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조치 ‘뒷전’ 고발자 징계 ‘혈안’…내부고발 후 표적 수사 의혹법원서 징계 부당 판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징계 추진고발자 보복은 군내 고질병… “불이익 강요로 내부고발자 안 나올 것”

[주간한국 송응철 기자]지난해 10월 군부대 매점(PX) 납품 비리 사실이 세상에 드러났다. 군 내부의 고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3개월여가 지난 지금, 군당국은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군 감찰단으로 이송된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사실상 방치돼 있다는 게 군 내부의 공통된 견해. 이처럼 비리에 대한 조치에는 손을 놓고 있으면서 내부고발자에 대한 징계엔 혈안이 된 모습이다. 징계가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에도 아랑곳 않고 강행하고 있다. 사실상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에 나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내부고발로 PX 납품 비리 수사

검찰은 군 PX 납품업체 선정 비리 의혹 수사를 통해 군납 유통업체 관계자 7명을 기소했다. 자사 제품의 2013년도 신규 납품 품목 선정을 위해 판매가격을 부풀린 뒤 높은 할인율을 적용한 것처럼 속이고 위조된 POS영수증을 제출한 혐의다.

검찰은 속칭 ‘밴드’ 내지는 ‘총판업체’로 불리는 군납 물류 대행업체 2곳으로부터 입찰 관련 정보를 사전에 전해주는 등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천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국군복지단 계약직 직원이자 예비역 중령인 류모씨를 구속기소했다.

류씨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군납 대행업체 대표이사 강모 대표 등 3명도 기소됐다.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던 김광석(소장) 전 국군복지단장과 김원태(중령) 국군복지단 재정과장 등 2명은 군 내 검찰인 감찰단으로 사건이 이송됐다.

이번 검찰 수사는 국군복지단 내부자의 고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서 지난해 2월 전 국군복지단 사업관리처장이던 A대령은 2012년 국군복지단의 신규 납품 품목 선정과정에서 공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혐의로 국내 유명 식품업체 76개를 고발한 바 있다.

내부 고발자 징계위원회 참석 통보

그러나 군 안팎에선 3개월이 지나도록 후속조치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비리 혐의가 드러난 품목에 대한 가격조정은 물론, 이로 인해 업체가 챙긴 부당이득 환수나 이외의 품목들에 대한 별도의 물가조사도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검찰에서 이송된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도 제자리걸음이다. 군 내부에서는 조속한 수사 진행과 부당이득 청구를 시행해 달라는 민원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군당국은 감찰단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군당국은 내부 비리에 대한 조치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내부고발자인 A대령에 대한 보복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 군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A대령은 최근 군 법무관실을 통해 2월 5일 징계위원회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앞서 A대령이 내부고발을 진행한 직후 감찰단으로부터 표적 수사를 받았다. 뇌물수수 등 8건의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 것이다. 그러나 2013년 초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다만 8건 가운데 ‘복종의무위반’으로 징계를 내려 감봉 3개월 처분 받았다.

A대령은 서울행정법원에 징계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11월20일 징계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이미 2012년 징계를 내리지 않기로 한 결정을 내부고발 이후 뒤집은 이유가 내부고발에 대한 문책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군당국은 판결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법무관실이 밝혀온 징계의 근거는 군인사법 제60조의3 제2항이다. 해당 법은 징계위원회의 구성이나 의결, 그밖에 절차상 흠 또는 징계 과다 등을 이유로 징계가 취소됐을 경우 재징계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A대령에겐 해당 사유가 없다. 이에 A대령이 강하게 반발하자 징계위원회는 일단 연기됐다. 그러나 언제 다시 징계위원회에 회부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A대령이 군당국의 압박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내부고발 이후 줄곧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

감찰단의 수사 외에도 비리 혐의자들로부터 무고죄와 명예훼손을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 A대령이 감사관실에 고발한 내용이 근거가 됐다. 국방부 내에서 공모하지 않는 한 고소의 근거인 A대령의 진술서 등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게 군 내부 관계자들의 견해다.

국군복지단으로부터 좌천성 인사를 당하기도 했다. 복지단 측은 ‘A대령이 전문형 직위 근무를 희망한다’는 사유로 A대령의 전출을 건의했다. 그러나 A대령은 전보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표현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A대령을 찍어내기 위해 허위로 공문서를 꾸민 셈이다.

국방부도 국군복지단에 힘을 실었다. A대령이 국방부에 항의하자 “복지단이 요청한 것이므로 국방부는 조치만 하면 된다”며 “항의하는 내용은 내부문제이므로 복지단 자체에서 해결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때문에 A대령은 사실상 좌천당했다.

전보 이후에도 압박은 멈추지 않았다. 육군사관학교를 포함한 국방부 및 육군 관련 부서에 A대령의 조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공문이 유포됐다. 군인복무규율상 보도자료 제공 및 인터뷰는 승인을 받아야 함에도 승인을 받지 않고 행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본보기? 추가 고발 입막음?

A대령에 대한 압박은 지난해 말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잦아드는 듯했다. 그러나 3개월여가 흐르고 사태가 잠잠해지자 군당국은 은근슬쩍 A대령에 대한 징계카드를 뽑아들었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서는 숱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먼저 A대령을 일종의 ‘본보기’로 삼으려는 조치 아느냐는 해석이 있다. 군 내부관계자는 “만일 A대령이 보복성 징계를 당하게 된다면 이후 누가 나서서 양심 고발을 하겠느냐”며 “향후 제2의 A대령이 나오는 걸 막기 위한 행보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A대령 ‘입막음용’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군 내부관계자는 “A대령은 현재 또다른 군 비리 내부고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 고발을 무마하고 A대령의 신뢰도에 흠집을 내기 위해 징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군당국의 ‘내부고발자 죽이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내부고발로 인해 군 비리가 외부에 알려질 때마다 예외 없이 벌어진 일종의 ‘고질병’이다. 앞서 2009년 해군 납품비리 문제를 고발했다 포상은커녕 좌천 등 각종 불이익을 당한 B소령이 대표적인 예다.

B소령은 당시 계룡대 근무지원단에서 일어난 만성적인 비공개 수의계약 입찰로 9억4,000만원의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고 고발한 바 있다. 또 C하사는 군내에 만연한 가혹행위와 성추행을 당국에 고발했다 6년간 따돌림을 당했고 각종 불이익을 당했다.

군에서 비리가 은폐·고착화하는 원인 중 하나로 내부고발의 제한이 꼽힌다. ‘내부고발자는 배신자’라는 인식과 보안을 위해 만들어진 현행 제도가 내부고발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부고발을 하려면 ‘군복 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전언이다.



송응철기자 se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