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임엔 분명하지만 회복 가능성도 커

도급순위 35위 중견 건설사인 벽산건설이 마침내 파산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2년 만이다. 벽산건설의 파산은 단순히 해당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건설사들이 널려 있기 때문. 실제로 시공능력순위 100대 건설사 중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건설사는 모두 17개사나 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택시장 침체와 공공부문 발주 감소 등 시장불안 요인으로 국내 건설사들은 취약한 경영환경에 노출된 지 오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확대됐던 대형 토목사업들이 마무리되는 분위기에 공공부문 발주도 감소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개발 PF(프로젝트파이낸싱)의 수익성도 악화되며 건설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그렇다면 건설업계의 위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김홍태 KB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건설사의 경영실적 및 경영환경 분석' 보고서에서 건설수주 및 투자 동향, 주요 건설사들의 경영지표를 살펴보고 이후를 전망해 봤다.

수주ㆍ투자 바닥 치고 올라서

김홍태 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수주는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 지난해 건설수주는 전년대비 10.0% 감소한 91조3,000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2012년 8월부터 2013년 9월까지 14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장기간에 걸쳐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다만, 기저효과와 주거용 건설 수주 회복으로 지난해 말 회복으로 돌아선 점이 눈에 띈다.

공공수주 실적은 회복했지만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민간수주의 부진이 지속되며 전체실적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2013년 공공수주는 1분기 감소세를 보였으나 2분기 이후부터 토목수주가 회복되며 개선세를 지속하고 있다. 1분기와 2분기 각각 45.5%, 33.5% 감소하는 등 3분기(-8.9%)까지 감소세를 보인 민간수주도 4분기에는 17.2%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건설투자 또한 바닥을 치고 올라서는 분위기다. 지난해 건설투자는 2012년의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와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2010년 1분기부터 2012년 4분기까지 11분기 연속 하락세를 마감하고 상승세로 전환했다. 주택거래가 소폭 늘어나는 가운데 발전소와 플랜트 기성의 진척과 추경예산안에 따른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증대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경영지표 줄줄이 하락

경영지표만을 놓고 보면 건설사들은 역대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는 듯하다. 업황 침체로 성장성ㆍ수익성 지표들이 대부분 악화된 것이다.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적자가 실적에 반영되면서 건설업 전반의 성장성 및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김홍태 연구원이 상장건설사(116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증가율, 총자산증가율, 자기자본증가율 등이 최근 3~4년간 하락했다. 건설매출액은 2009년 이후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둔화해 2012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3분기 기준으로 0.7% 증가에 그치는 등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총자산증가율은 1.5% 증가하며 전년대비 소폭 회복했으나 자기자본증가율은 오히려 2.4% 감소했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 매출액세전이익률, 자기자본세전이익률도 감소하는 추세다. 2010년 이후 감소세를 보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전년 동기대비 2.0%p 감소한 2.1%까지 떨어졌다. 매출액세전이익률 역시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해 3분기 기준 -0.6%로 적자를 기록했다.

안정성 지표도 대부분 악화됐다. 부채비율의 경우 2009년 198.4%에서 2013년 3분기 기준 171.7%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자기자본비율도 33.5%에서 36.8%로 하락했다. 건설사들이 부동산 등 자산 매각에 나선 결과, 유동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24.3%로 전년대비 소폭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위태롭지만 기대감 가져야

그렇다면 건설업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김홍태 연구원은 ▦주택 개발 PF사업 위험에 따른 경영악화, ▦유동성 위험 가중, ▦시장 회복에 따른 개선 기대감 등으로 설명했다.

우선, 김 연구원은 "PF 우발채무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 재무안정성까지 저하될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PF사업 지연으로 수익이 악화되는 한편, 건설 관련 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PF 우발채무 차환위험이 확대되면서 재무안정성 저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PF사업의 진행유형별로는 예정→진행→준공 순으로 부실규모가 크고 지역별로는 주택가격 하락폭이 컸던 수도권에서 잠재적 부실이 높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건설사들의 금융시장 접근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경우 유동성 대응능력이 부족한 건설사들의 부실화 위험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소형 건설사의 경영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물론 건설사들이 PF 대출금액을 축소하는 한편, 정부의 PF 관련 지원방안이 마련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으로, 건설사의 유동성 위험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이 건설업종 대출에 대해 보수적인 정책을 강화하면서 건설업 대출규모가 내리막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신인도가 낮은 중소 건설사의 경우,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되면서 금융권 대출 축소에 따른 자금 조달 어려움이 심화되는 추세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발행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험이 더욱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은 만기 1년 이상, 특정금전신탁 편입 CP(기업어음)에 대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부과했다. 이에 건설사들은 단기 ABCP와 ABSTB(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를 차환발행하는 형태로 전환한 상태라 시장 금리가 상승할 경우 그 여파를 뒤집어쓰는 상황이 됐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업계는 올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해외 저가수주에 따른 손실을 상당 부분 실적에 반영했음에도 추가손실에 대한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 데다 정부의 SOC 예산 축소로 공공부문 발주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해외 사업 수익성 개선을 위해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이미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고, 정부 또한 부동산 활성화 정책 등을 통해 지원하고 있어 다소나마 기대감을 품어도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