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의사들과 각별한 사이였다""의료인회가 구원파 핵심 역할 담당" 내과·외과 전문의 및 대학교수 포함유씨 일가 주치의·재산 관리 의혹도… "내클리어 등 유병언 발명품 판매 도와"

유병언(73ㆍ청해진해운 회장) 전 세모그룹 회장과 검찰의 숨바꼭질이 끝나지 않고 있다. 현재 유 전 회장은 강남 유명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윤모씨와 함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 전 회장의 특급 도피 작전에 의사들이 함께 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최측근 그룹인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내 의료인회가 주목받고 있다. <주간한국>이 유 전 회장 일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의료인회의 실체를 추적했다.

'유병언 주치의'는 누구?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 전 회장 일가의 비리를 수사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차장검사)은 지난달 27일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아주대학교 진단검사의학과 이재옥 교수를 체포한데 이어 '유병언 주치의' 김모씨와 윤모씨를 쫓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도피에 구원파 의사들의 도움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여러명의 구원파 의사들이 유병언 회장의 도주를 도우며 건강관리까지 해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들 의사의 신원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와 윤씨는 구원파 내 의료인회 소속 의사들로 유 전 회장 일가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데, 한 달 전부터 모습을 감췄다. 김씨와 윤씨는 유 전 회장의 차남 혁기(42)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문진미디어 빌딩 1층의 '더편한몸의원'에서 각각 병원장과 전문의로 일했다. 김씨는 구원파의 본거지인 금수원 대표를 지냈고, 윤씨는 유 전 회장 손아래 처남의 부인으로 인척이다. 윤씨는 유 전 회장 장남 대균(44)씨가 상표권을 등록한 설렁탕집을 강남에 차린 인물이다.

두 사람은 유 전 회장 일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김씨와 윤씨는 2008년 ㈜세모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경력이 있는데, 당시 세모는 법정관리를 끝낸 직후였다. 유 전 회장 일가가 계열사를 동원해 세모를 장악하던 시점에서 경영과는 거리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의사들이 사외이사로 참여한 만큼, 이들은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날고 기는 '의료인회'

유 전 회장은 구원파 의료인회 의사들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 6일 구원파의 '종교 탄압 중단 촉구' 집회에서 '의료인회'가 발표한 성명서에는 총 59명의 의료인이 이름을 올렸다. 현재 의료인회에는 내과, 외과, 피부과 등 거의 모든 진료과목의 의사들이 포진해 있고 대학병원 교수도 있다. 구원파의 전직 총회장 중에도 의료인 출신이 2명이나 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의료인회 소속 일부 의사들은 구원파와 세모그룹 내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인 인사는 '유병언 도피 작전'을 총지휘한 것으로 지목되는 이재옥 교수와 외과의사인 구회동씨다. 이 교수는 1997년 유 전 회장과 인연을 맺고 구원파에서 '브레인'역할을 맡았다. 이 교수와 구씨는 주치의 역할뿐 아니라 유 전 회장 일가가 강남구 역삼동의 '유병언 빌딩촌'을 보유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은 2004년 강남구 역삼동 일대 빌딩 3개동을 공동명의로 사들여 2010년 문진미디어와 다판다에 되팔았는데, 유 전 회장 일가는 이로 인해 세모 법정관리 과정에서 600억원의 채무면제 혜택을 받았다.

이 교수와 구씨는 공통적인 경력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더편한몸의원 원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더편한몸의원은 인터넷홈페이지에서 변비, 비만, 대장항문, 부인과 등을 주요 진료과목으로 안내하고 있다. 이 교수는 아토피 치료, 구씨는 항문외과를 담당했다. 이 교수는 인터넷에서 아토피 환자를 모집해 금수원으로 '치료여행'을 기획하고 구씨는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는 등 활발히 활동해 왔다.

"유 전 회장 발명품 팔았다"

의료인회 의사들이 유 전 회장 일가와 친밀했던 이유는 뭘까. 유 전 회장 일가가 운영한 사업체들을 살펴보면 주요 수익원 중 하나가 '건강'이다. 강남구 역삼동 일대의 '유병언 빌딩촌'만 봐도 더편한몸의원과 한의원, 유기농 식재료와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는 다판다, 유기농 빵을 파는 다르네,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하는 한국제약, 유기농 된장 음식을 파는 한술더맛집 등이 밀집해 있다.

실제로 유 전 회장의 설교에서도 유독 '건강'이 강조됐다. 언론에 공개된 한 설교 영상에서 유 전 회장은 "사람이 음식을 먹어서 소화시키는 데는 심장 하나의 부담만 갖고는 약하기 때문에 사람은 움직임이 필요합니다"면서 태권도 등의 운동을 권유했다.

의문스러운 점은 설교 이후에는 어김없이 의사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의사들은 주로 유대전 회장 계열사에서 만든 대장세척기인 내클리어와 건강보조식품인 스쿠알렌의 효능을 설명한 후 신도들에게 해당 상품을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내클리어는 유 전 회장이 2007년 제네바국제발명 신기술 및 신제품 전시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제품이다. 해당 의료기기 제조업체는 유 전 회장의 자녀가 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도들은 의사들의 설명을 듣고 의심 없이 해당 물건들을 구매했다. 구원파 신도인 여성 A씨는 2006년 이 교수에게 아토피 증상을 치료받은 경험을 들려줬다. A씨는 "심한 아토피 증상이 있어서 찾아갔더니 스쿠알렌과 내클리어를 처방받았다"면서 "대장에서 발생하는 해로운 가스를 정리해 변비를 해소하고 혈액순환을 도와 아토피가 치료된다고 설명받았다"고 말했다. 구원파 신도 B씨도 "내클리어는 신도 중 상당수가 보유하고 있을 정도"라면서 "제품의 특성상 직접 체험해봐야 하기 때문에 역삼동 건물에서 판매 행사가 있을 때 의사들의 설명을 듣고 구매했다"고 말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