' 쪽을 들어 보였지만, 김 전 총리는 OㆍX 표시가 보이지 않도록 팻말을 모서리 쪽으로 들어 보였다. 친박이라고 말할 수도 말 안 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김 후보는 "박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없고 제가 정치적으로 친박이라고 할 근거는 없다"고 말한 반면 정 의원은 망설이지 않았다.

정 후보는 "(박 대통령과는) 초등학교 동기이고 대선 때 선대위원장을 맡았다"고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김 후보의 이 같은 애매한 입장표명은 '박심' 논란과 관련해 정 후보과 이혜훈 후보의 협공을 불렀다. 정 의원은 "박심 거론이 선거 승리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는데 무슨 뜻인가"라고 물었고, 이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이 누구를 낙점했다는 것 자체가 '박심 팔기'이자 대통령을 욕되기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명료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지만 김 후보가 박심을 받고 출마한 것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박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청와대의 김 후보 지원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정치권 주변에서 들리는 내용을 종합해 보면 김 후보가 박심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정치인이 아닌 김 후보 입장에서 박심을 받았다고 밝히기는 힘들다. 일각에서 "당내 반발을 불러 올 것으로 우려해 청와대가 김 후보 측의 입단속을 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이런 여러 상황들을 감안하면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친박계는 적극적으로 김 후보를 지원하기 힘들어 보인다. 따라서 김 후보는 외견상 홀로서기를 해야 할 판이어서 향후 그의 행보와 경선 결과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황식 캠프 혼전 속으로

최근 새누리당 주변에서 김 후보가 경선에서 정 후보를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가 여권 후보 중 가장 박 후보에 경쟁력 있는 후보라도 새누리당의 지원 없이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다.

새누리당 안팎에서 "김 후보의 초반 전략 오류가 당 내 지지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많다. 김 후보는 컷오프와 관련해 정 후보와 이 후보의 밀약설을 제기했고 이어 정 후보가 선거자금을 풀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던지기도 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여권후보로 출마한 인사가 어떻게 초반부터 같은 여권후보를 겨냥할 수 있나. 타깃설정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심지어 "전문 행정가를 표방하며 출마한 후보가 네거티브를 내세운 정치인 탈을 쓰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까지 일었다.

한 당직자는 "미국에서 귀국한 김 후보가 본격행보를 보이기 전까지만 해도 당 내부 평가는 좋았다"며 "하지만 그가 정 후보를 물고 늘어지면서부터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같은 당 후보를 공격하는 것도 모자라 선거자금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김 후보가 서울시장 자리를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온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은 "새누리당 일부에서는 김 후보가 너무 청와대에 의존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정 후보가 출마선언을 한 뒤에도 한 달여가 지난 시점에 미국에서 귀국한 것은 안일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장선거전에 나서려면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후보 자신도 쉽지 않은 가시밭길을 예상했어야 하는데, 김 후보는 미국에서 밥상이 다 차려지길 기다렸다가 상황이 악화되자 뒤늦게 귀국해 섣부른 대응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청와대를 등에 업고 서울시장 자리를 손쉽게 챙기려한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김 후보 캠프가 일사분란하지 않고 혼란스럽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소식통은 "박 후보나 정 후보 캠프와 달리 김 후보 캠프는 친박계에 의해 만들어진 지원군이 위주이다 보니 내부적으로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김 후보 자체만 보면 타 후보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참신하지만 김 후보가 정치적으로 움직이는데 능숙하지 않는 게 흠"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황식 반전카드 꺼내나

친박계 내부에서도 김 후보 캠프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친박계 인사는 "김 후보 캠프의 핵심 참모들이 대부분 선거에 집중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말이 적지 않다"며 "주변 소식통들은 '김 후보 캠프 핵심들이 선거 이후 어디로 갈지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전한다. 김 후보가 자기 사람으로 직접 꾸린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 후보가 미국에서 너무 시간을 오래 보낸 게 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부에서 "경선을 앞두고 김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후보가 최근 불안한 정치인에서 뛰어난 행정가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모이고 있어서다.

김 후보 캠프 소식에 밝은 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 후보 측은 서울시 행정 발전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또 서울시민의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현안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으며 박 후보가 추진해온 시정에 대한 문제점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할 경우 박 후보는 물론이고 정 후보, 이 후보 역시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서울시 현안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다소 방어가 쉽겠지만 정 후보와 이 후보는 행정에 대해 밝지 않아 불안해 보인다.

특히 정 후보는 자신이 경제인이라는 점을 들어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경제인 출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 여론이 지배적이어서 설득력이 약할 것으로 추측된다. 무엇보다 정 후보의 도전은 대선을 염두에 둔 서울시장선거 출마라는 인식도 퍼져 있어 향후 지지율이 현재보다 눈에 띄게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김 후보는 무엇보다 지지층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 후보는 호남출신 여권후보인 만큼 주어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약 1,000만 인구 중 호남 인구가 30%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박 후보 지지표를 어느 정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김 후보 측은 기대하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