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총부리 친노·친이계 겨누나… 비자금 정치판도 흔들 '뇌관'정관계 로비까지 수사 확대해외사업장서 비자금 흐름 상당수 포착해 내사 벌여친노와 친이 인사 리스트에… 지방선거 앞두고 친박 호재

서울 중구에 위치한 STX그룹 사옥 전경(주간한국 자료사진)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검찰의 총부리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어깨너머의 권력자들 미간에 정조준됐다. 수사 당초 검찰은 대상은 회사 경영상 발생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최근 수사 범위를 강 전 회장의 비자금과에 이어 정관계 로비까지 확대했다.

STX그룹은 MB정부 시절 권력을 등에 지고 급성장을 해왔다는 게 재계의 통설. 검찰은 이번 수사에 앞서 이에 대한 전반적인 내사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에 대한 상당한 물증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찰 수사가 갈 데까지 가리란 게 정재계의 공통된 견해다. 검찰이 확보한 '강덕수 리스트'에 친이와 친노계 인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다. 여권 주류인 친박에는 더없는 호재. 따라서 이번 수사는 전례에 없던 초대형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풍 정관계 로비로 확대

검찰 수사가 본격 시작된 건 지난 2월17일. STX그룹 계열사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STX중공업 현 경영진이 강 전 회장을 비롯한 그룹 전 경영진 5명을 거액의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강 전 회장이 배임·횡령과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조사는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 8일 "STX그룹 계열사에 대한 은행자금 투입이 10조원에 이르는 점 등에 비춰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 수사의 최대 관심사는 범위가 어느 선까지 확대될지였다. 표면적으론 의뢰를 받아 수사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사건이 인지수사를 진행하는 특수부에 배당된 점을 감안하면 비자금 조성이나 정관계 로비 등에 수사로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실제 그동안 검찰 안팎에선 강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에 연루된 인물들이 나열된 '강덕수 리스트'가 회자돼 왔다. 여기엔 MB계 금융권 인사와 재계 인사, MB정권 실세로 통했던 고위 공무원, 친이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현직 의원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중진급 정치인들과 노무현정부 시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사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검찰은 이들은 강 전 회장으로부터 수차례 금품을 받고 STX그룹 사업에 도움을 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당초 정·관계 로비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당장은 회사 경영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와 관련된 수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검찰 수사는 정관계 로비로 번지는 모양새다.

강덕수 리스트 목록 '솔솔'

시작은 2009년부터 2013년 STX에너지와 STX중공업 총괄회장을 지낸 바 있는 이희범 LG상사 사장이다. 이 사장은 노무현정부 시절 산업부장관을 지낸 바 있는 인물이다. 2010년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지내면서 MB정부와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사장은 STX그룹에 암운이 드리운 시점에 영입됐다. 따라서 이 사장의 역할론에 대한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검찰은 이 사장이 STX 그룹의 부실 과정에서 700억원 대의 배임 비리 과정에 가담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일단 이 사장이 2012년 700억원 규모의 군인공제회 자금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정황을 파악했다. 검찰은 이 사장이 대출을 갚기 어려운 그룹 사정을 알면서도 현행 법규를 어기며 군인공제회 자금 연장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STX건설은 당시 1,000억원 수준의 군인공제회 자금 일부는 갚았다. 하지만 나머지 자금에 대해서도 만기가 돌아왔으나, 그룹의 자금 여력상 이를 갚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STX건설은 이후 곧바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또 전직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인 A씨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산업은행의 특혜성 지원 의혹과 관련해서다. STX는 2009년 유동성 위기가 시작될 즈음 산업은행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회사채를 무차별 발행하며 금융위기 속에서도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당시 재무상태 수시점검 및 재무 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재무약정 체결상태에서도 부채비율과 상황능력을 무시한 채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A씨는 바로 이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MB정부 '실세'로 통하던 B씨 역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금은 좌초된 STX그룹이 2009년 수주한 100억달러 규모의 '가나하우징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추진해 강 회장에 소개해준 장본인이다. 굵직한 권력형 게이트 사건에 몸통으로 지목됐던 인물이다.

특히 B씨는 이라크 디젤발전플랜트 사업이 성사될 수 있도록 지원 사격을 해 준 당사자로도 지목되고 있다. 이후 계약 초반 순항하던 계약이 현지 정치문제로 차질이 생기자 A씨가 나서 계약이 이행될 수 있도록 힘을 썼다는 의심도 받았다.

비자금 용처 파악해 로비 규명

그렇다면 검찰의 칼바람은 과연 어디까지 불어닥칠까. 정재계 안팎에선 이번 수사가 갈 데까지 가리란 시선이 우세하다. 검찰의 칼끝이 친이계는 물론 친노계까지 겨누고 있어서다. 여권의 주류인 친박에겐 더없는 호재다.

실제 청와대는 지난해부터 STX그룹 수사에 적잖은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청와대와 협의 후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이번 수사가 6·4 지방선거 전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되리란 시선이 많다.

상황을 종합하면 검찰의 다음 타깃은 강 전 회장 비자금이 될 심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검은돈'의 용처를 확인할 경우 강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도 자연스럽게 규명되리란 판단에서다. 그리고 비자금 조성 창구로 해외사업장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해외사업의 경우 조세피난처 등 제3국의 페이퍼컴퍼니나 사업 중재 역할을 하는 중간 브로커를 거치면서 검은 자금으로 변질되는 전례가 적지 않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해외사업장에서 가욋돈을 조성한 물증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중국 STX대련에 대한 비자금 검찰 수사가 한창이다. 강 전 회장은 이 회사에 사실상 개인회사인 대승물류를 통해 납품을 도맡아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를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빼돌리고 일부는 국내로 들여온 의혹을 받고 있다.

가나하우징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검찰은 계약서 작성 후 STX가 사업비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해외로 송금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당 자금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검찰은 이 자금이 비자금화 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법적 분쟁으로 사실상 좌초된 인도네시아 남부 칼라만탄 낀탑 지역의 탄광 개발 사업도 들여다보고 있다. STX는 이 지역 유연탄 광산 지분 40%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가격을 부풀리고 싱가폴법인을 통해 대금을 지급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다.

계열사 헐값 매각을 통한 비자금 조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강 전 회장은 당시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흑자경영을 하던 우량기업 STX에너지의 지분 43.15%를 매각 일본의 금융그룹인 오릭스에 매각하며 경영권을 넘겼다. 매각대금은 2,700억원 수준이었다.

매각 당시 시장에선 STX에너지의 시장에선 실제 가치가 장부가의 최고 10배에 달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오릭스는 매입 직후 재매각을 추진해 수천억원대의 차익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헐값 매각 대가로 리베이트식으로 비자금을 확보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검찰은 강 전 회장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자금 흐름을 상당수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당 자금이 로비에 사용된 정황은 물론 강 전 회장과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 사이의 커넥션을 뒷받침할 자료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물론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강 전 회장에 대한 이번 검찰 수사가 전례에 없던 권력형 비리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