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씨, 범행 직후 김의원에게 “미안하다” 문자
단독범행 의심 증거여서 검찰 수사 결과 촉각

수천억원대 재력가인 송모(67)씨를 살인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44) 서울시의회 의원의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면서 사건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공범으로 지목된 팽모(44)씨가 단독 범행을 시인하는 듯한 문자를 보낸 사실이 확인돼 사건은 더 꼬이는 모양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팽씨가 중국으로 도피한 후 김 의원에게 “미안하다, 친구를 이용해서” 등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팽씨는 중국 도피 직후인 지난3월20일 오후11시께 카카오톡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김 의원에게 5개, 지인에게 1개를 보냈다.

경찰에 따르면 팽씨는 중국 도피 직후인 지난 3월20일 오후11시쯤 카카오톡으로 김 의원에게 5통, 지인에게 1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 의원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미안하다. 친구를 이용해서” “내 죗값은 내가 치르겠다” “정말 미안하다” “내가 짊어지고 간다”등의 내용이 있었다. 약 1시간 뒤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는데 혼자 강도질을 하다가 범행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팽씨가 나중에 경찰에 붙잡혔을 때 청부 살해가 자신의 단독 범행이라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 미리 문자를 보내 놓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로부터 해당 내용을 넘겨받은 검찰은 “김 의원과 팽씨를 상대로 보강 수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전했다.

앞서 경찰조사에서 팽씨는 “범행 뒤 경찰에 쫓기면 혼자 강도 짓을 하다가 송씨를 죽인 것으로 하라는 김 의원의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반해 김 의원은 “평소 친구로 지내온 팽씨가 중국으로 도주한 이후 전화를 걸어와 송씨를 살해했다고 얘기해 알게 됐다”며 “팽씨가 자신에게 빌려간 돈 7,000만원을 갚으라고 독촉을 받자 돈을 훔치지 위해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살인 교사 혐의를 부인해왔다.

김 의원의 살인 교사를 입증할만한 결정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팽씨의 단독 범행을 의심할 만한 문자가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만약 팽씨가 단독 범행을 한 뒤 김 의원에게 ‘고해성사’를 한 것이라면 김 의원은 살인교사 혐의를 벗을 수 있다. 반대로 김 의원이 사전에 치밀한 시나리오를 세워 팽씨에게 ‘문자’를 주문한 것이라면 살인교사 의혹은 한층 더 커지게 된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팽씨가 일관되게 김 의원 지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시하고 있다”면서 “팽씨의 문자가 김 의원의 혐의를 입증하는데 큰 의미가 없어서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줄곧 경찰의 ‘함정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서 해당 문자에 관한 검찰의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