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운석 가치는 천차만별… "운석 최초 발견자에 소유권"정부, 진주 운석 직접 매입 의사… 소유주와 가격 협상으로 '난항'운석 평균 거래가는 g당 3~5달러… 첼랴빈스크 운석 g당 10달러 선

지난해 로또(Lotto) 복권의 1등 평균 당첨 금액은 18억 원이었다. 1부터 45까지의 숫자 중 6개를 모두 맞춰야 하는 로또. 1등 당첨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올해 로또보다 큰 관심을 받았던 운석이 떨어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1m 이상의 유성이 운석으로 떨어져 한반도에서 발견된 확률은 3000분의 1 정도지만, 집에서 운석을 줍는 것은 아주 희귀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정부가 진주 운석의 학술적 가치를 인정해 직접 매입할 의사를 밝혔다. 정부와 운석 소유주가 제시한 가격의 차이가 커서 운석의 값어치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로또 뺨치는 돌, 운석의 가치는 대체 얼마인 걸까.

"270억"vs "3억 5000만원"

지난 3월 9일 밤, 한반도에 별똥별이 떨어졌다. 서울 목동, 경기도 하남, 충남 논산, 경북 칠곡 등 전국 곳곳에서 "하늘에서 커다란 불덩어리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다음 날인 10일, 경남 진주시 대곡면에 위치한 한 파프리카 농장에서 약 9.36kg의 까만 돌이 발견됐다. 농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알고 보니 정체는 운석이었다. 이후 이 파프리카 농장과 5km 이내로 떨어진 곳에서 3개가 추가 발견됐다. 이로써 진주에서 발견된 운석은 총 4개로 무게는 모두 합쳐 35kg이다.

지난 14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문화재청, 관련 연구기관 및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범부처운석태스크포스팀(TFT)은 "운석 최초 발견자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운석 확보컨소시엄을 통해 진주에서 발견된 운석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진주에서 떨어진 운석 4개의 총 가치를 약 3억5,000만원으로 매겼다. 이는 진주 운석의 가치를 g당 1만원 상당으로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운석 발견자들은 그보다 80배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어 이 경우 최고 가격이 270억에 달해 매입에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 제시 가격이 알려진 직후 한 운석 발견자는 "우리 정부가 운석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줘야 한다"며 "운석을 고가에 살 국내외 구매자와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세 번째 운석(408g)을 발견한 이주형(36)씨는 "소유권만 갖고 많은 사람들이 운석을 관람할 수 있게 무료로 전시하고 싶다"고 밝혀 운석 발견자들 사이에도 가격을 두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별에서 온 '대단한 돌'

진주에서 발견된 운석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운석은 지구의 중력 탓에 지구로 낙하하는 지구권 밖의 암석인데, 고속으로 지구 대기를 통과하기 때문에 표면이 녹거나 증발해 일부만 지표면에 도달한다. 진주 운석 역시 전국에서 '별똥별'로 관찰되는 동안 표면이 타들어가다가 남은 일부가 떨어져 발견된 것이다.

진주 운석은 71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운석이자 최초로 국내 소유가 될 수 있는 운석이다. 범부처운석태스크포스팀에 따르면 진주에서 발견된 운석은 모두 검푸른 색에 자성을 띠고 있는데, 종류는 석질운석으로 '오디너리 콘드라이트 H5'류로 판명됐다. 전세계에 공식 보고된 운석 4만여 개 중 90%가 콘드라이트 암석이다. 이 중 진주 운석과 같은 오디너리 콘드라이트 H5류가 40%를 차지하는데 국제 시세는 g당 약 3~5달러(3,070원~5,110원)에 형성되어 있다. 정부는 진주 운석이 국내에서 갖는 남다른 의미를 인정해 매입 시세를 g당 1만원 선에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500년 전에도 진주에서 운석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다. 좌용주 경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에 따르면 1492년 진주에 석질운석이 낙하한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왕조실록 > 성종 23년에는 경상도 관찰사 이극돈이 진주에서 운석을 발견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실록에는 "지난 4월 초1일에 벼락이 치고 큰 비가 내릴 적에 진주에 운석이 떨어져 1척이나 땅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정병 강계손이 땅을 파고 찾아내니, 빛깔은 뇌설과 같고 모양은 복령과 같았는데 손톱으로 긁으니 손톱에 따라 가루가 떨어졌습니다"라는 얘기가 적혀 있다.

화성에서 온 돌이 '귀한 몸'

해외에서 거래되는 운석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물론 운석의 종류와 가치에 따라 가격은천차만별이다. 달이나 화성에서 온 운석은 '귀한 몸' 대접을 받는다. 소행성이 달이나 화성에서 충돌 후 우주로 떨어져 나온 파편이 지구에 떨어질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g당 100만원이 넘게 거래되기도 한다.

진주 운석과 러시아의 첼랴빈스크 운석의 가치를 일괄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는 소행성체가 공중 폭발한 바 있다. 첼랴빈스크 운석은 지름 약 20m, 총 중량 1만3,000t 크기로 금속 함량이 적은 LL타입의 콘드라이트다. 상공 27km에서 폭발하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는데, 이로 인해 1,600명이 부상하고 건물 7,000여 채가 파손됐다.

첼랴빈스크 인근 호수에서 인양된 운석 조각은 총 650kg 가량이었다. 당시 운석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므로 시세가 그램 당 한화 약 240만원 정도로 책정됐다. 이 중 가장 큰 조각의 무게가 570kg에 달해 희귀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현재 이베이에서 거래되는 첼랴빈스크 운석 파편들의 경우 g당 평균 10달러(한화 약 1만24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