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광산업에 올인?… 특구 개발, 개방北 전문여행사 "고정관념으로 보지 말길" 휴대폰 소지 허용… 홈스테이, 캠핑촌 건설산업시설 방문, 오지관광 확대 등 파격적미지의 세계 호기심 충족… 획일성 지적도

함경북도 칠보산에 오른 외국인 관광객들. 사진제공=영파이오니어투어스
중국 베이징엔 여러 해째 북한전문여행을 주선해온 2개의 여행사가 있다. 1989년부터 북한을 비롯해 중국 오지를 여행하는 상품을 소개해온 고려여행사와 지난 2008년에 문을 연 영파이오니어투어스(Young Pioneer Tours, 이하 와이피티)가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서양인을 대상으로 평양, 신의주, 개성, 금강산, 묘향산, 칠보산 등을 여행하는 상품을 운영해왔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북한당국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북한의 오지로 관광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엔 스키, 야영, 낚시, 자전거여행, 기차여행, 음식기행 같은 특별패키지도 포함됐다.

그중 와이피티 측에 이메일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북한당국을 의식해서인지 짧은 답변만 겨우 들을 수 있었다. 북한이 지구상의 다른 나라와 특별히 다를 것이 뭐냐는 태도였다. 그러나 취재를 꺼리면서도 북한여행이 가진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려 애썼다.

가레스 존슨(33) 와이피티 이사는 "작년에만 우리 여행사를 통해 약 1,000명의 관광객이 북한을 다녀왔다"면서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평범하고 정상적인 것들을 만날 수 있다. 음식도 훌륭하고, 깨끗하고, 사람들은 친절하다"고 전했다. 또 "정치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국의 몇몇 도시들보다 더 안전하다"면서 "북한의 관행과 전통을 존중하고 잘 지킨다면 아무 문제 없다. 몇몇 사람들이 억류됐던 것은 규칙을 어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북한에서 생생한 역사를 볼 수 있다"며 "북한에 직접 가보면 미디어가 보여주는 것을 배제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북한 여행의 매력을 소개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북한은 '은둔하는 폐쇄된' 국가의 이미지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평북 동림특구와 원산-금강산 지구 개발이 발표됐고, 중국 지린성 투먼시와 함경북도 칠보산을 연결하는 관광열차도 지난 4월 개통됐다.

평양시 전철역의 김일성 동상.
올해 4월 중순 평양에서 열린 '만경대상 국제마라톤경기대회'엔 아마추어 외국인의 신청도 처음으로 받았다. 지난해 마지막 날엔 외국인 전용 리조트인 마식령 스키장이 야심차게 개장했고, 칠보산엔 민박촌까지 생겼다. 뿐만 아니라 평양공항을 재건립 중이며, 평양관광대학 설립 추진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인에 한해 비자를 면제해 주는 등 입국수속을 간소화해 주기도 한다.

정창현 국민대 교양학부 겸임교수는 "6ㆍ25 전쟁에 참전했던 나이든 세대에겐 북한이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서적으로 보면 중국인들이 라선, 원산 등에 가서 동해를 보고 싶어한다"며 "중국인도 상해 앞바다와 동해 바다는 다르게 느낀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중국동북지방 거주자에게도 바다를 본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관광 인프라가 갖춰지면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이다.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맞춰 북한 당국은 휴대폰 및 카메라 소지를 허용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북한 가정 홈스테이와 캠핑촌 건설, 산업시설 방문, 오지관광 확대 등을 파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북한을 찾는 외국인들의 입장에선 오랫동안 서구세계에 문을 닫아걸었던 미지의 세계를 여행한다는 호기심,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자연 풍광, 비교적 적은 비용의 달러를 지불하고 곳곳에서 좋은 숙소와 양질의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와이피티가 제공하는 여행상품 중엔 '정치 투어'(political interest tour)라는 것도 있다. 945유로(한화 131만 원)를 내고 6박 7일 일정으로 베이징을 출발해 신의주를 거쳐 평양, 개성, 사리원, 남포 등을 방문한다. 특히 판문점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는 일정이 포함돼 있다. 와이피티 홈페이지에 의하면, 개성에서 북한우표와 공산주의 선전 포스터를 구입할 수 있고, 옵션으로 보신탕과 삼계탕을 선택할 수 있다. 판문점에선 북한군 장성이 직접 남북 대치상황과 민감한 '핵' 관련 이슈까지 들려준다. 평양에선 김일성 부자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과 주체탑 등을 본다. 일본의 식물학자가 만들어 바친 김정일리아, 김일성지아라는 꽃까지 구경한다. 주체사상 전문가가 오늘날 주체사상이 가지는 의미까지 설명해 준다. 김일성대학교를 방문해 교수와 학생들을 직접 만나는 프로그램까지 준비됐다. 남포에선 협동농장을 견학한다.

동북-라선경제특구 관광도 주력상품이다. 청진시와 칠보산 관광을 포함하는 이 상품을 통해 북한주민의 일상생활을 더 깊이 볼 수 있다고 홍보한다. 실제로 서양인들은 북한의 자연풍광보다 일반주민과 접촉하는 사회ㆍ문화적 경험에 더 큰 관심과 만족감을 표한다. 여행은 중국에서 도보로 다리를 건너 북한에 들어가는 일정으로 시작한다. 그 후 중학교 영어수업 체험, 5성급 호텔과 카지노 이용, 특구 내 신발ㆍ담배ㆍ해산물 가공공장과 은행 견학 등이 준비된다. 무엇보다 칠보산 자락 명천군의 북한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인과 일본인에겐 허용하지 않는다.

북한 여행 전문영파이오니어투어스 싸이트.
그렇다면 북한을 다녀온 서양인들은 어떤 소회를 가질까. 이들은 북한의 장점과 단점, 양면을 모두 지적한다. 사진작가 샘 겔맨은 수만 명이 동원되는 대규모 체조공연인 아리랑 공연부터 여성,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전 세계에 소개했다. 그는 어디서든 가이드의 간섭과 통제가 심했다고 기억했다. 겔맨은 "전 세계가 북한주민의 일상생활에 많은 호기심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은 무척 흥미로운 곳이고 기존의 고정관념과도 많이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어딜 가든 사람들이 획일적으로 똑같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지난해 북한을 4박 5일간 관광하고 돌아온 한 미국인 여성은 블로그에서 북한이 세상 어디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특별한 곳이지만 치부와 약점을 숨기고 잘 꾸며진 곳만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또 김정은의 정확한 생년을 묻자, 정색을 하며 그런 것을 묻지 말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썼다. "매혹과 형편없는 것이 공존한다"는 인상적인 글도 눈에 띄었다. 고급 레스토랑에 에어컨이 없었고, 값비싼 대리석과 샹들리에로 치장된 박물관에 정작 물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이 미국인은 "금수산태양궁전에선 김일성 부자 시신에 3번이나 절을 해야 했다"며 "북한을 돌아보니 중국조차도 자유가 넘치는 나라로 보였다"고 소회를 전했다.



신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