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부터 고깃집 사장님까지 각양각색 '인생 이모작'

김연아
가 은퇴했다. 지난 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 아이스링크에서 '은퇴식'으로 열린 '삼성 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를 마지막으로다. 이제 '피겨여왕' 는 '일반인 '로 돌아온다.

최대 관심사는 의 향후 행보에 맞춰졌다. 는 신중히 미래를 그릴 계획이라며 말을 아꼈다. 세간에선 각종 방송 출연부터 프로진출, 지도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자선사업 등 이후 행보에 대한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은퇴한 스포츠 스타들의 현주소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의 인생 1막은 화려하다. 일거수일투족에 스포트라이트가 따라다닌다. 자연스레 부와 명예는 보장된다. 그렇다면 은퇴 후에는 어떨까. 과거 스포츠 스타의 현주소를 들여다 봤다.

감독과 지도자 인기 진로

운동선수는 다른 직업에 비해 생명력이 짧다. 30대 중·후반이 통상적인 은퇴 시기다. 이후 스포츠 스타들은 현역에 머물 때보다 처절한 생존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렇다면 그라운드를 떠난 스포츠 스타들은 과연 어떤 인생 2막을 살고 있을까.

은퇴한 스포츠 스타들이 가장 선호하는 진로는 감독·지도자다.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경 변화에도 위화감이 덜하다는 점이 메리트다. 안정적 인생설계가 보장되는 셈이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선동열 KIA 타이거즈 감독, 허재 전주 KCC 이지스 감독, 임오경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감독 등이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 출신 감독들이다. 이들은 현역 시절 화려한 명성에 걸맞은 리더십을 발휘하며 자신의 팀을 이끌고 있다.

먼저 홍명보 감독은 2012년 런던올림픽 축구대표팀을 이끌며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하는 결실을 이뤘다. 지난해부터는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되는 등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현재 브라질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최고의 팀 조성에 골목하고 있다.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 감독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맡았다. 그동안 팀을 3번이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은 공신이다. 2012년부터는 기아 타이거즈 감독을 맡아 과거 해태 타이거즈의 중흥을 노리고 있다.

'농구대통령' 허재 감독은 2004년 미국 페퍼다인대학교 농구부 객원코치를 거쳐 2005년부터 프로농구 전주 KCC 이지스의 사령탑에 선임됐다. 2009년에는 국가대표 감독을, 2011년부터는 제26회 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팀을 이끌었다.

영화 '우리 생에 최고의 순간'의 모델이 된 임오경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감독은 2008년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창단 감독으로 부임했다. 여성 최초 한국 실업팀 감독이었다. 그리고 지난 6일 핸드볼 코리아리그에서 서울시청을 우승시키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밖에 문경은 서울 SK 나이츠 감독과 이상민 서울 삼성 썬더스 감독, 김영만 원주 동부 프로미 감독, 등은 농수 스타 선수 출신이다. 또 야구와 배구 선수 출신으로는 이종범 한화 이글스 코치와 김호철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감독이 있다.

대학 교수로 변신해 강단행

그라운드를 대학 강단으로 바꾼 이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인물이 '모래판의 황제' 이만기다. 이만기는 은퇴 후 인제대학교 사회체육학과 전임강사로 변신했다. 이후 자신이 몸소 체험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후학 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2000년에는 중앙대학교에서 체육학 박사학위를 받아 정식으로 교수의 길을 열어젖혔다. 현재 인제대학교 사회체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시에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최근 김해시장 예비후보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대학 교수를 많이 배출한 건 유도다.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병근 교수와 LA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조용철 교수, '업어치기의 달인' 전기영 교수 등이 모두 용인대 유도 관련 학과에서 교수로 활동 중이다.

또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재엽 동서울대 경호학과 교수와 애틀랜타올림픽 여자 유도 금메달리스트 조민선 한체대 체육학과 교수,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하형주 동아대 스포츠과학대학 경찰무도학과 교수 등도 스타급 유도선수 출신 교수다.

배구에서는 장윤창 경기대 체육학과 교수와 이종경 경기대 사회체육학과 교수, 엄한주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 교수 등을 꼽을 수 있고,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는 최초의 대학 교수인 김봉연 극동대 사회체육학과 교수가 있다.

또 과거 세계 양궁 여왕으로 군림했던 김진호씨는 한체대 경기지도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역도의 '작은 거인' 전병관씨는 경희대 스포츠지도학과 교수, 체조의 여홍철씨도 경희대 체육학부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레슬링 선수 출신으로는 '빠떼루 아저씨'로 잘 알려진 김영준 경기대 스포츠과학대학원 교수가 있다. 현재 기업인으로 변신한 서울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김광선씨도 과거 육군사관학교 복싱 과목 교수 재직한 경력이 있다.

이밖에 '아테네올림픽의 영웅'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은 과거 동아대 태권도학과에서 태권도 경기론을 가르친 바 있으며, 탁구 선수 출신의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도 한때 용인대 사회체육학과 교수를 맡은 바 있다.

최근 '스포테인먼트' 각광

방송에 나가는 경우도 있다. 과거 활동하던 종목의 해설위원으로 종사하는 게 통상적이다. 농구의 우지원(SBS ESPN)을 비롯한 야구의 양준혁(SBS), 박재홍(MBC스포츠플러스), 배구의 김세진(KBS N), 김상우(MBC스포츠플러스), 이숭용(XTM)등이 그런 사례다.

그러나 최근엔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인 '스포테인먼트'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촉매제는 강호동이다. 강호동은 씨름판에서 내려온 뒤 MBC 특채 개그맨으로 뽑히면서 연예계에 입문했다.

개그맨으로서 변신에 성공한 강호동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신의 감춰뒀던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만능 방송인으로 떠올랐다. 안정된 진행 능력을 보이면서 MC로서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강호동의 성공 이후 스포츠 스타들의 본격적인 방송 진출이 시작됐다.

그리고 최근 이런 추세는 도드라지고 있다. 실제 일찌감치 은퇴를 선언하고 전문 방송인 겸업을 선언한 2002 한일 월드컵의 주역 송종국은 지난해 초 '아빠 어디가'에 출연하며 예능인으로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주로 케이블채널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7월 MBC의 축구해설위원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송종국은 1월말 '아빠 어디가'에서 하차한 후 시즌2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 열리는 브라질월드컵 해설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여기서 최근 송종국과 더불어 월드컵의 또다른 주역이었던 안정환도 '아빠 어디가' 시즌2에 합류했다. 이를 통해 안정환 역시 출연 확정 직후 2014 브라질월드컵을 비롯한 MBC의 축구 관련 프로그램에서 해설을 맡게 됐다.

이외에 야구선수 출신 양준혁도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자격'에 출연하며 예능에 발을 들였다. 또 농구선수 출신 우지원도 MBC '댄싱위드더스타3'로 예능계에 출사표를 던졌고, 스케이트 선수 출신 김동성도 '출발드림팀'을 통해 예능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회공헌에 양팔 걷기도

스포츠 관련 공헌활동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그간 세계 여자 역도를 지배해온 장미란은 2012년 '장미란재단'을 설립해 공헌활동을 펴고 있다. 재단은 어려운 환경에서 스포츠인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꿈나무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드림장학사업'을 하고 있다.

재단은 또 매달 전국의 학교 한곳씩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스포츠 멘토링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멘토링 교실엔 수영의 박태환, 배드민턴의 이용대, 펜싱의 남현희 최병철, 태권도의 황경선, 탁구의 유승민,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 체조의 양태영 등이 참여하고 있다.

박찬호도 은퇴 이후 야구 꿈나무를 위해 활동하며 보람찬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찬호의 사회공헌활동은 현역 시절부터 시작됐다. 1997년 '박찬호장학재단'을 설립하면서다. 재단은 2012년까지 모두 300여명의 학생들을 지원해왔다.

박찬호는 국내 복귀 당시에도 계약금과 연봉을 모두 유소년 및 아마추어 야구를 위해 기부했다. 또 전국초등학교야구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은퇴 프로야구인 모임인 일구회로부터 '일구대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포츠와 무관한 직종 진출

스포츠와 전혀 무관한 직종에 투신한 이도 눈에 띤다. 먼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사격 소구경소총 복사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사격의 전설' 이은철씨는 IT사업가로 변신해 연매출 100억원을 올리는 기업인이 됐다.

190㎝의 장신으로 1970년대 한국축구를 주름잡았던 김재한씨는 국가대표 은퇴 이후 금융인으로 변모해 2004년 KB신용정보 부사장까지 지낸 바 있다. 이후 2005년 민간중소기업인 사카스포츠 부사장으로 영입돼 2007년 사장직에 오르기도 했다.

WBA복싱 주니어플라이급 세계챔피언인 유명우씨는 서울 송파에서 250석 규모의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은퇴 후 친척이 운영하던 예식장 일을 돕다 자신의 이름을 건 설렁탕집을 오픈한 데 이어 대형 오리고기 체인점을 운영하면서 잘나가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출신의 배대웅씨는 갈비집을, 해태 타이거즈 출신의 최해식씨는 중국음식점을 내 성업 중이다. 최해식씨와 같은 팀 출신의 이상윤씨는 전라남도 영암에서 대형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