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통계로 본 국내 '나눔 문화' 실태

지난달 21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후원자와 후원자를 잇는 ‘사랑, 하나 더’캠페인 영상에 인피니트 엘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전 국민에 충격을 안겼던 세월호 침몰 사고가 벌어진 지 2주일이 지났다. 그간 세월호 유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진 것은 정부가 아닌 국민들이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자원봉사자와 기부 물품이 쇄도, 감동을 연출했다.

이렇듯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고 하지만 기부와 자원봉사를 통한 나눔문화는 점차 성숙해지고 있는듯하다. 이와 관련, 통계청은 '국내 나눔실태 2013' 보고서를 통해 기부, 자원봉사, 생명나눔 등 우리나라의 나눔문화에 대해 살펴봤다.

대전 거주하는 40대 고소득 남성이 기부↑

개인과 법인을 모두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기부액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국세청에 신고된 바에 따르면 2006년 8조1,400억원 수준이었던 기부총액은 2012년 11조8,400억원으로 약 1.5배 늘어났다. 이는 GDP의 약 0.9% 수준으로 미국(약 1.8%)보다는 다소 낮지만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근로소득자와 종합소득자의 기부금을 합산한 개인의 기부금은 7조7,300억원으로 전체의 65.3%를 차지하고 법인 기부금은 4조1,100억원 정도였다. 법인 기부금 중에서는 매출 500억원 초과 법인 465개사의 기부금이 전체 법인의 67.4%(2조7,700억원)를 차지했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10일째인 지난달 25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이 천막을 설치하고 실종자 가족을 위해 생필품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전체적인 기부금 액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참여율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06년 31.6%에 불과했던 15세 이상 개인의 기부참여율은 지난해 34.5%로 2.9%p나 증가했다. 2011년의 36.0%보다는 일시적으로 낮아졌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증가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지난해 기부참여자들을 살펴본 결과, 현금기부참여율 32.4%, 물품기부참여율 5.95%로 물품보다는 현금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 참여율의 경우 현금기부는 2011년(11.1%)보다 늘어난 16.9% 수준이었고 물품기부는 2011년과 비슷한 3.0%로 나타났다. 지난해 현금기부참여자의 평균 참여횟수와 기부금액은 6.5회, 20만5,000원으로 2011년의 6.2회, 17만4,000원보다 늘어났다. 반면 물품기부의 경우 3.3회로 2011년의 3.5회에 비해 약간 감소했다.

성별 및 연령대별로 따져보면 남성의 기부참여율이 여성보다 높고 40대의 참여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남성의 기부참여율은 37.3%인 반면 여성의 참여율은 31.9%에 불과했다. 그동안의 조사 결과 남성의 기부참여율은 여성보다 3~5%p 지속적으로 높아 눈길을 끌었다. 연령대별로는 지난해 40~50대의 기부참여율(44.9%, 40.9%)이 2011년(45.7%, 41.1%)에 이어 40%를 상회해 주목됐다. 10대(15~19세) 및 20대의 기부 참여율이 2006년에 비해 비교적 큰 폭(12.2%p, 5.6%p)으로 증가한 점도 고무적이었다.

가구소득이 클수록 기부참여율이 높았고 대전과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참여율이 높았던 점도 주목됐다. 소득별로 따져볼 때, 월평균 6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2013년 기부참여율은 57.7%인 반면, 200만원 미만 소득계층의 경우 30%도 채 되지 않았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지역별로는 대전(47.1%), 부산(44.8%), 충북(40.0%) 순으로 기부참여율이 높았으며 경북(26.0%)과 제주(29.2%)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기부도 해본 사람이 더해

1사1촌 자매결연을 맺은 LIG희망봉사단이 지난달 24일 충북 증평군 정안마을에서 농촌 일손돕기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살림살이가 점점 팍팍해지고 있음에도 기부가 늘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지난해 기부 참여자들은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어서'라고 응답했다. 그밖에 기부단체 및 직장의 요청이나 개인적ㆍ종교적 신념 등의 이유가 뒤따랐다. 반면, 기부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특히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경제적 이유 때문에 기부를 미루는 이들이 많아졌다. 30~40대의 경우 '기부단체 등의 불신' 응답비중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서 눈길을 끌었다.

기부참여자가 대상을 인지하는 경로로는 대중매체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기준 전체 응답자의 25.8%가 대중매체를 통해 기부대상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직장ㆍ학교(23.0%), 종교단체(20.1%) 시설ㆍ단체의 직접 홍보(19.1%) 등이 뒤따랐다. 20~50대는 대중매체, 종교단체, 직장ㆍ학교 등 다양한 경로로 기부대상을 인지한 반면, 10대(15~19세)는 대부분 직장/학교(63.3%)를 통해 인지, 교육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현금기부자는 모금단체를 통해, 물품기부자는 물품후원단체를 통해 기부에 참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기부자의 경우 모금단체(57.8%), 종교단체(18.4%), 직장(17.3%) 순으로 나타났다. 20~40대는 직장을 통해, 50대 이상은 모금단체와 종교단체를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했다는 특징을 지녔다. 또한, 물품기부자는 기부 경로로 물품후원단체(36.2%)를 가장 많이 이용했고 대상자에게 직접 건네거나(32.3%) 종교단체(24.5%)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기부에 대한 우호적인 마인드도 점차 확산돼 나눔문화의 전망을 밝혔다. 실제로 15세 이상 인구 중 향후 1년 이내에 기부할 의사가 있는 사람은 지난해 기준 48.2%로 2011년(45.8%)보다 2.4%p나 늘어났다. 지난해 기부참여자는 80.7%가 재참여 의사를 보인 반면, 미참여자는 31.0%가 향후 기부할 의사를 보여 주목됐다. 유경험자일수록 기부에 대해 열려있다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향후 유산을 기부하겠다는 의견도 기부참여자(49.3%)가 미참여자(28.2%) 보다 뚜렷이 높았다.

대전 거주 고소득 가정의 10대가 자원봉사↑

4·19 혁명 54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달 18일 서울 성북구 안암로 고려대학교에서 ‘4·18 희망나눔 마라톤’에 참가한 고대생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고려대에서 국립4·19민주묘역까지의 16.4km를 완주하면 한 명당 1만6,400원을 기부하게 된다.
지난 몇 년간 기부참여율이 늘어난 것처럼 자원봉사참여율도 상당 부분 상승했다. 2006년 14.3%에 불과했던 15세 이상 개인의 자원봉사참여율은 지난해 17.7%로 3.4%p 증가했다. 2009년(19.3%)과 비교해 다소 줄어들었지만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봉사활동 점수 때문에 참여율이 비약적으로 높은 10대(15~19세)를 제외하면 지난해 성인(20세 이상)들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12.8% 수준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실제로 10대의 참여율이 75.4%로 매우 높은 데 비해 60세 이상(7.8%), 30대(11.2%) 등 여타 연령층의 참여율은 여전히 높지 않았다.

기부참여율과 마찬가지로 자원봉사참여율 또한 가구소득과 비례해 높아지며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월평균소득 600만원 이상(26.9%), 500만원 이상 (23.9%), 400만원 이상(20.7%) 등 고소득 계층의 자원봉사참여율은 전체 평균인 17.7%보다 높은 수준에 위치해 있었다.

지역별로 따져보면 대전(22.4%), 경남(21.6%), 제주(21.5%), 광주(21.2%), 충남(21.1%) 지역의 경우 자원봉사참여율이 20%를 상회한 반면, 서울(15.8%), 인천(16.2%), 대구ㆍ경북(16.5%), 부산(16.6%) 지역에서는 16% 내외를 기록했다. 대전의 경우 기부참여율과 자원봉사참여율 모두에서 전국 1위를 기록, '나눔문화 1위 도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마음과 현실의 괴리 커

지난해 자원봉사참여자들은 직장ㆍ학교, 종교단체 등을 통해 자신이 활동한 자원봉사 단체를 가장 많이 인지했다. 남성들의 경우 직장ㆍ학교를 통해, 여성들은 종교단체를 통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인지해 주목됐다. 20대의 경우 인터넷을 통한 비율도 11.4%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자원봉사 활동 분야로는 아동ㆍ청소년ㆍ노인ㆍ장애인 분야가 61.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환경보전ㆍ범죄예방이 19.3%를 차지해 뒤를 이었다. 전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 비율은 최근 들어 계속 증가하는 반면, 후자의 경우 감소 추세라 향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별로 따져볼 때 남성은 환경보전ㆍ범죄예방 분야에서 여성은 자녀교육 분야에서의 자원봉사 활동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자원봉사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한 사람들의 비율은 42.1%로 지난해 실제 참여율(17.7%)보다 24.4%p나 높았다. 할 마음은 있지만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자원봉사에 뛰어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반면, 지난해 자원봉사 참여자 중 86.2%는 계속 참여의사를 보인 반면, 자원봉사 미참여자 중 32.6%만 '향후 참여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점도 눈에 띈다. 어려운 여건에 있더라도 실제로 자원봉사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헌혈, 장기기증도 점차 늘어

헌혈, 장기기증 등 생명나눔에 뛰어든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헌혈실적은 291만4,000건으로 2006년의 230만 3,000건)보다 61만1,000건이나 증가했다. 그중 여성의 헌혈실적이 늘어나면서 그 비중이 22.2%에서 30.1%로 7.9%p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젊은 층일수록 헌혈실적이 많았다. 10대와 20대의 헌혈 비중은 지난해 기준 78.6%를 기록, 30~40대의 18.8%보다 월등히 높았다. 다만, 40대 이상의 헌혈 비중이 2006년 5.9%에서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9.0%로 증가한 점은 고무적으로 해석된다. 10~20대의 선전에 힘입은 것일까. 우리나라 헌혈률(2011년 기준, 약 5.3%)은 호주(5.9%)보다는 다소 낮지만 일본(4.1%), 프랑스(2012년, 4.9%), 캐나다(4.9%) 보다는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장기기증자 수는 지난해 2,375명으로 2012년(2,525명)보다는 150명 줄어들었지만 2006년과 비교하면 600명(1.3배)이나 늘었다. 장기기증자는 기증 시점에 따라 생존 시, 뇌사, 사후 기증자로 구분하는데 우리나라의 뇌사 장기기증자는 지난해 17.5%를 차지해 2006년(7.9%)보다 2배가량 늘어났다.

지난해 장기이식 건수는 3,740건으로 2012년(3,959건)에 비해 219건 줄었으나, 2006년(2,344건)에 비해서는 1,396건(약 1.6배) 증가했다. 뇌사 장기기증자로부터 장기를 이식받은 건수의 비중도 2006년 25.4%(596건)보다 20.5%p 증가한 45.9%(1,716건)를 기록했다.

● 30대 기업 기부금 얼마나 냈나


이홍우기자


삼성전자 4900억 1위… KT·네이버 순

세월호 침몰 사고로 각계각층의 기부 행렬이 전국 각지에서 찾아드는 가운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넥슨, 교촌치킨 등 기업들의 기부도 잇따라 이어져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지난해 가장 많은 기부금을 낸 기업은 어디일까.

CEO스코어에서는 최근 금융ㆍ공기업을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들의 기부금 내역을 공개한 바 있다. 재계 1위 삼성전자는 가장 많은 기부금을 쾌척한 기업으로 꼽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4,953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지출했다. 2012년의 2,353억원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매출 대비 기부금 비율도 2012년 0.117%에서 지난해 0.217%로 대폭 상승했다.

1,315억원의 기부금을 지출한 KT가 차지했다. KT 역시 2012년 990억원에서 무려 32.9%나 기부금을 늘렸다. KT의 경우 작년 매출이 2012년 대비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던 만큼 매출 대비 기부금 비율도 0.416%에서 0.552%로 훌쩍 뛰었다.

1,162억 원을 기부한 네이버는 기부금 액수로는 3위를 기록했지만 매출 대비 기부금 비율(5.024%(에서는 조사 기업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여타 100대 기업에 비해 매출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2년에도 네이버는 재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매출의 1.1% 수준인 253억 원을 기부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2012년 대비 3.2%나 감소했음에도 기부금을 4.6배나 늘려 5%대의 기록적인 비중을 선보였다.

그밖에 SK텔레콤(821억원, 0.494%), ㈜CJ(820억원, 0.435%), 현대자동차(751억원, 0.086%), 포스코(609억원, 0.099%) 등이 네이버의 뒤를 이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