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 악재를 만난 거대 여당 새누리당 내부에 미묘한 균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자칫 선거 정국에 내부의 파벌싸움과 외부의 야권 공격이라는 외통수에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균열의 원인은 공천을 둘러싼 다름 아닌 친박과 비박계의 갈등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가 독자노선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이에 새누리당 주변에서는 '친박필패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비박계는 친박계 내부의 인재부재를 우려하고 있다. 친박진영에서 지방선거에 나올 주자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경북 지역을 제외한 타 지역에 친박은 없다"는 말이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수도권 3곳(서울ㆍ경기ㆍ인천)과 충청권 4곳(대전ㆍ충남ㆍ충북ㆍ세종)의 승패가 전체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당장 서울시장 후보 경쟁을 살펴보면 친박진영에서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이 감지되지 않는다.

최근 출마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김황식 전 총리를 제외하면 정몽준 의원 등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데, 그마나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야권연대 후보와 매치를 할 경우 당선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경기지사 선거도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세월호 사건후폭풍으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천도 재선을 노리는 민주당 송영길 후보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송 후보는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있기도 하다. 새누리당에서 친박계 유정복 후보 나섰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로 지지율이 떨어져 승리를 점치기가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친박계는 내부적으로 비상이 걸렸다. 각종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정작 후보가 시원치 않은데다 친박-비박 갈등 조짐까지 비치고 있어 당 지도부의 애가 타는 분위기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수도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국 광역 도지사 선거를 살펴봐도 여러 면에서 새누리당, 특히 친박이 불리하다. 그나마 경상북도 정도만이 친박인사가 당선 0순위이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비박계나 야권주자들이 접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제는 대구지역이다. 대구는 박근혜 대통령의 텃밭으로 유명한 곳인데 이번에 친이계인 권영진 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야권 후보인 김부겸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친박계 입장에서는 이미 지방선거 참패 조짐과 더불어 이미 텃밭을 놓쳤기 때문에 지방선거 이후 박근혜 레임덕 등 심각한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