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로 밑 땅굴 파고 무단사용견학온 주부와 학생들 상대로 땅굴 내부 현황 실시간 중계업계 추산 부당이득 수십억대

충청북도 음성군에 위치한 에이스침대 본사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국내 최대의 침대업체인 에이스침대가 불법 땅굴 논란에 휘말렸다. 무단으로 땅굴을 축조해 12년간 운송 통로와 홍보에 사용하며 부당이득을 취해오다 적발됐다. 여기에 수백만원에 불과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면서 당국이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공도로 밑 땅굴 축조

에이스침대의 불법 땅굴 논란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에이스침대는 매트리스 제조 공장에서 물류창고를 잇는 지하 땅굴을 축조했다. 문제는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연히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에이스침대가 땅굴을 굴착한 까닭은 공장과 물류창고 사이로 공유도로가 가로지르고 있어서다. 완제품을 운반하기 위해선 길을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이에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이 땅굴 축조를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공공도로 1.5m 아래 굴착된 땅굴의 거리는 140m 수준에 달한다. 내부는 가로 3.8m와 높이 2.2m 정도다. 벽면은 두께 20㎝의 콘크리트로 이뤄졌다. 에이스침대는 여기에컨베이어 시스템을 설치해 공장의 매트리스를 물류창로로 이동하는 통로로 사용해 왔다.

에이스침대는 땅굴을 홍보수단으로도 적극 활용해왔다. 2000년부터 주부들을 상대로 '견학마케팅'을 실시하면서 공장 내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땅굴 내 매트리스 이동 과정을 실시간 중계했다. 2005년부터 홍보 범위는 학생까지 확대됐다.

민원인 입막음 의혹 제기

이 지하통로는 2010년까지 12년간 암암리에 사용돼 왔다. 이런 사실이 외부로 흘러나오기 시작한 건 그해 8월. 한 내부직원이 국민신문고와 감사원에 민원을 제기하면서다. 그러나 문제는 머지않아 진화됐다. 민원인이 돌연 민원을 취하한 때문이다.

이를 두고 당시 에이스침대 안팎에선 회사 임직원이 민원인을 입막음했다는 뒷말이 신빙성 있게 회자됐다. 한 에이스침대 내부직원은 "에이스침대 임직원들이 민원인의 집을 직접 찾아가 법적책임을 언급하며 민원 취소를 종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땅굴이 문제가 될 소지를 보이자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4월6일 음성군에 해당 땅굴에 대한 점유도로 점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음성군은 불과 6일 만인 4월12일 사용 허가를 내줬다. 형사고발은 고사하고 안전점검도 없었다.

물론 각종 벌금이 나왔다. 그러나 76만원 수준이 전부였다. 4만3,340원의 점용료와 2007년부터 5년간의 무단사용 변상금 31만5,520원과, 공유재산침범에 따른 변상금 45만3,890원 등이었다. 결국 한해 4만원 수준의 점용료만 제공하면 땅굴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솜방망이 처벌 '면죄부'

이후에도 불법 땅굴 논란에 관련한 잡음이 일었다. 관련 민원이 감사원에 추가로 접수된 때문이다. 이에 감사원은 충북도청에 특별 감사를 지시했다. 이후 2주 이상 감사를 벌인 충북도청은 음성군에 에이스침대를 검찰 고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음성군은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를 청주지검에 고발 조치했다. 그러나 이 역시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안 대표는 도로법위반과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위반혐의,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벌금 700만원을 부과받았다.

이로써 에이스침대는 결국 몇백만원을 내고 모든 법적인 책임을 털어낸 셈이 됐다. 업계는 에이스침대가 땅굴을 매트리스 운송 통로와 홍보에 사용하며 얻은 유무형의 부당이득 규모가 수십억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부족한 처벌 규모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2년 간 불법으로 축조한 땅굴을 사용하며 상당액의 부당이득을 취해 왔음에도 벌금이 몇백만원 수준에 그쳤다는 건 쉽게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라며 "당국이 재벌기업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