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로 호텔영업자들 중 정·관계 인사 연루 정황도건물주 단속당국에 로비 소문 무성 뿔난 호텔 업계 발칵

서울 강남의 유명 호텔 주변 오피스텔 등을 임차해 불법으로 숙박업을 해온 레지던스 업체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혜영기자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 등을 임차해 불법으로 숙박업을 해온 레지던스 업체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9월경 강남의 한 레지던스 업체 대표 이모씨 등 7명을 건축법 및 공중위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업체는 2013년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오피스텔을 임차해 부동산임대업으로 사업자 등록한 후 하룻밤 숙박료로 6만~15만원을 받고 영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지배인과 프런트 직원, 청소용역 등을 고용한 다음 호텔예약 사이트에 올린 광고를 보고 찾아온 고객들에게 객실 청소와 시트교환, 모닝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는 각각 3억9,000만원~28억원을 챙기는 등 적발된 7개 업체가 챙긴 부당이익금은 총 116억원에 달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찰이 단속한 이들 불법호텔 운영업자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주간한국>이 호텔업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해당 오피스텔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강남을 비롯해 서울 각지에서 이 같은 불법 오피스텔들이 운영되고 있었다.

호텔에 숙박손님 없어 고사 직전

이씨 등은 오피스텔을 빌린 뒤 부동산 임대업 사업자 등록만 하고 숙박업 신고 없이 호텔과 유사한 방식으로 영업을 한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또 이들은 지배인, 프론트 직원, 청소용역 등을 고용하고 인터넷 호텔예약 사이트 등에 광고를 올려 홍보했다.

서비스도 호텔과 별로 다르지 않다. 찾아온 손님들에게는 청소, 룸서비스, 모닝콜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이 같은 불법 레지던스 업체들은 지난해 5월말부터 올해 7월 말까지 하루 숙박료로 6만~15만원씩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때 단속된 업자들은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영업을 해 왔다. 신고 여부를 떠나 오피스텔 건축물이 투숙객을 상대로 시트교환이나 룸서비스 등 호텔과 유사한 영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또 해당 레지던스 업체들은 숙박업소가 갖춰야 하는 완강기 등 안전시설도 설치하지 않아 숙박업소의 소방시설 관련법규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레지던스는 숙박업 관련법에 규정된 내용이 없다. 다만 용도가 다른 건축물인 오피스텔에 허가 없이 이 같은 영업을 한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경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호텔업 관계자들은 "아직 발본색원되지 않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호텔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여러 차례 모임을 갖고 오피스텔의 호텔 영업에 대해 의견을 심각하게 교환했다.

한 관계자는 "강남의 오피스텔들이 호텔 영업을 하는 바람에 대형호텔들이 영업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들 오피스텔은 중국인 관광객을 거의 싹쓸이하고 있는데, 문제는 단속당국이 이들의 로비를 받고 불법 오피스텔을 단속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호텔영업을 하는 오피스텔들은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단속당국에 상당한 로비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 관리자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관리되고 있으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은밀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폭 등 오피스텔 영업 관리

또 이 관계자는 귀를 기울일 만한 내용을 하나 전했다. 그에 따르면 정치권 인사들 뿐만 아니라 고위 공무원도 오피스텔 호텔 영업에 연루돼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호텔 영업을 하는 오피스텔을 여러 개 돌리고 있는 사람 가운데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사람도 있다"며 "고위 공무원을 비롯해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호텔업 관계자)가 파악하기로는 오피스텔을 호텔로 개조해 운영하는 업자들이 이들의 수익을 보장해 주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강남지역 모 세무서에 근무하는 K씨와 새누리당 모 의원 비서 H씨 등 몇 명이 오피스텔의 호텔영업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확인된 이들 외에도 3개~6개 방을 호텔영업에 돌리고 있는 정·관계 인사들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호텔 영업을 하는 오피스텔의 수익은 생각보다 상당하다. 이들이 중국관광객이나 일본관광객을 주로 상대하고 있고 여행사들을 끼고 영업을 하고 있어서다.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 등이 일본인과 중국인들에게 명소로 알려지면서 최근 강남에 숙소를 정하는 일본 중국 관광객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 수익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사우나, 헬스장, 커피숍, 바 등과 같은 부대시설은 없지만 숙박시설이 매우 깨끗하게 잘 돼 있고 가격도 호텔보다 저렴해 외국인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강남 일대 호텔들이 대부분 고사직전"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이 관계자는 "오피스텔 중 일부는 내국인은 아예 받지 않고 매우 은밀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여행사들도 외부의 눈을 피하기 위해 주로 밤에 버스로 손님들을 태워오거나 소형승합차로 외국인들을 오피스텔까지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들을 전문으로 영업하는 오피스텔 몇 곳을 알려줬다. 이 관계자의 말을 확인하기 위해 강남역 부근에 위치한 N오피스텔을 직접 찾아가 보니 보안시설이 매우 철저하게 돼 있었다. 일단 입구 출입부터 외부인은 들어가지 못하도록 돼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일반 오피스텔과 별로 다르지 않다. 프런트데스크도 없고 안내하는 사람도 없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호텔의 프런트는 오피스텔의 5층에 있다. 이 프런트에 가기 위해서는 별도의 보안카드로 엘리베이터를 작동해야한다. 이 보안카드가 없으면 5층에 엘리베이터가 아예 멈추지 않도록 돼 있다. 1층부터 4층까지는 정상운행 되다가 5층은 건너뛰고 6층에만 엘리베이터가 멈춘다.

다른 오피스텔도 비슷했다. 3층에 프런트가 있거나 2층에 있는 경우도 있었다. 2층에 프런트가 있는 강남의 Y오피스텔은 2층으로 가는 비상구 문이 안으로 잠겨 있고 엘리베이터는 2층에 멈추지 않는다. 이곳에 출입하려면 프런트전용이라고 지정된 별도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것 역시 보안카드가 있어야 2층까지 운행된다.

오피스텔의 경비실이나 주차장 관계자들은 호텔영업과 관련해 아무런 말도 해주지 않았다. 다만 일반 오피스텔일 뿐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오피스텔의 경우 매춘과 호텔 영업을 겸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며 "강력하게 단속해 달라고 단속당국에 여러 차례 호소했지만 로비 때문인지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