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포장은 '빵빵'한데 열어보면 '뻥이요~'

포장속 3분의 2 이상이 질소로 채워져 겉만 풍성 내용물은 '속 빈 강정'
낱개포장·완충재 등 사용 부피 키우기… 일부과자들 최대 5배나 '뻥튀기'
열받은 소비자들 수입과자로 몰려… 제과업계 가격인상 꼼수 부리다 '휘청'

"질소를 샀더니 과자를 덤으로 주더라." 얼핏 들으면 무슨 소리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 이 문장은 과자의 과대포장을 비꼰 말이다. 포장이 크고 빵빵한 데 비해 내용물은 얼마 들어있지 않고 3분의 2 이상이 질소로 채워진 과자를 빗댄 것이다.

물론 과자 포장 속 질소의 역할은 나름대로 중요하다. 기름에 튀긴 과자의 경우 공기를 접하면 산화 반응을 일으켜 맛과 색이 쉽게 변할 수 있는데 비활성기체인 질소는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비교적 오랫동안 고유의 맛을 잃지 않게 해준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단순히 양을 부풀리기 위한 것만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 해도 정도가 있다. 큰 부피의 포장을 뜯었을 때 정작 들어있는 과자는 몇 개 되지 않아 불만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요 제과업체를 중심으로 가격인상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빈 공간이 내용물의 5배

요즘 과자들을 포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과대포장이 도를 넘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낱개포장, 완충재, 트레이, 질소포장 등을 과도하게 사용해 부피를 키우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현혹한 것이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인터넷 포탈사이트에 '과자 과대포장'이라는 키워드를 넣으면 과자를 구매한 누리꾼들이 포장 상자 속에 내용물을 채워넣으며 빈 공간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사진들이 다수 검색된다.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면 더욱 가관이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개 제과업체에서 판매하는 대표 과자 20종 중 85%(17개) 제품의 내용물 부피가 포장 절반에도 못 미쳤고 일부 과자들은 최대 5배나 '뻥튀기'돼 충격을 줬다.

컨슈머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포장이 가장 크게 '뻥튀기'된 제품은 오리온의 '마켓오 리얼브라우니'였다. '마켓오 리얼브라우니'는 은박지 낱개 포장과 완충재를 걷어낸 실제 내용물 부피가 171.8㎤로 상자 부피(1021.2㎤)의 16.8%에 불과했다. 포장 상자의 빈 공간이 내용물이 차지하는 공간보다 5배나 큰 셈이다.

롯데제과 '갸또 화이트'가 '마켓오 리얼브라우니'의 뒤를 이었다. 낱개 포장과 트레이 등을 제거할 경우 '갸또 화이트'의 내용물이 최종포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3%에 불과했다. 80.7%가 빈 공간이다.

이어 오리온 '리얼초콜릿 클래식 미니'는 빈 공간 비율이 77.6%, 크라운제과 '쿠크다스'(77.1%), 해태제과 '계란과자'(76.2%), 오리온 '참붕어빵'(72.3%), 크라운 '초코하임'(72%), '칙촉'(70%) 등으로 70% 이상 과대포장 제품도 6개에 달했다. 빈 공간이 60%가 넘는 제품도 오리온 '고소미'(69.7%), 롯데 '엄마손파이'(69%), 크라운제과 '버터와플'(68.6%), 해태제과 '오예스'(65.2%), 크라운제과 '국희땅콩샌드'(63.9%), 해태제과 '버터링'(63%) 등 6개였다.

어설픈 규정이 과대포장 불러와

본래 제과업계의 과자 과대포장은 법적으로 금지돼있었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부터 '제품의 포장재질ㆍ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 시행했다. 개정안에는 질소를 넣어 과자 봉지 부피를 키우거나 과자 상자 속에 완충재가 많이 들어간 과자류의 포장 빈 공간이 35%가 넘지 않도록 제한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개정안을 지키지 않는 제조 수입ㆍ판매자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많지 않은 과태료였지만 해당 개정안을 과자의 과대포장에 대한 정부의 엄중 경고로 이해한 제과업계는 바짝 긴장했다. 제과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개정안 시행을 전후해 제과업체들은 새로운 포장 상자 샘플을 만들어 부서간 협의하는 등 나름의 고뇌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정안 시행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과자 과대포장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정안의 기준이 너무 느슨해 제구실을 못하기 때문"이라 입을 모은다. 과대포장을 판단하는 기준이 속포장과 겉포장의 비율만 따지게 돼있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환경부 규칙에 의하면 포장 비율을 측정할 때 실제 내용물 기준이 아닌 1차 포장과 최종 상자 포장과의 비율만을 따진다. 과자의 부스러짐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포함된 완충재, 트레이 등도 1차 포장에 포함, 빈 공간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1차 포장을 크게 부풀리고 완충재나 트레이 등을 많이 넣을 경우 최종 상자 포장과의 비율이 줄어들어 법적 규정을 피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최종 상자 포장의 경우 측정 시 가로, 세로, 높이 모두 실제보다 10㎜의 여유공간을 더 부여하도록 하고 있어 오히려 과대포장을 조장하고 있다는 평이다.

개정안의 허점을 인지한 제과업체들은 과거보다 1차 포장의 부피를 늘리고 없던 완충재, 트레이까지 넣는 방식으로 과대포장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과대포장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개정안이 되레 제과업계의 면죄부가 되고 있는 셈이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문제는 과대포장만이 아니다. 과자 가격은 늘어난 포장 비용 이상으로 폭등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가격통제에 묶여 인상시기를 놓쳤던 제과업계가 지난해 말부터 과자 가격을 일제히 올리고 있는 것이다. '닥터유', '마켓오' 등 프리미엄 과자 브랜드가 등장한 2010년 이후 가장 큰 인상폭이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10월 '빼빼로' 등 9개 과자 가격을 평균 9.2% 인상했고 오리온과 해태제과는 그 해 12월 과자 가격을 각각 11.9%, 8.7% 올리며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오리온의 경우 대표제품인 '초코파이'의 가격을 20%나 올리며 빈축을 샀다. 크라운제과는 지난 2월 '빅파이' 등 7개 과자의 가격을 7.1% 올렸고 농심도 '새우깡'을 비롯한 과자들의 가격을 7.5%나 인상했다.

일련의 과자 가격인상에 대해 제과업계는 "원재료값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원재료값의 상승폭보다 과자 가격의 인상폭이 훨씬 컸던 것으로 알려지며 세간의 빈축을 샀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산과자의 원재료 시세는 대체로 큰 변동폭을 보이지 않았다. 제과업계의 해명과는 정반대의 현상을 보인 것이다. 롯데제과 '마가렛트'의 가격도 26.9% 인상됐지만 원재료 가격은 9.6%만 올랐다. 해태제과 '에이스'는 가격이 40% 올랐지만 원재료 가격은 10.7% 인상에 그쳤다.

제과업계의 거짓말은 매출대비 원가비율로도 확인된다. 2012년과 지난해 각각 25%, 20%씩 '초코파이'의 가격을 올린 오리온의 경우 매출대비 원가비율이 2012년 55.6%에서 지난해 56.9%로 불과 1.3%p 올랐다. 롯데제과 경우 '빼빼로'의 가격이 지난해 20%나 올랐지만 매출대비 원가비율은 63.1%에서 62.6%로 오히려 0.5%p 떨어졌다.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기업들은 개별 원재료의 가격 추이를 알지 못하는 소비자의 약점을 이용해 손쉽게 제품가격을 인상함으로써 마진을 확대해 왔다"며 "경영효율화나 기술개발 등이 아닌 일방적인 소비자 부담 전가로 이윤 확대를 꾀해 온 기업들의 구태에 자성을 촉구한다"고 꼬집었다.

국산과자 인기 수입과자로 옮겨가

과대포장과 가격인상 등 그칠 줄 모르는 제과업계의 횡포에 소비자들도 단단히 뿔이 났다. 비싼 국산과자의 소비를 줄이고 대신 수입과자를 사먹겠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보인다.

실제로 제과업계가 주요 과자의 가격을 올린 지난해 말 이후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이들 품목의 매출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과자 가격이 오르자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해석된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과자류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8.2%나 줄어들었다. 1~2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9.5% 감소했던 점을 감안하면 일시적인 매출감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 대형 편의점에서는 지난 3개월간 해태제과 '에이스'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7%나 줄었다. 오리온 '초코파이', 농심 '양파링' 등의 매출도 10% 이상 감소했다. 가격인상분만큼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제과업계의 예상과 달리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는 것이다.

국산과자에 실망한 소비자들은 값싸고 맛좋은 수입과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형마트의 수입과자 코너는 북새통을 이루고 전국 곳곳에는 소규모 수입과자 전문점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대형마트의 경우 전체 과자코너의 4분의 1을 수입과자로 진열했고 수도권의 주요 상권에는 수입과자 전문 프랜차이즈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수입과자 경우 국산과자와 맛은 비슷하지만 양이 훨씬 많은 제품을 값싸게 제공해 인기를 끈다. 과거 비싸게만 여겨졌던 미국 '프링글스'의 경우 오리온 '포카칩'이나 농심 '칩포테토'의 가격인상으로 오히려 경쟁력을 확보했다. 벨기에 '로투스 와플'의 경우 롯데제과 '와플', 크라운제과 '버터와플'보다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의 입맛을 잡아끈다. 과대포장 및 가격인상 꼼수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산 제과업계의 불안이 가중되는 이유다. @hankooki.com



김현준기자 realpeac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