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면ㆍ모굴ㆍ오르막길 등 다양한 산악지형 거뜬히 주행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독일차 빅3’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영국 럭셔리 카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재규어ㆍ랜드로버이다.

프리미엄 세단과 고성능 스포츠카로 대표되는 재규어는 ‘독일차 빅3’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하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늘려가고 있다. 재규어의 국내 시장 판매량은 세계 5위, 플래그십 모델 XJ는 세계 4위에 랭크될 만큼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명품 오프로드 SUV의 대명사 랜드로버도 최근 국내의 캠핑 열풍과 맞물려 프리랜더, 디스커버리, 레인지로버 등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 코리아는 지난 15~17일 경주 인근에서 미디어를 대상으로 대규모 시승 행사를 가졌다. 회사 설립 후 재규어와 랜드로버로 구분해 시승 행사를 개최한 적은 몇 차례 있었지만 통합 시승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규어 모델 가운데는 플래그십 XJ를 비롯해 XF, 고성능 스포츠세단 XFR-S, 고성능 컨버터블 F-TYPE이 참가했고, 랜드로버 모델 중에는 레인지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레인지로버 이보크, 디스커버리4, 프리랜더2가 참여했다.

오프로드와 온로드로 나눠 장장 5시간 동안 진행된 시승행사에서 기자는 디스커버리, 레인지로버 이보크, F-TYPE을 차례대로 몰아봤다. 참가 모델이 워낙 많은 탓에 모든 차량을 타보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2인 1조로 진행된 오프로드 시승에서는 먼저 7인승 프리미엄 패밀리 SUV 디스커버리4에 올랐다. 경주 토함산 일대에서 진행된 오프로드 시승에서는 다양한 산악지형을 설정, 랜드로버 SUV들의 뛰어난 성능과 실용성을 체험할 수 있었다.

모든 차량에 공통으로 적용된 기술은 랜드로버가 자랑하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Terrain Response)과 내리막길 주행제어장치(HDC).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은 랜드로버 테크니션들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지형을 탐사해 개발한 최첨단 오프로드 기술이다.

잔디/자갈밭/눈길, 모랫길, 진흙, 움푹 파인 길, 암벽 등 다섯 가지 주행모드 중 노면 상황에 따라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하단의 버튼만 누르면 선택한 상황에 맞게 서스펜션의 높이, 엔진 반응, 트랙션 컨트롤 개입 등을 조정, 차체를 어떤 노면 상황에서도 최상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날 시승에서는 주로 진흙 모드를 선택, 험난한 산악 지형을 헤쳐나갔다.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덕분에 다양하게 설정된 경사면, 모굴, 진흙길 등을 거뜬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오프로드 시승의 하이라이트는 35도에 달하는 오르막 경사로 주행이었다. 밑에서 올려볼 때는 ‘과연 저 오르막길을 올라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아찔한 각도였다. 그러나 최고 255마력에 최대 61.2kg.m의 어마어마한 토크를 자랑하는 디스커버리4는 거침없이 치고 올라갔다. 회사 관계자는 최대 45도의 경사면까지 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HDC는 경사로 브레이크 제어장치(GRC)와 함께 급격한 내리막길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무리하게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량의 통제력을 유지하고, 갑작스런 흔들림을 막아줬다. 기자가 시승한 디스커버리4는 물론 모든 SUV 차량이 오프로드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며 무사히 산악 주행을 마칠 수 있었다.

이어진 온로드 시승에서는 먼저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체험했다. 이보크는 클래식한 레인지로버의 디자인을 새롭게 해석, ‘쿠페 SUV’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는 모델.

특히 수입차 가운데 처음으로 9단 자동변속기를 장착,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9단 자동 변속기 ZF-9HP는 세밀해진 기어비를 바탕으로 효율성을 크게 개선했다.

회사측은 세부 모델에 따라 연료 효율성은 최대 11.4%까지 향상시키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5%까지 감소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가 60km 정도에 걸쳐 시승한 트림은 2.2리터 터보 디젤 엔진을 탑재한 5도어 ‘다이내믹(Dynamic)’. 최고 190마력에 42.8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13.3km로 효율성이 돋보였다.

직선도로와 커브길 등 다양한 코스에서 주행을 한 결과 디젤 특유의 가속력과 응답성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승차감은 디젤 차량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고 정숙했다. 다만 이어지는 오르막길에서 계속 밀어붙이는 힘은 다소 부족한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설렘과 흥분으로 기다려온 재규어 F-TYPE 시승에 올랐다. F-TYPE은 재규어 역사상 가장 역동적이며 아름답다는 2인승 컨버터블 스포츠카이다. 기자가 고속 구간에서 시승한 모델은 3.0리터 V6 슈퍼차저 엔진을 탑재한 ‘F-TYPE S’. 최고 380마력(@6,500rpm)에 최대토크 46.9kg.m(@3,500-5,000rpm)의 뛰어난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시동을 걸자 금방이라도 뛰쳐나가려는 듯 ‘그르렁~’ 소리를 내며 울부짖었다. 강력한 성능도 인상적이었지만 마치 F1의 ‘머신’을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배기음이 단박에 귀를 사로잡고, 심장을 뛰게 했다.

액셀을 밟자 기자가 원하는 대로 거침 없이 도로를 치고 나갔다. 마치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 초원을 질주하는 한 마리 재규어의 모습이었다. ‘천년의 고도’ 경주의 부드러운 봄바람을 만끽할 여유는 없었다. 일단 차에 몸을 맡기고 속도가 허락하는 대로 액셀을 밟았다. 속도계는 금세 시속 170km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나 고속 주행의 급회전 구간에서도 차량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날카롭게 코너를 파고 들었다. F-TYPE 소프트톱의 개폐시간은 불과 12초. 일반 컨버터블의 개폐시간이 20초 정도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또 시속 50km 이하 주행 중에도 작동이 가능하다.

30여분간의 짧은 시승은 강렬한 인상과 함께 그만큼이나 큰 아쉬움을 남겼다. 이튿날 추가 시승에서 전원이 F-TYPE을 희망했을 정도로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이날 총 5시간에 걸친 시승을 통해 왜 재규어ㆍ랜드로버가 프리미엄과 명품으로 상징되는 글로벌 브랜드로 군림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naver.com

[사진 1]랜드로버 디스커버리4를 필두로 다양한 SUV들이 경주 토함산 자락의 오프로드 경사면을 주행하고 있다.

[사진 2]재규어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2인승 컨버터블 스포츠카로 평가 받는 F-TYPE.

[사진 3]국산ㆍ수입차를 통틀어 처음으로 9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레인지로버 이보크.



경주=이승택기자 seung3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