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간판 달고 제2의 전성기 겨냥포스코·현대백·세아 등 계열사 최근 잇따라 사명 변경해 눈길모기업 사명 달아 이미지 강화부실기업의 이미지 쇄신 위해 기존 이름 버리는 경우도 다수

최근 사명을 바꾸는 기업들이 부쩍 눈에 띈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이미지 강화를 위해 모기업의 사명을 더하거나, 부실기업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기존의 이름을 버리기도 했다. 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독자적인 색채를 내기 위해 간판을 바꾼 경우도 있었다.

그간 주요 대기업들이 이름을 변경한 사례는 적지 않다. 그러나 사명 교체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데다 자칫 기업 가치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다. 그럼에도 최근 기업들의 사명 교체작업이 이어지는 건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사명 변경 기업 속출

최근 사명을 변경한 기업들 중에선 '이미지 강화'와 '시너지 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모기업의 사명을 더하는 경우가 많았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기술투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지난달 포스텍기술투자에서 지금의 사명으로 간판을 바꿨다.

비슷한 맥락에서 같은달 세아그룹 계열 스틸튜브 생산 업체인 한국번디도 세아FS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AIG손해보험 보험판매 계열사인 컴파스어드바이저 역시 AIG어드바이저로 모기업의 이름을 사명에 추가했다.

앞서 지난 2월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한 가구업체 리바트도 현대리바트로 사명을 바꿨다. 현대건설 목재사업부에서 출발한 리바트는 앞서 1998년 현대리바트로 이름을 변경한 바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그해 퇴출기업에 선정됐고 이후 16년 만에 다시 이름을 찾았다.

부실기업 낙인이 찍힌 회사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사명을 바꾼 경우도 있다. STX그룹이 해체되면서 떨어져 나온 STX팬오션은 지난해 11월 사명을 팬오션으로 변경했다. GS그룹에 인수된 STX에너지는 GS E&R로 이름을 바꿔 STX의 이미지를 지웠다.

여기에 이른바 '동양사태'로 이미지가 실추된 동양증권도 대만 위안다증권을 주인으로 맞은 후 동양 간판을 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도 2009년 장기 파업의 여파로 남아 있는 부정적 인상을 씻기 위해 현재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방계사가 독립적인 이미지 구축을 위해 사명을 변경한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LF로 사명을 교체한 LG패션이 그렇다. LF는 2007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 매년 LG에 라이선스 사용료를 지불하면서 'LG패션'이라는 상호를 써온 바 있다.

글로벌 경영환경 대응

과거에도 많은 대기업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사명을 변경해왔다. 특히 글로벌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경우가 많았다. 1990년대 기업의 세계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명을 영문 약자로 교체하는 추세가 이어졌다.

그 시작은 1995년 구본무 LG그룹 회장 취임과 동시에 사명을 바꾼 LG그룹이다. LG그룹은 최초 사명인 '락희'에서 1984년 주력사인 금성전자의 이름을 합친 럭키금성을 거쳐 LG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럭키금성(Lucky Goldstar)'의 첫 자를 땄다는 해석이다.

SK로 사명을 변경한 선경그룹도 비슷한 경우다. 선경은 1930년대 직물 수출 기업인 '선만주단'과 일본의 견직 기업인 '경도직물'의 합작사인 '선경직물'에서 유래했다. 이후 최태원 SK그룹 회장 취임 직전인 1997년 영어약자인 SK로 사명을 변경했다.

KT&G는 2002년 민영화가 되면서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이름을 바꿨다. KT&G는 한국담배인삼공사(Korea Tabacco & Ginseng)의 영문 약자다. 하지만 사명을 변경하면서 KT&G는 자사의 사명을 'Korea Tomorrow & Global(한국 미래 & 글로벌)'의 약자라고 밝혔다.

주력 제품명이 사명되기도

회사의 주력 제품명이 사명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코오롱그룹이 그렇다. 코오롱은 전신인 '한국나이론'이 만든 한국 최초의 나일론 원사 제품 이름이었다. 코리아 나일론을 줄여 코오롱이라고 제품명을 지었는데 제품의 반응이 좋자 1977년 사명으로 대체했다.

쿠쿠 역시 제품이 사명이 된 대표적 사례다. 쿠쿠의 전신인 성광전자는 '쿠쿠'라는 브랜드로 전기밥솥을 출시했다. 이 제품이 성공하면서 쿠쿠라는 브랜드네임이 사명의 인지도를 앞서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성광전자는 사명을 아예 '쿠쿠'로 바꿨다.

집안의 견제로 이름을 변경한 일도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2008년 신흥증권을 인수하면서 회사 이름을 '현대IB증권'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계열사인 현대증권과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발했고 결국 HMC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바꿔야 했다.

다소 황당한 이유로 사명을 교체한 회사도 있다. 1993년 한국화약그룹에서 사명을 바꾼 한화그룹이 이런 사례다. 한화그룹이 사명을 바꾼 건 한국화약그룹을 영어 또는 중국어로 사용할 경우 테러집단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어서다.

한편 사명 변경을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워낙 알려진 기업명 때문이다. 대우증권와 대우중공업, 대우건설 등이 그 사례다. 부실 기업이미지 탈피도 중요하지만 명성이나 해외 지명도 때문에 사명을 바꾸는 게 오히려 모험이라는 판단에서다.



송응철기자 s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