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가법 상 횡령, 사기 혐의로 징역 8년 구형김종춘 회장 “혐의 인정 못해, 최종 선고 달라질 것”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장(67)이 고미술품 관련 범죄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7월 15일 서울중앙지법 재판에서 검찰은 김종춘 회장에게 고미술품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횡령, 사기)로 징역 8년을 구형했다.

김 회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고미술품 검증기관인 한국고미술협회 회장직을 17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다. 그간 고미술품 검증 및 거래, 투자 등과 관련해 크고 작은 잡음이 잇따른 가운데 김 회장은 2013년에도 출처가 불분명한 토기 등을 국가 보물로 지정해 줄 것처럼 속여 비싼 값에 판 혐의(사기)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검찰의 실형 구형으로 김 회장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06년 6월 피해자 진모씨로부터 시가 60억원 상당의 ‘청화백자11인송매죽문호’를 팔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보관하고 있다가, 그해 10월 진씨에게 알리지 않고 이 도자기를 다른 사람에게 판매해 34억원을 받아 챙겼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 진씨가 평소 알고 있는 김 회장에게 조선 도자 ‘청화백자11인송매죽문호’를 팔아달라고 하면서 비롯됐다. ‘청화백자11인송매죽문호’는 조선 시대 초기인 15세기 말이나 16세기 초에 만들어진 청화백자다. 소나무ㆍ대나무ㆍ매화ㆍ11명의 인물이 그려져 있으며, 작품의 가치는 약 60여억원으로 추산됐다.

진씨는 2006년 6월 20일 쯤 김 회장이 운영하는 고미술품 전시. 판매점 ‘D갤러리’(서울 종로구 소재)에서 김 회장을 만나 ‘청화백자11인송매죽문호’ 의 판매를 의뢰했다. 김 회장은 위 도자기를 건네받아 보관해오다 2006년 10월 쯤 진씨의 허락없이 H박물관을 운영하는 윤모씨에게 문제의 도자기를 포함한 고미술품 21점을 총 34억원에 팔았다.

진씨는 고소장에서 김 회장이 자신의 허락없이 도자기 판매대금 34억원을 가로챘고, 시가 60여억원의 도자기를 34억원에 판매해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김 회장은 “진씨가 해당 청화백자를 저축은행에 맡겼다가 공매처분당할 처지에 놓이게 되자 내게 매도를 부탁했다”며 “내가 저축은행에 담보액 23억원을 대납했고, 진씨와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해 도자기 소유권을 양도받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공방 속에 서울중앙지검은 2013년 2월 김 회장에게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그러자 진씨는 김 회장이 제출한 증거 자료들이 조작됐다며 서울고검에 항고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2014년 5월 서울지검에서 수사가 재개됐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7월 15일 검찰은 김 회장이 진씨 소유의 청화백자를 임의로 34억원에 매도한 사실을 인정하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상의 횡령죄를 적용해 구형했다.

또한 검찰은 김 회장이 고미술품 거래를 명목으로 피해자를 속여 4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도 인정해 앞서 횡령 혐의와 병합 구형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08년 8월 초 자신이 운영하는 종로구 D갤러리에서 피해자 홍모씨를 만나 “중국에서 ‘청자 진사체 연봉 주전자’가 매물로 나왔는데 30억원 상당의 가치가 있다. 3개월 내에 되팔아 수익금 2억원을 주겠다”며 투자금 명목으로 홍씨에게 4억여원을 받아 챙겼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미 2008년 7월 청자 진사체 연봉 주전자 매도인인 중국인 왕모씨에게 매매잔금을 지급하지 못해 매매 계약이 파기된 상황이었고, 홍씨로부터 주전자의 매입 대금으로 돈을 받더라도 주전자를 매입한 후 수익금을 남겨 홍씨게 건넬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즉, 김 회장이 홍씨를 속여 4억여원을 교부받았다는 것(사기)이다.

김 회장은 7월 15일 왕씨를 법정에 출석시켜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얻어냈다. 그러나 홍씨 측 등에서 왕씨의 증언을 뒤집을 만한 자료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의 범죄 혐의를 놓고 피해자 측과 공방이 오간 가운데 검찰은 김 회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모든 혐의를 인정해 징역 8년을 구형했다. 법원의 최종 선고가 어떻게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