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들 "있을 수 없는 일" 분통 왜?

홍익대 영상·영화/애니메이션학과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학교측이 비밀리에 학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며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세종캠퍼스가 애니메이션 전공과 영상영화 전공을 해당학과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고 슬그머니 통폐합하려 했다가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상·영화/애니메이션 학과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는 교육부 대학정책과에서 올린 2016학년도 대학 및 산업대학 학생정원 조정계획의 유의사항을 완전히 어긴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지만 학교 측은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홍대측은 지난 4월 30일 영상·애니메이션전공으로 2016년 수시모집 요강을 발표했다. 홍익대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세종캠퍼스 조형대학 디자인영상학부 내의 영상영화 전공과 애니메이션 전공이 내년부터는 영상·애니메이션 전공으로 통합된다. 적용은 2016학년도 입학생이 2학년에 진학하는 2017년부터다.

문제는 홍대 측이 이 같은 내용을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의견수렴 등 사전 공청회도 열지 않았다는 데 있다.

학교-비대위 날선 대립각

비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 재학생이 우연히 모집요강을 보고 관련 사실을 발견했다. 이 학생의 제보로 인해 통폐합 사실을 알게 된 영상·영화/애니메이션 전공 학생들은 "통폐합은 있을 수 없다. 어떻게 사전 의견 수렴도 없이 이럴 수 있느냐"며 학교 측에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학생들은 지난 8일부터 페이스북에 '홍익대 영상·영화/애니메이션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지를 개설하고 관련 학생들의 의견을 수집하는 한편, 진행상황을 공유 중이다. 영상영화 전공에서는 공간연출과 촬영 및 연기에 대한 기술을 배우고, 애니메이션 전공은 동작에 대한 이해와 캐릭터에 대한 연구 및 배경 동작 방법 등을 배우는 만큼 양 전공 사이의 차이가 커 통폐합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비대위 측의 주장이다.

이들은 "두 전공을 영상언어를 공유한다는 이유만으로 한 전공이라고 생각하는 건 중국과 일본이 한자를 기반하는 언어를 사용한다고 같은 나라로 취급하는 것만큼 위험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학생들은 학교 측이 학생들을 속이려 했다는 부분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비대위 측은 "우리는 학교측으로부터 사전공고를 받거나 통보가 아닌 '발견'을 했다"고 학교측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통폐합 추진사실이 드러나자 영상·영화/애니메이션 전공 학생들은 즉시 영상·영화/애니메이션 전공 임시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학교측에 위 사실과 관련해 공청회를 열 것을 요청했고 지난 11일 1차 공청회가 개최됐다.

그러나 공청회에서 학교측은 밀실행정에 관한 부분은 사과하나 제도상의 이유로 번복할 수 없다고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학교측은 통합의 당위성 역시 비전, 진화, 시너지라는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는 말들로 학생들이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구체적 계획은 잡혀있지 않지만 각 전공 교수들로 이루어진 TF팀이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으며 연구중"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TF팀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비대위 측은 "각 전공 교수님들에게 알아본 결과 TF팀은 통폐합에 있어서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조직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또 비대위는 "가장 큰 문제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에게 그 어떤 통지도 없는 상황에서 비밀리에 진행됐다는 점"이라고 학교측을 비난했다.

학생들 권리 어디로?

비대위는 학생의 동의 없이 진행된 통폐합을 전면 백지화한 후 재논의를 하자고 요구했다. 비대위 측 관계자는 "우리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기 위해 뭉치지 않았으며 저출산으로 인한 인원감축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학교측에서 통폐합을 통해 구체적으로 두 전공의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될건지에 대해 학생들을 설득했다면 우리는 찬성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학교는 구체적인 자료는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부족한 근거에 비대위는 2차 공청회를 열 것을 요청했으며 400명 넘는 학생들이 보는 자리에서 부총장을 비롯한 학교측 패널들은 2차 공청회를 약속했다. 이에 지난 15일 금요일에 개최하기로 했으나 그 전날인 지난 14일 학교측은 2차 공청회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부총장은 출장으로 자리를 비웠다. 이에 2차 공청회는 사실상 기약없이 미뤄지게 됐다.

현재 비대위는 조형대학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조형대 비대위)로 확대돼 5개 전공의 학회장을 주축으로 하는 단체로 체격이 커졌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조형대 비대위가 주관한 시위가 열렸다.

비대위 측은 "시위 중, 각 전공 학회장들이 부총장님과 학장님을 각각 대면했다"며 "부총장과의 대면에서 학회장 측은 취소된 공청회의 개최를 요구했지만 부총장은 조형대 학장님이 추진하면 참석은 하겠지만 패널이 아닌 방청객으로 참석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통폐합은 부총장이 학장에게 내린 지시로 이루어졌으며 그 중 영상·영화/애니메이션 전공이 선택된 것은 평가지표에서 5개 전공 중 4위, 5위라는 이유만으로 통합이 된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배포한 자료를 통해 "우리 비상대책위원회는 학생들의 권리를 되찾는 순간까지 싸울 것이며 그 권리가 올바르고 민주적으로 학생의 품으로 돌아오는 순간 해체하여 학생의 본분을 다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러한 파장에도 홍대 세종캠퍼스 측은 일단 논의된 전공 통합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커리큘럼 개발을 통해 학생들의 불만을 최소화시키고 통합을 성공시키겠다는 것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