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의 평화와 복지에 기여

아노테 통, 기후변화 공론화ㆍ세계 해결 모색

굽타 박사, 미래 식량 위기 대안 청색혁명 이뤄

세계평화·인류복지 실현 위한 '한국판 노벨상'

새로운 평화 문명 제시… 문선명 총재 뜻 기려

아노테 통(63) 키리바시 대통령과 인도의 모다두구 비제이 굽타(76) 박사가 선학평화상 1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선학평화상위원회(위원장 홍일식 전 고려대 총장)는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기후변화 위기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공론화한 아노테 통 대통령과 동남아시아 빈민구제와 식량위기 해결에 앞장선 굽타 박사를 수상자로 발표했다.

위원회는 각국 저명인사와 국제적 상의 수상자, 세계적 권위를 가진 학술단체와 비정부기구(NGO) 등을 통해 66개국 182명의 후보자를 추천받아 1년 동안 심사했다

선학평화상은 미래세대의 평화와 복지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를 발굴해 새로운 평화 문명을 제시하기 위한 고(故) 문선명 가정연합 총재의 유지를 이어 한학자 총재가 제정한 상이다.

기후변화 최전선에서 평화 일궈

아노테 통 대통령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2050년 무렵 바다에 가라앉을 위기에 놓인 자국의 상황을 세계에 알리면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공론화해 환경변화에 대한 세계적 해결책 모색을 주도한 업적을 평가받았다.

노벨상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되는 그는 유엔을 비롯한 주요 국제기구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국제사회의 능동적 대처를 이끌어내기 위한 포괄적인 협의체 구성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2010년 이해관계가 다른 각국 정상들을 키리바시로 초청해 타라와기후변화협약회의(TCCC)를 개최하고 암보(Ambo)선언을 채택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이후 멕시코에서 개최됐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칸쿤회의 때 경제선진국들이 키리바시를 비롯한 기후위기 취약국들의 입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또 환태평양 지역이 미래 세대를 위한 자원의 보고로 보호될 수 있도록 하는 해양 보호활동에도 적극 앞장서고 있다. 2006년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온전히 보존된 산호수역인 피닉스제도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보전협회(CI)에서 ‘피닉스제도 보호구역’을 설정해 발표했다. 이후 피닉스제도는 2010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최대 규모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나아가 그는 태평양 23개국 도서 국가의 협력체인 ‘태평양해양경관 관리협의회’ 구성을 주도하며 태평양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국제적 기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선학평화상 첫 수상자가 된 것을 매우 영광으로 생각한다. 유엔과 같은 세계적 규모의 국제기구가 아닌 곳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해 이렇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한국에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연설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매우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미래 식량위기의 대안 청색혁명의 선구자

모다두구 비제이 굽타박사는 평생에 걸쳐 미래 식량위기의 대안으로 물고기 양식기술을 개발해 ‘청색혁명’을 주도하고,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수많은 빈곤층에게 양식기술을 전수하여 자립과 자활의 기적을 일궈낸 공로를 크게 인정받았다.

생물학 박사인 굽타는 양식 어종을 개량해 획기적으로 물고기 생산량을 늘려 동남아 지역의 기아문제를 해결한 ‘청색혁명’의 설계자다. 그는 가난하고 굶주린 이들에게 물고기를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기리는 법을 가르쳐 자립과 자활의 기적을 이뤄낸 ‘동남아 빈민들의 성자’로 불린다.

굽타 박사는 인류의 미래 식량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바다에 있다고 보고 물고기 어종을 개량하고 양식 기술을 보급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동물성 단백질 공급이 가능한 물고기가 가난한 사람들의 영양 상태를 개선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굽타 박사는 동남아시아 빈민의 기아 및 영양실조 해결을 위해 저비용·고효율 양식기술을 개발, 빈민층과 함께 생활하며 헌신적으로 양식 기술을 개발 및 보급하였다. 그 결과,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 있던 극 빈곤층의 영양 상태가 크게 개선되었으며 나아가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었다.

또한 굽타 박사는 사회적 지위가 낮은 동남아시아 여성들에게 적극적으로 양식 기술을 보급해 아시아 빈곤가정들의 가계소득 증가뿐 아니라 여성의 사회적 지위 및 인권을 크게 향상시켰다. 굽타 박사의 활동으로 현재 방글라데시 어류 양식업 종사자의 60%가 여성일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여성의 인권 및 사회적 지위 향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굽타 박사는 “선학평화상위원회가 평화 세계의 필수 조건으로 식량안보와 생태보전, 사회경제 발전의 중요성을 꼽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개인 공로를 인정해 준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면서 “제 평생 목표는 굶주림과 가난을 줄여 평화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것인데 이번 수상은 이 목표로 나아가도록 새 에너지를 줬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홍일식 위원장은 “21세기 들어 기후변화와 식량위기로 인한 재앙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머지않아 전 지구적 위기로 커져 인류 생존자체를 위협할 징후가 보이고 있다”며 “이 위기로부터 인류를 구할 지혜를 주체적으로 모색하고 행동하는 것을 미래 평화 어젠다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김만호 사무총장은 “선학평화상은 현세대의 갈등 해결을 넘어 ‘미래’ 평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미래세대의 평화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상자를 선정하는 등 시상 분야를 확대해 나갈 게획”이라고 밝혔다.

위원회에는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사무총장과 오노 요시노리(大野功統) 전 일본 방위청 장관, 호세 드 베네시아 전 필리핀 하원의장 등 16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00만달러와 메달이 주어지며 시상식은 오는 8월28일 서울에서 열린다.

이홍우 기자

*사진

- 아노테 통 키리바시 대통령

- 모다두구 비제이 굽타 박사

- 홍일식 선학평화상위원회 위원장(뒷줄 맨 왼쪽)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NPC)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아노테 통 키리바시 대통령과 인도의 모다두구 굽타 박사를 제1회 선학평화상의 공동 수상자로 선정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선학평화상위원회 제공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