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탁 받고 규정 위반 인사이동, 핵심보직 꿰차… 청탁수사 심각권력형비리 수사 경찰 윗선 뒷돈 받고 사건무마 정황 경찰 수뇌부 인사 곳곳에 이권개입 흔적에도 제 식구 감싸기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해양경찰에 대한 여러 문제점들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해양경찰뿐만 아니라 경찰에 대한 문제도 잇따라 제기돼 향후 청와대와 경찰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세월호 참사로 해경의 총체적인 문제가 그 실체를 드러냄에 따라 세월호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해경이 재난매뉴얼에 따라 제대로 대응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해경 조직을 수술대 위에 올려야 한다는 여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이 불길은 경찰로 옮겨 붙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최근 경찰조직도 해경과 같이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인사청탁비리, 뇌물수수, 제 식구 감싸기, 특정인맥 끌어주기 등등 해경과 닮은꼴이다. 일부에서 해경에 대한 개혁과 더불어 경찰도 개혁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경찰은 구조업무 보다 민생치안과 사건수사를 주로 담당하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와 같은 논란에 휘말린 적은 없으나 부실수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한두 번 아니다. 해경 문제와 더불어 불거지고 있는 경찰의 난맥상을 살펴보면 경찰 내부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된다.

학연, 지연 엮인 승진이 핵심

해경은 인맥으로 연결된 그들만의 커넥션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가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는가 하면 해경의 핵심인사가 이권문제에도 개입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나 이 부분을 검찰이 조사 중이다. 또 불필요한 부분에 예산을 낭비하고 정작 중요한 부분에는 소홀한 점도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경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간한국>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경찰도 인사청탁 등과 같은 인사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불투명한 경찰의 인사 시스템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경찰청 모 부서에 근무하는 A씨가 경찰의 부적절한 인사의 전형적인 예다. A씨는 지난 2012년 경 승진해 다른 기관에 파견근무를 나갔다가 올해 경찰청의 해당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정상대로라면 A씨는 경찰청 해당 부서로 올 수 없다. 이는 인사규정에 명시된 틀을 벗어난 인사이동이라는 것이다.

A씨가 해당 부서에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해 낸다면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그렇지 못한 탓에 A씨로 인해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근무시간에 부하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하루 종일 낮잠을 자는 것은 다반사이고 업무에는 거의 관심도 없다. 심지어 해당 부서 업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조사업무와 관련해 무조건 자신의 지시대로만 하라고 강요해 실질적으로 부서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그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A씨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는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내 뒤에는 나를 봐주는 높은 분이 계신다"는 식의 발언을 자주해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빈말이 아닌 듯하다. 실제로 그는 차기 경찰청장으로 유력한 ○○지방경찰청장과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또 A씨가 해당부서로 자리를 옮길 당시 해당 부서를 관리하는 상급부서에 A씨의 인사를 요청하는 청탁압력이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내용은 이미 경찰청 내부에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또 A씨와 관련해 여러 경로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경찰청 상부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사실관계 확인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A씨는 현재 부서가 아니라 청와대 파견 근무를 희망하고 있어 그가 청와대로 가게 될 것이라는 말도 무성하다는 점이다. 해당 부서 업무에 전문성도 없고 열정도 없는 A씨가 부서 책임자로 자리 잡고 있어 현재 경찰청의 해당 부서는 실적이 전 부서장이 있을 때에 비해 대폭 하락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해당 부서의 직원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권 얽힌 청탁수사 만연

경찰은 이권관계를 위해 알게 모르게 청탁수사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의 한 경찰서가 수사하고 있는 사건은 겉으로 보기엔 일반적인 기업관련 경제팀 수사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악취가 심하게 난다. 이 사건은 모 국가 감독기관 관계자가 해당 경찰서 B경관에게 사건 청탁을 한 정황이 상당하다.

이 기관에서 근무하는 K씨는 기관에서 관리하는 모 단체에 셀프재취업을 할 목적으로 일종의 길들이기를 B경관에게 요청한 것이다. K씨는 전부터 이 단체의 여러 이권에 개입해 왔으며 B경관 역시 K씨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이 단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체 관계자를 직접 만나 사실 내용을 확인한 결과 이 단체 내부 핵심관계자들과 B경관이 전부터 이권관계로 얽힌 정황이 포착됐다.

B경관은 이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한 후 정식으로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하는 사건으로 청탁수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사건청탁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B경관은 앞서 "해당 단체에 아는 관계자가 아무도 없으며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했다가 나중에 단체 관계자의 증언을 제시하자 "(단체 핵심 관계자와) 알고 지내는 사이는 맞다. 하지만 사건 조사 문제로 만난 적은 없다"고 둘러댔다.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 중 이처럼 인지사건이나 고소사건을 빙자한 청탁사건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상부에서는 이 같은 부분에 대해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있지도 않고 이 부분에 대해 민원을 제기해도 역시 '가재는 게편'일 뿐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다.

심지어 검사가 자신이 맡고 있는 사건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경찰에 관련된 사건을 청탁수사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의 경우 급한 사안이 아니라면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잠시 뒤로 미루기도 하지만 고의적으로 수사에 속도를 붙여 사건을 확대하는 일도 있다. 서울경찰청 수사담당 부서에서 수사하고 있는 한 사건은 모 검사가 이 같은 목적을 위해 청탁한 수사라는 정황이 뚜렷한데 수사의 공정성과는 무관하게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찰청 핵심 인사와 가깝다는 경관이 사건무마를 해준다는 명목으로 뒷돈을 받아 챙기는 경우도 있다. 최근 경찰청 특수과는 P사에 대한 수사를 벌여 혐의 입증을 위해 강도 높은 조사를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사건브로커의 개입과 경찰 내부관계자의 사건무마 노력으로 결국 몸통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이 사건은 이명박 정권 당시 실세와 연루된 가능성도 있어 수사 관계자들의 기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하지만 이 사건의 무마로비에 사건수사와 무관한 경관이 연루된 의혹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청 안팎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