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연봉? 일단 총수일가여야…

최태원 SK그룹 회장 301억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140억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131억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지난 3월 최초로 공개된 개별 임원의 보수액을 본 국민들의 입은 쉽사리 다물어지지 않았다. 단순히 많을 것이라 생각만했던 회장님들의 연봉이 실제로도 수백억원을 넘나들었기 때문이었다. 회장님뿐만이 아니었다. 이제 갓 30줄을 넘어선 회장님 자녀들도 수십억원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샐러리맨의 신화'라며 고액 연봉의 전문경영인들을 아무리 추켜세워봤자 어차피 총수일가에는 못 미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셈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총수일가들은 전문경영인들보다 많은 보수를 받을까. 경제개혁연구소는 '2013년 개별임원의 보수액 분석-대규모기업집단 소속회사와 기타회사 간 비교분석' 보고서를 통해 "총수일가의 경우 전문경영인보다 평균적으로 많은 보수액을 받았다"며 "이는 직급, 연령,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나타난 결과"라고 평가했다.

대기업 소속, 총수일가일수록 ↑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2014년 3월 31일 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12월 결산법인 1,666개사에 소속된 임원 중 5억원을 초과하는 보수를 받는 사람은 418개사의 586명(641명 중 중복된 개인 제거)이었다. 이들이 받는 연간 보수 평균액도 12억6,100만원에 달했다.

5억원 이상의 고연봉 임원 중에도 소위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대규모기업집단(공정위 지정)에 소속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보수액 차이는 컸다. 대기업 소속 임원 287명의 연간 평균 보수액은 14억4,000만원으로 기타 기업집단에 소속된 회사 임원 354명의 보수액(11억1,500만원)보다 3억2,500만원(29.15%)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흥미로운 점은 총수일가의 경우도 대기업에 소속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보수액 차이가 상당했다는 점이다. 소속 회사의 규모와 관계없이 비슷한 보수가 책정된 전문경영인들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대기업 소속 계열사 임원으로 있는 총수일가의 경우 104명의 평균 보수액이 17억5,900만원인데 비해 기타 회사 총수일가 227명의 보수액은 10억3,000만원으로 그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반면, 전문경영인의 경우 대기업 소속(12억6,000만원)이나 기타 회사 소속(12억6,700만원)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경영성과 관계없이 총수일가면 ↑

물론 총수일가의 보수액이 많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들이 받는 보수액 대부분이 경영성과와 무관하게 책정된 것이라는 점이다.

경제개혁연대에서 세부항목별 보수액과 비중을 살펴본 결과 대기업 소속 총수일가의 경우 전체 보수항목 중에서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64.65%로 가장 높았으며 '성과급'(18.23%), '상여'(14.06%)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전문경영인의 경우 '급여'의 비중이 41.89%였고 '상여'(21.46%), '성과급'(17.69%), '퇴직금'(15.85%) 순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총수일가 보수의 78.71%가 고정급인 급여와 상여라는 사실은 이들이 성과와 큰 관계없이 보수액을 수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기타 회사 총수일가의 경우에도 전체 보수항목 중에서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73.73%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상여'(14.82)가 높았다. 그러나 '성과급' 및 '퇴직금'은 4.13%와 6.54%로 그 비중이 미미했다.

보수액을 기준으로 살펴봐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대기업 소속 총수일가와 전문경영인의 경우 전체 보수액 차이가 1.40배였고 고정급 성격인 급여와 성과급의 차이는 2배를 넘었다. 기타 회사의 경우 퇴직금과 주식매수선택권 때문에 총수일가가 전문경영인에 비해 적은 보수를 받는 듯 했다. 그러나 급여항목에서는 총수일가가 전문경영인보다 2배 이상을 받았고 상여 역시 1.50배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일회성이 짙은 데다 성과보다 근속연수의 비중이 큰 '퇴직금' 항목을 제외하고 보면 총수일가와 전문경영인 간의 보수액 차이가 더욱 벌어진다. 전체 보수액에서 퇴직금을 제외시킬 경우 대기업 소속 총수일가의 평균 보수액은 17억5,900만원에서 17억2,100만원으로 2.16% 줄어든 반면, 전문경영인의 보수는 12억6,000만원에서 10억6,000만원으로 무려 15.87% 줄어든다. 재산정한 보수액을 비교한 결과, 대기업 소속 총수일가가 전문경영인보다 1.51배의 보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성기의 대표이사 아니어도 ↑

직급별, 연령별로 나눠 살펴봐도 총수일가의 보수액이 전문경영인과 비교해 월등했다. 특히, 이러한 결과가 기타 회사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더욱 확연히 나타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대기업 소속 계열사의 동일한 직급을 지닌 총수일가와 전문경영인의 보수액을 비교해 본 결과, 대표이사인 경우 총수일가가 전문경영인의 1.62배(20억1,200만원, 12억4,200만원), 이사인 경우 1.38배(13억6,100만원, 9억9,000만원)의 보수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총수일가가 이사직을 맡는 경우에도 전문경영인이 대표이사를 맡을 때보다 1억1,900만원(1.10배)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됐다. 반면, 기타 회사들의 경우 대표이사와 이사 직급간 총수일가와 전문경영인 간의 보수액 차이는 대기업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대가 최고경영자로서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나이로 꼽히는 50세 이상 70세 미만을 중심으로 총수일가와 전문경영인의 평균 보수액을 확인해본 결과도 눈에 띈다.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총수일가의 경우 전문경영인에 비해 50세 미만(15.8%)과 70세 이상(9.9%) 연령대의 비중이 높았다. 기타 회사들의 경우 총수일가는 70세 이상 비중(14.1%)이 높은 반면 전문경영인은 50세 미만(29.3%)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는 이들 회사들에 있어서 전문경영인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