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 몸담았던 국장 정말 몰랐나

인천시 연수구 해돋이로에 위치한 해양경찰청.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해양경찰청에 대한 유가족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실종자 구조에 대한 논란도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해경이 구조임무에 소홀했으며 이로 인해 화를 더 키우고도 구조현장에서 여러 혼선을 초래하기까지 해 그 파문이 청와대까지 미치고 있다.

해경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확산되자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지난달 30일에야 비로소 대국민 사과에 나서며 급급히 파문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해경에 대한 유가족과 국민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세월호 침몰 초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해경이 숨겨온 여러 문제점들이 계속 드러나면서 해경에 대한 국민적 규탄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이 때문에 해경청장 교체는 물론 이와 관련된 정무부처 장관교체론까지 요구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해경이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사건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실들을 숨기거나 조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는 침몰하기 상당시간 전 이미 침몰조짐을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해경에 알렸으며 이러한 내용들을 해경이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들을 뒷받침하는 근거들도 적지 않게 제시되고 있어 진위여부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의혹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최근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해경과 구조업체인 언딘 그리고 정치권과의 검은 커넥션 정황 때문이다.

해경청장의 사과 진심일까?

해경청장은 이날 대국민사과에서 "구조와 수색작업이 지체되고 혼선을 초래한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실종자 가족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이날 진도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꽃다운 나이에 귀한 생명을 잃은 단원고 학생과 탑승객 등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청장은 "그간 제기된 모든 의혹은 추후 수사기관과 감사원 등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혀 줄 것으로 기대한다. 해경 전 직원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그 결과를 엄숙하게 받아들이겠다"며 "수색구조 활동이 끝난 후 모든 지적, 의혹, 잘못을 숨김없이 밝히고 과오에 대해서는 질책을 달게 받겠다. 해난사고의 구조 책임자로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초기 구조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질타를 머리 숙여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는 해경이 수색구조 활동에 전념해 희생자 가족과 국민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참사 발생 후 해경이 주도하는 구조 및 수색작업에 대한 질타와 비난이 이어졌지만 해경청장은 그동안 줄곧 침묵을 지켜오다 결국 이번에 처음으로 공식사과를 했다. 그러나 해경청장의 사과는 별 효과가 없어 보인다. 해경은 그동안 여러 차례 구조활동에 문제제기가 됐음에도 오히려 의혹이나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을 상대로 법적조치를 취하는 등 적반하장격 행동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사과는 진실성이 결핍돼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해경의 이용욱 정보수사국장이 '구원파'에 몸담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일단 '구원파 신도' 의혹이 불거진 이 국장은 경질됐다. 해양경찰청은 세모그룹 근무 경력으로 논란이 된 이 국장을 경질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해양경찰청은 이 국장을 본청 국제협력관으로 보직 이동시키고 김두석 국제협력관을 신임 정보수사국장에 임명했다. 이 국장은 1991∼1997년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모체 격인 세모그룹의 조선사업부에서 근무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이 국장이 세월호 사건 내막에 대해 잘 알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또 세모그룹 근무 경력 때문에 세월호 사건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국장은 "한때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에서 신앙생활을 했지만 이미 10여년 전 모든 연락을 끊었다"며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주관하는 세월호 수사에서 영향을 미칠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해경의 검은 커넥션 의혹 증폭

해경의 여러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해경이 총체적으로 개혁해야 할 대상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무엇보다 해경 조직 구성부터 문제라는 주장이 나온다.

과거 해경에 대한 문제는 이미 제기됐다. 특히 해경의 핵심 구성원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많았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역대 해양경찰청장은 1명 빼고 모두 경찰청 출신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해경청장은 총 4명으로 이들은 모두 경찰청 차장급 출신이다.

일부에서 "전문성갖춘 인사가 없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해수부장관은 정치인 출신이고 해경청장은 경찰출신으로 해양 관련 학과가 아닌 한양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인물이며 문제가 되고 있는 이 국장은 한양대 기계공학과 출신이다. 말하자면 지도부에 해양관련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대변인을 맡은 고명석 장비기술국장과 김광준 기획조정관, 이용욱 정보수사국장 등도 모두 경비함정 근무 경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해경과 세월호 민간 구조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주)언딘(UNDINE MARINE INDUSTRIES) 그리고 한국해양구조협회 간에 검은 커넥션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해경은 그동안 민간 잠수부의 활동을 막은 적 없다며 일부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며 해당 발언을 한 이들에 대해 고소고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해경이 민간 잠수부와 민간인들의 구조작업을 막았던 것으로 알려짐과 동시에 구조업체인 언딘이 구조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구조 현장 일부에서 "해경이 구조를 못하게 막으며 민간 잠수부에게 폭언했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최근 확인된 바에 따르면 해경과 언딘 그리고 한국해양구조협회 간의 관계가 석연치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먼저 김윤상 언딘 대표이사가 한국해양구조협회 부총재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해양구조협회의 민원실은 해경에 있다. 말하자면 이 협회는 단순 민간단체가 아니라 관급 단체라는 이야기다.

이 정황만 보면 관급단체의 부총재로 있는 언딘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민간 자원 봉사차원의 잠수부들이 눈에 가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해경과 언딘이 민간 잠수부의 활동을 이런저런 이유로 막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김용환 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 최상환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도 함께 부총재를 맡고 있어 해경-해양구조협회-언딘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형성됐을 것으로 보인다.

해경과 언딘 그리고 해양구조협회와의 관계는 이미 전부터 지적된 내용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양구조협회가 해경 퇴직자들의 셀프재취업 출구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3년 10월 24일 김춘진 새정치연합(구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 보도자료를 통해 "해경 출신으로 한국해양구조협회에 재취업을 한 인원이 6명"이라며 "퇴직당시 계급이 높을수록 높은 직급으로 재취업했다"고 공개했다.

김 의원은 "해경 출신 상임 부총재 김 씨는 3급 경무관 출신으로 연봉이 약 6,000만원"이라고 밝혔다. 또 4급 총경 출신 부지부장과 5-6급 경정, 경감 출신 일부 지부 사무국장들은 1,800만~2,4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4명의 사무국장이 모두 그해(2013년) 해경에서 퇴직한 후 같은 해에 모두 협회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고액 연금 수령자인 해경 퇴직 간부가 협회 신설에 따라 매일 출근하지 않고도 매달 150만~200만원씩 챙길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감에서 재취업 논란까지 일었지만 지적된 이들 모두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고 해경이나 해양구조협회의 후속조치는 없었다. 말하자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