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가동, 군 권익 향상 홍보

‘자살자’에 한해 순직 심사… ‘군의문사’ 외면

대법원 판결 필요 따라 자의적 인용, 또는 배척

“김훈 중위 사건 ‘진실’왜곡, 위법” 비판도

국방부는 4일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를 구성한 후 처음으로 군복무 중 사망한 장병에 대한 순직 여부를 심사한다.

이는 국방부가 군내 사망사고 처리의 공정성ㆍ전문성ㆍ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해 9월 1일 개정된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에 따라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이뤄졌다.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는 법조·의료·인권전문가 등 위원의 2/3를 외부위원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에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이사장이 임명됐다.

국방부는 군내 사망사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획기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병영문화 혁신에 기여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성 및 객관성을 갖춘 위원회가 되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근거하면 국방부가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를 운영해 군내 사망사고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처리함으로써 군에 대한 불신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4일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가 심사하는 사망자 순직여부는 ‘자살자’에 국한된 것으로 그간 논란이 돼왔던 사인 불명(不明)의 군의문사는 제외됐다.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 설치의 근거가 된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 역시 자해사망자(자살자)의 순직 범위를 확대하려는 것일 뿐 군의문사는 처음부터 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군의문사 유족들은 국방부가 군의문사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사회 저명 인사로 구성된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를 앞세워 마치 군내 사망사고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비판한다.

국방부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배경

국방부가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를 설치한 근거는 9월 1일부로 개정ㆍ시행된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 이다. 이 훈령에 따르면 자해사망자의 순직범위는 확대된다.

가령 그간 자해사망자에 대한 순직요건을 한정적으로 적용해 왔으나, 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서 ‘공무와 상당인과관계’를 포괄적․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질병에 대한 공무연관성 판단시 의학적 판단요건을 완화해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질병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으면 공무연관성이 인정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순직’ 판정을 받을 대상은 자해사망자(자살자)에 국한된다. 그간 논란이 돼 온 자.타살이 불분명한 군의문사는 제외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인이 불명인 군의문사 유족 중에 마지못해 ‘자살’을 인정하고 순직 심사를 받으려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접수된 사망사건(579건) 중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정된 것은 48건이다. 군이 이들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향후 군 사망자에 대한 명예와 인권, 그리고 군의 신뢰 및 위상과 직결된다.

그러나 군은 여전히 ‘군의문사’ 대상자를 외면하고 있다. 나아가 사실을 왜곡하거나 진실을 호도해 군의문사자와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주는 경우도 서슴치 않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군의문사 사건이자 진상불능 48건 중 첫번째 대상인 김훈 중위 사망사건이다.

김훈 중위는 제15대 대통령(김대중) 취임식 하루 전인 1998년 2월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초소(241GP)에서 의문의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국방부는 당일 현장 검시도 하기 전에 ‘자살’로 발표했고, 1~3차 수사 및 최근에 이르기까지 자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김훈 중위의 유족과 해당분야 전문가들은 과학적 증거와 관련 자료들을 토대로 ‘타살’ 주장을 해왔다.

이렇게 국방부와 김훈 중위 측의 주장이 팽팽하기 맞선 가운데 공신력 있고 객관적인 제3기관의 ‘판단’을 군이 무시하고, 심지어 왜곡하는 경우까지 드러나 심각한 문제 발생과 함께 현재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 제도의 진의를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국방부는 육군이 미군 범죄수사대(CID)와 합동으로 진행한 1차 수사(1998.2.24~1998.4.29)는 물론, 육군본부 검찰부의 2차 수사(1998. 6. 1~1998. 11. 29), 국방부장관의 지시로 설치된 특별합동조사단의 3차 수사(1998. 12. 9~1999. 4. 14.), 이후의 총기 시험 시험결과에서도 김훈 중위가 자신의 권총을 이용해 자살한 것으로 일관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사실과 부합하지 않은 주장과 자료를 근거로 김훈 중위가 군생활 부적응과 이에 따른 스트레스로 자살했다고 귀결지었다.

그러나 국방부와는 달리 국회(국방위원회), 대법원, 대통령 소속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등 3개 최고 국가기관과 국민권익위원회는 자살 결론을 수용하지 않았다.

1999년 국회 국방위원회에 설치되었던 ‘김훈 중위 사건 진상규명소위원회’는 그해 5월 31일 부실 수사에 대한 의문 15가지를 제기하며 ‘김훈 중위가 타살됐을 수 있다’는 취지의 의정 활동 보고서를 펴냈다.

대법원도 2006년 12월 김훈 중위 사건 관련 판결을 통해 “초동수사가 잘못돼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라고 판시했다. 3년간 사건을 조사했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9년 11월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자살’ 입장을 고수했다. 김훈 중위 유족은 2011년 9월 권익위에 사건 재조사후 순직 인정을 받게 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고, 이에 권익위는 국방부와 합의해 2012년 3월22일 총기 격발실험 등 쟁점 사안들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한 후 김훈 중위의 사인을 자살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권익위는 그해 8월6일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 불능 결정에 따른 순직처리 권고안’을 육군본부에 보냈다. 하지만 국방부는 3개월 뒤인 11월26일 유족에게 김훈 중위 사건을 타살로 결론지을 수 없다고 통보를 했다.

대법원 판결 조작, 악용

군이 김훈 중위의 사인을 ‘자살’로 결론짓고 이를 대외적으로 강변하고 알리는데 가장 중요한 근거로 활용한 것이 대법원 판결인 것으로 밝혀졌다. 즉 대법원 판결문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국회를 비롯 공신력 있는 기관과 단체, 국민을 호도한 사실이 드러난 것. 대법원이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해 ‘중립적’ 입장(자살 타살인지 알 수 없음)임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자살’로 판결했다며 허위 주장을 펴 온 것이다.

실제 육군보고서(2009년 11월), 육군심의서(2009년 11월), 육사총동창회(2010년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속기록 등에는 “대법원 판결문은 자살이다”라고 허위사실을 밝힌 내용들이 나와 있다.

2010년 11월9일 육사총동창회에서 김흥석 법무실장(당시 법무계획과장)은 대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김훈 중위의 사인을 ‘자살’로 보고했다. 김 법무실장은 “국방부 합조단에서 자살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그 자살이라고 내린 결론에 대해서 우리나라 최고 법원인 대법원에서”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201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김태영 국방장관은 당시 민주당 서종표 의원의 김훈 중위 사건 질문에 “대법원 판결 모두에서 자살로 인정돼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서 의원이 대법원 판결문을 읽으며 재차 질문하자 김 장관은 “판결문을 읽어 보지 못했다. 보고만 받았을 뿐이다”며 말을 바꿨다.

2011년 10월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김관진 국방장관은 “대법원 판결과 같이 검토를 하겠다”며 종래 군의 입장(자살)을 견지했다. 김 장관은 국민권익위원회의 순직권고(2012년 8월6일)를 부정했고, 유족에게 자살통보서(2012년 11월22일)를 보내기도 했다.

201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승장래 국방부조사본부장 역시 “대법원에서 최종 자살에 대한 판결까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대법원 판결은 자살로 인정한 적 없다”고 묻자 승 본부장은 “군이 과학적인 수사를 했기 때문에 자살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립적’인 대법원 판결

군의 강변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물론 하급심 모두 김훈 중위 사인에 대해 ‘자살ㆍ타살을 알 수 없다’는 결론이다.

대법원은 판결문(2004년 2월17일)에서 “만일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이 사건 사고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 없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도 판결문(2004년 2월 17일)에서 ▦ 현장조사의 미흡 및 현장보존의 소홀, ▦ 현장 근거품에 대한 미비한 조사, ▦ 수사 초기의 형식적인 알리바이 조사, ▦ 2소대 상황일지 및 부소대장의 컴퓨터 등의 미확보, ▦ 사인에 대한 예단 정황에 관한 사정을 인정한 후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대법원과 고등법원이 군의 2차, 3차 수사를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을 근거로 ‘자살’ 입장을 고수해 왔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2011년 11월1일 작성한 ‘故 김훈 중위 사망사고 분석ㆍ판단’ 보고서에는 그러한 군의 입장이 명확히 드러나 있다.

‘대법원에서 군수사(2차, 3차)결과를 인정하였음에도 진실규명불능으로 처리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다.’

“2심(고법)에서 판결한대로 2차, 3차 수사에 대한 직무상 의무위반이나 인격적 법익 침해가 없다(자살 인정) 하였고, 다만 초등수사의 문제점으로 유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지급에 대한 최종 판결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방부의 대법원ㆍ원심 판결에 대한 해석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다.

대법원은 “군검찰에 의한 2차 수사 및 국방부 특별합동조사단에 의한 3차 수사 등 전면적인 재조사조차 원고들의 진상은폐ㆍ사건조작의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한 채 당초의 부실한 1차 수사를 합리화하는 구실에 불과한 것이라는 불신을 가지도록 하였다”고 판시했다.

고등법원은 “1차수사에 있어서 수사상의 잘못으로 인하여 2차, 3차수사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진상이 명확히 규명되지 아니하였고 유족들의 의혹이 아직도 완전히 해소되지도 않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바, 그렇다면 그 후 2, 3차수사가 시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초동수사에 있어서 군수사기관이 소흘히 한 직무상 의무를 다한 것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마디로 군의 2차, 3차 수사는 초동수사 미흡에다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1차 수사보다 낫지만 김훈 중위 사인을 '자살'로 결론지을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분명한 입장 밝혀 군에 일침

김훈 중위 사인에 대한 유족 측과 군의 상반된 주장이 평행선을 달려 온 상황에서 대법원은 지난 3월31일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JSA 김훈 중위, 오른손의 미스터리’편을 방송하면서 대법원에 질의한 데 따른 것이다. SBS는 지난 3월27일 대법원에 김훈 중위 사건의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질의 했다.

“김훈 중위의 사망 원인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판결 선고 2006.12.7.)에 의하면, 1차 수사 시 군수사기관이 사고 현장을 훼손하고 대원들의 알리바이를 만들어 발표하는 등 초동 수사의 미흡함을 인정하는 한편, 2차 및 3차 수사에서는 상당한 기간 동안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여 수사를 한 결과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흠이 없다는 최종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해당 판결문에 근거하여,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나 권익위원회는 잘못된 초동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없으니 사망 원인이 불분명해 ‘최소한 자살은 아니다’는 주장을 하는 반면, 군 수사기관에서는 2차 및 3차 수사의 흠이 없었으므로 ‘자살이다’는 결론이 합리적인 판단임을 주장하고 있다. 양 측의 의견이 나뉘는 가운데 김훈 중위의 사망 원인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어느 쪽에 더 가까운 것인지 그 입장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3월31일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혀 왔다.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하여 사건의 실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고 현재까지도 이 사건 사고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히 결론을 내릴 수 없도록 한 군수사기관의 수사상 직무소홀 행위가 유가족의 사인에 대한 알권리나 명예감정 등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다고 본 원심을 수긍한 사안이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현재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원심을 수긍하였기에 대법원의 입장은 자살 타살 여부에 대하여 중립(현재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대법원은 판결과 마찬가지로 김훈 중위 사인에 대해 ‘자살 타살 여부에 대하여 알 수 없다’고 했다. 국방부의 자의적 해석이 잘못된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 유리한 대법 판결 원용?

국방부는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 설치의 근거가 된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과 관련, 지난 8월 18일, “자해사망자의 공무연관성 판단기준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반영하여 자해사망자에 대한 순직요건을 개정하였다”고 밝혔다.

당시 훈령 개정에 반영된 대법원 판례(2009년 5월 14일 선고 2007두18435 판결)는 “(사망의 인과관계)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으면 공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개정 훈령에 따라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는 자해사망자의 순직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게 됐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것은 국방부가 대법원 판결을 필요에 따라 배척하거나 인용한 점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국방부는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배척하고 심지어 왜곡까지 하였다. 반면, 자살자의 순직 범위를 확대하는 데는 대법원 판결을 원용했다.

다시말해 국방부는 자체 책임이 미미한 ‘자살자’에 한해 대법원 판결을 반영했고, 책임 추궁이 뒤따를 수 있는 군의문사 사건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결을 배척했다.

때문에 군의문사 유족들은 국방부가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를 앞세워 마치 군내 사망사고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꼼수’를 쓰고 있다고 비판한다.

김훈 중위 사건 증거조작 논란

김훈 중위 유족은 국방부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공익소송 추진을 검토 중에 있다. 법원 판결 내용 조작, 위증,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사자 및 유족의 명예훼손 등 공무원의 위법행위로 형사 및 민사 소송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족 측은 국방부가 김훈 중위의 사인을 ‘자살’로 결론지은 것과 관련, 특히 국방부가 작성한 ‘故 김훈 중위 사망사고 분석ㆍ판단’(2011년 11월 1일) 문건을 주목한다.

문건에 따르면 김훈 중위 사망을 ‘자살’로 결론지은 근거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고등법원. 대법원 판결이다. 둘째는 김훈 중위 좌우측 어깨 부위의 화약성분, 셋째는 권총 발사자의 손에서 화약잔재가 나타나는 것은 통계상 38%에 불과하다는 논문이다. 또한 김훈 중위 왼손바닥에 나타난 화약성분도 자살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고등법원. 대법원 판결을 왜곡 인용한 건은 앞서 밝혔다. 김훈 중위 어깨 부위의 화약성분과 관련, 전문가들은 “M9베레타 피스톨은 총구 쪽에서 나오는 무연화약은 양이 많아 주변에 넓게 퍼져 근처에 있는 사람의 옷에도 부착되므로 권총 발사자 식별에 이용하지 않는 게 세계적 공통교리”라고 말한다.

국방부는 1998년 10월 2일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시험결과에 “제시된 증거물의 시험결과만으로는 발사자가 변사자 자신인지 논단할 수 없음”이라고 적시돼 있음에도 특조단 수사발표문에는 "국과수 이00 등 3명의 재감정결과 김훈 중위의 야전잠바 좌우측 어깨에서 화약성분이 검출되었으며 이는 김훈 중위가 사격하였음을 의미한다"고 기록을 조작하기까지 했다

김훈 중위의 오른쪽 손에 화약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국방부는 발사자의 38%만이 뇌관화약이 검출된다는 논문 통계를 근거로 제시하며 ‘자살’ 결론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를 뿐더러 통계를 조작했다는 게 유족 측의 주장이다. 즉 38% 통계는 김훈 중위의 ‘타살’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 오른쪽 손에 화약이 없는 것을 의도적으로 불식시키기 위해 자료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 논문이 ‘타살’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논문의 핵심은 사망 지점에 습기가 없거나 발사자의 손을 봉투로 감싸는 등 원래 상태를 보존한 경우 100% 화약흔이 나타난다고 돼 있다. 김훈 중위 사망 현장을 보면 손이 봉투로 감싸져 있다. 그럼에도 김훈 중위의 손에서는 뇌관화약이 나타나지 않았다. 즉, 자살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다.

김훈 중위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그의 오른손에 뇌관화약이 검출되지 않은 점이다,

국방부가 2011년 10월 17일 당시 민주당 서종표원에게 김훈 중위의 자살 판단 근거 자료로 제출한 ‘뇌관화약감정서’(손에 대한 뇌관화약 검출여부 확인) 사본 일체, 국방부 과학수사연구소 화약감정결과(99.2.6) 및 미국 군수사연구소 증적(證跡)과 보고(98.3.25)는 자살 결론과는 상반된 내용을 담고 있다.

국방부는 김훈 중위의 자살 근거로 미국 군 수사연구소 증적 자료(98년 3월 25일)에 나타난 왼손 손바닥의 화약 잔재를 제시했다. 그러나 미 수사 자료는 오히려 김훈 중위가 자살하지 않은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즉 ‘자살’이라면 앞서 M9 베레타 피스톨의 권총발사 시험 감정서에도 나타났듯 발사한 오른손에 100 % 뇌관 화약성분이 검출돼야 한다. 하지만 미 증적보고서에는 그러한 내용이 없다. 즉 김훈 중위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더구나 미 보고서는 ‘왼손 손바닥에 화약 잔재가 있다는 것만으로 자살자로 귀결되어져서는 안된다는 사항에 유의할 것’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뇌관화약 감정서’는 김훈 중위 사건의 핵심을 가르는 결정적 자료다. 사건 현장의 권총과 같은 M9베레타 피스톨로 국방부 요원 3명을 상대로 실험한 결과 발사한 3명 모두의 오른손에 뇌관 화약 성분이 검출됐다.(99.2.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서)

권총을 ‘발사한 손’에서 뇌관화약성분(바륨,안티몬)이 나타나면 발사자이고, 발사한 손에 뇌관화약성분이 없으면 발사자가 아니다. 그 이유는 피스톨은 탄피 방출구 쪽으로, 소량의 뇌관화약성분이 나오기 때문에, 발사한 손에만 부착된다. 그러나 김훈 중위는 발사했다는 오른손에 일체 화약 흔적이 없다. 즉 ‘자살’이 아니라는 증거다.

또한 국회, 권익위, 유족 측의 요구로 김훈 중위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벌여온 국방부 조사본부는 직접 ‘진실’을 밝히기 위해 2012년 3월 22일 서울 강서구 소재 특전사 공수여단 실내사격장에서 김훈 중위가 사망하던 당시 판문점 241GP의 제반 조건을 그대로 재현한 가운데 총기실험을 실시했다. 김훈 중위 사인을 둘러싸고 최대 쟁점이던 '누가 권총을 발사했는가'를 과학적으로 가리기 위해서였다. 오른손잡이인 김훈 중위가 스스로 피스톨 권총(M9 베레타)을 격발했다면 그의 오른손에 뇌관화약 잔재물이 남아 있어야만 자살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실험은 4개 그룹으로 구분해 정상적인 권총 자살 자세(오른손 검지손가락 격발)를 취한 5명과 비정상적인 자세(오른손 엄지손가락 격발)로 행한 5명에게서 각각 격발 4시간 후 시료를 채취했고 정상자세, 비정상 자세로 실험한 각 1명에게서는 격발 후 즉시 시료를 채취했다. 또 김훈 중위 사망 초기 미군 군의관 등이 현장을 오고 간 주변 정황을 재현歐?위해 발사자가 4시간 동안 김 중위의 발견 당시와 유사한 자세로 대기하도록 했다. 각 실험자의 왼손 손등 및 손바닥, 오른손 손등 및 손바닥에서 채취한 시료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졌다. 그리고 실험자 전원의 오른손 및 왼손 손등과 손바닥에서 뇌관화약 잔사인 납, 바륨 및 안티몬이 검출됐다.

그런데 김훈 중위의 오른손에서는 뇌관화약이 검출되지 않았다. 또 3월 22일 실험결과에 의하면 그동안 김훈 중위 자살론자들이 법의학적 자살 근거로 내세웠던 “김훈 중위가 왼손으로 총열을 잡고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겨서 격발(비정상적인 자세)했기 때문에 오른손에서 뇌관화약 잔재가 검출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한다”라는 논거도 무너지게 된다. 다시말해 김훈 중위는 스스로 M9 베레타 권총을 격발(자살)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러한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논거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여전히 ‘자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군의문사 유족 중에는 국방부의 처신에 지쳐서, 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국방부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에 ‘자살’을 인정하고 순직 처분을 받으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김훈 중위 유족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식의 ‘명예’가 ‘보상’보다 중요하고, 이는 김훈 중위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군의문사, 나아가 군 전체의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김훈 중위 부친 김척(71ㆍ육사21기)씨는 “정직한 군대야말로 국민의 군대이고 거짓말을 하는 군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며 “군 의문사 사건에 대해서도 군보다 국민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께는 국가기관의 조사 결과가 존중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국민 한 사람으로, 군의 가족으로서 진심으로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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