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 비자금 창구에 부실 투자?

김종대 전 금호종금(현 우리종합금융) 대표가 최근 구속됐다. 필리핀코리아경안에 160억원과 오션나인드림 60억원, 호원 270억원 등을 각각 불법 대출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다. 대손충당금 100억원을 과소계상해 재무제표를 작성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를 두고 사정기관 안팎에선 숱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부실 투자된 자금이 필리핀코리아경안과 오션나인드림에서 비자금화됐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들 회사가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비자금 창고로 지목된 바 있어 의혹엔 더욱 무게가 실린다.

담보설정 없이 수백억 대출

사정기관 안팎의 구설에 오른 회사는 필리핀 수빅의 카지노사업체 필리핀코리아경안과 리조트사업체 오션나인드림이다. 김종대 전 금호종금 대표는 이들 회사에 부실 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출액은 각각 165억원과 65억원 등 총 230억원이다.

이들 회사 대표인 A씨는 2005년 필리핀 정부가 운영하는 파코카지노와 말레이시아인이 운영하는 카지노인 레전드호텔을 인수했다. 여기에 400억원 정도를 추가로 투자해 카지노와 리조트 '오션나인'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A씨는 2009년 자금 모집을 위해 서울 선릉역에 분양사무소를 꾸렸다. 그리고 오션나인리조트 분양권 모집 투자자를 끌어 모았다. 그러나 당초 2010년 3월 오픈할 계획이던 오션나인리조트는 2009년 말까지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침몰하는 배에 추가 대출

문제는 김 전 대표는 별도 담보 설정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대출금 이자상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자칫 대출금 전액을 대손상각 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김 전 대표는 이들 회사에 추가로 돈을 빌려줬다.

김 전 대표가 추가로 내어준 금액은 100억원 수준이다. 이 자금의 용도는 '산소호흡기'라는 해석을 낳았다. 추가 대출금으로 이자를 꼬박꼬박 내면서 '뇌관'이 터질 시점을 지연시키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그리고 이 대출은 고스란히 금호종금의 부실로 돌아왔다.

이 일로 금호종금은 지난해 4월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압수수색의 표면적인 이유는 금호종금이 대손충당금을 과소계상해 실적을 부풀린 혐의였다. 그러나 실제 검찰이 겨냥한 건 김 전 대표의 부실 대출 여부였다. 그리고 1년 후 김 전 대표는 구속됐다.

사정기관서 비자금설

당장 김 전 대표에 적용된 혐의는 부실대출과 대손충당금 과소계상이다. 그러나 현재 사정기관 안팎에선 비자금 조성 의혹이 나돌고 있다. 금호종금이 대출해준 자금 중 일부가 비자금화돼 김 전 대표의 몫으로 돌아갔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실제 문제의 회사들은 저축은행 비리 사태로 구속 중인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비자금 창구로 지목된 바 있다. A씨는 2009년 김 전 회장으로부터 200억원을 대출받았다. 김 전 회장의 최측근인 B씨가 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사업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김 전 회장이 A씨에게 160억원을 추가로 대출해줬다. 미래저축은행이 1인에게 대출할 수 있는 한도인 110억원을 넘어서는 액수였다. 검찰은 이 돈이 김 전 회장이 숨겨놓은 비자금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물론 김 전 회장의 가욋돈의 실체는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이를 입증하는데 핵심적인 존재인 A씨의 신병이 확보되고 있지 않아서다. A씨는 2009년 11월 지명수배된 이후 위조여권을 만들어 필리핀으로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A씨는 현재까지도 필리핀에 불법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만일 A씨의 신병이 확보될 경우 그에게 불법 투자한 이들이 숨겨놓은 돈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추가적인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