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8건씩 은밀한 곳 향해 '찰칵!'… 사회 고위층까지 '몰카 범죄' 확산

워터파크 몰카’동영상 촬영을 지시한 강모(33)씨가 8월 27일 전남 장성에서 검거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로 압송,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강씨는 지난해 여름 최모(27.여)씨에게 여자 샤워실 내부 등을 몰래 찍을 것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몰카 범죄 5년새 6배 증가… 교수·변호사 등 고위층도 가세
초기 호기심ㆍ관음증 성적 취향에서 점차 '돈' 목적 범죄로
디지털 기술 발달과 함께 몰카 범죄 늘어… 청소년 문제 심각

최근 워터파크 샤워실을 몰래 촬영한 동영상이 유출돼 적잖은 파장을 불러 온 가운데 스마트 폰 및 디지털카메라 확산에 따른 몰카 범죄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작년 기준 하루 18건씩 몰카 범죄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2010년 한해 1,100여건이던 몰카 범죄가 2014년 6,600여건으로 5년 사이 6배나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몰카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다양화하고 있다. 그 중 상당수는 교수,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인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미성년자인 청소년과 학생들의 몰카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언제 어느 곳에서 찍혔는지도 모른 채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게 요즘 현실이다.

디지털 기술 발달과 함께 몰카 범죄가 일반화되고 있는 '몰카 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워터파크‘몰카’동영상 유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동영상에 찍힌 여성 가운데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상태로 거울에 비친 여성이 용의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몰카 천태만상…도구도 갈수록 발달

이른바 '몰카'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 무렵이다. 1998년 9월 음란물 판매상들이 몰카로 찍은 성관계 비디오테이프를 개당 5만~10만 원에 거래해 경찰의 집중단속이 이뤄졌다. 1999년 1월 문모씨는 여관에서 몰카를 찍어 비디오를 판매해 긴급체포 되기도 했다.

1999년 3월 마로니에공원에서 비디오카메라를 손가방에 숨겨 공연을 구경하던 여성들의 치마 속을 촬영한 혐의로 24세의 대학생이 불구속 입건됐고 1999년 4월 명문대 작곡과에 재학 중인 남학생은 오락실의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휴대용 촬영기를 신문지로 숨겨 옆 칸의 여성을 몰카로 찍기도 했다.

비디오카메라로 몰카를 찍은 사건은 2000년대 이후에도 많았지만,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기의 발달이 이루어진 현재에는 몰카 사건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년 한해 1134건이었던 몰카 범죄가 14년 6623건으로 5년 사이 6배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작년 기준 하루 18건씩 몰카 범죄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 7월, 서울의 한 대학교 여자화장실에서 소형 카메라 한 대가 발견되기도 하고 경기도의 한 회사에서 상사가 여자 화장실 천장에 숨겨놓은 몰카를 여자 직원이 발견하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대구의 한 놀이공원 여자 탈의실에 몰카를 설치해 여직원들의 탈의 모습을 찍은 놀이공원 직원이 붙잡히기도 했다.

몰카 도구도 갈수록 발달하고 있다. 처음엔 스마트 폰을 이용하다가 펜, 안경, 자동차 키, 나사 등 다양한 몰카가 등장해 몰카에 대한 공포심을 높인다. 이 몰카들은 초소형이면서도 대부분 고화질 제품으로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6일에 검거된 워터파크 여자 샤워실 몰카도 휴대전화 케이스 몰카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피의자 최씨는 휴대전화 케이스 측면에 달린 초소형 몰카를 이용해 동영상을 찍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더라도 일반적인 휴대전화 케이스와 전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들 눈에는 최씨가 동영상을 촬영하는 모습이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게임을 하는 등의 일상적인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다.

사회 고위층들도 몰카

이번에 논란이 된 워터파크 동영상은 20대 젊은 여성이 돈을 벌 목적으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몰카 범죄는 비단 일반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 가운데도 관음증을 자극하는 몰카의 쾌감에 빠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13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 사법시험에 모두 합격한 '고시 3관왕' 오모 씨는 국회 5급 입법조사관으로 일하며 여자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본인의 스마트폰으로 옆 칸의 19세 A양을 30여 초 동안 촬영했다.

서울 유명 사립대 교수 조모씨는 손목시계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여성의 신체 부위를 찍어 체포되기도 했고 변호사 성모씨는 서울 서초구의 한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 운동하던 여성들의 뒷모습을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달 28일에는 진료실에서 상습적으로 환자 몰카를 촬영한 산부인과 의사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무려 137차례에 걸쳐 여성의 몸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성들의 다리를 찍어 보관하는가 하면 여자 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간호사들의 다리 밑으로 휴대전화를 들이대 치마 속을 동영상으로 찍고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누워있는 여성을 찍는 등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수원의 한 경찰관은 여자화장실에서 몰카를 찍다 적발돼 해임된 후 또다시 여자화장실에서 몰카를 찍다 구속된 사례가 있고, 작년엔 제주의 소방관이 몰카를 찍다 해임됐다. 올해에는 의정부의 한 공단에서 직원이 동료 여직원의 책상 밑에 몰카를 설치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다.

사회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교수, 변호사, 의사 등이 여성의 몰카를 찍는 이유로 정신과 전문의 등 심리전문가는 "교수나 목사 등등 사회적으로 엄격한 규정을 갖고 살아가는 직업이다 보니, 스스로 누르고 살아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구나 갖고 있는 '성적 판타지'가 이런 식으로 표출되었다고 보인다"고 전했다.

이제는 미성년자인 청소년과 학생들의 몰카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학교의 젊은 여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업시간에 몰카를 찍은 것이 적발됐다. 수업 시간에 질문하는 척하며 교사들을 가까이 오게 한 뒤 휴대전화를 이용해 치마 속을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같은 반 학생들의 제보로 알려졌으며 피해 여교사 중 한 명은 정신적 충격으로 현재 병가를 내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이같이 청소년들이 몰카 유혹에 빠지는 것은 몰카 영상과 음란 동영상이 유출이 급증한 상황에서 모방 심리로 반영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돈' 목적 몰카 증가…교묘한 수법으로 뿌리 감춰

몰카는 유포되면 피해 회복이 쉽지 않아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단지 호기심이나 관음증 같은 성적 취향으로 몰카를 찍었다면 최근에는 '돈' 때문인 경우가 늘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영상은 무조건 사겠다"며 구체적 액수까지 적기도 했다.

몰카 영상은 중간 브로커를 거쳐 성인사이트 운영자에게 판매되거나, 파일 공유 사이트로 흘러간다. 파일공유 사이트에서는 다운로드 수만큼 포인트를 지급하는데, 현금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부업이나 생계형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로 토렌트 같은 해외사이트를 통해 거래되기 때문에 최초 유포자 추적은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민원처리 시스템을 통해 접수된 민원 중 '성매매ㆍ음란'에 관한 민원은 7만641건으로 전체 민원 10만6,915건 가운데 66%를 차지했다. 방심위에 음란 콘텐츠 인터넷 주소를 신고하면 방심위는 심의를 거쳐 도메인을 차단할 수 있다. 회원 수가 100만 명이 넘는다고 알려진 국내 최대 불법 음란 사이트인 소라넷은 운영자가 외국인이고 사이트 서버가 해외에 여러 개 있어 도메인과 서버 위치를 자주 바꿔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소라넷은 해외 사이트이기 때문에 삭제나 이용 해지를 요구할 수 없고 접속 차단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방심위가 도메인을 차단해 국내 이용자의 접속을 막아도 서버가 해외에 있어 국내 이용자가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었다. 소라넷 운영자는 도메인을 바꾸고 바뀐 주소를 트위터를 통해 공유하고 있어 뿌리 뽑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방심위 측은 "음란ㆍ성매매 관련 모니터링 직원 66명을 두고 있는데 이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도메인을 아무리 많이 차단해도 이용자들이 음란 콘텐츠를 퍼 나르는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일 몰카 영상과 음란물을 대량으로 유포한 사람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음란물 대량 유포자 32살 손모씨를 구속하고 상습적으로 음란물을 올린 13명과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 37살 윤모씨 등 6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인터넷 음란물 사이트 등을 통해 유포해 성인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으로 미성년자도 쉽게 내려받을 수 있었다. 몰카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져 큰 문제가 되는데, 일부 웹하드와 P2P 사이트가 대량 유포의 주 무대였다. 32살 손모씨 등 3명은 지난 2년 6개월 동안 몰카 영상과 국내외 음란물 8천여 건을 웹하드에 올려 1주일에 약 500만 원, 총 1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음란물 유포자는 "실질적으로 한 건당 15원 정도로 거래되고, 보통 자료들이 하루에 몇만 개, 몇십만 개 그렇게 된다"고 전했다. 또 웹하드와 P2P 운영자들은 이들이 올린 음란물 등 63만 건을 유포해 수수료 등으로 5억3천만 원을 챙겼다. 음란물을 제공하는 P2P 사이트들은 수시로 접속 주소를 변경하고 SNS에 실시간으로 바뀐 주소를 안내해 경찰 단속을 피하며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한 사이트엔 성인 인증 절차도 없어 미성년자들도 쉽게 음란물을 내려받을 수 있었다.

몰카 대책 시급…경찰 적극적 대응 나서

전국적으로 몰카 범죄의 증가가 기승인 가운데 워터파크 몰카 동영상 유출 사건을 계기로 정교한 몰카에 대한 보호책인 '몰카 탐지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몰카 피해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며 여성들이 스스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몰카 탐지기가 숨겨진 몰카들을 모두 찾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몰카 탐지기에 걸리지 않는 몰카들이 계속해서 생산되고 있으며 가격의 문제로 보안 전문가들만 사용하는 탐지기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몰카에 대항하려 하는 만큼 몰카에 대비해 경찰의 움직임도 활성화됐다. 몰카 범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져 경찰은 주요 워터파크에서 휴대용 몰카 단속을 위해 잠복근무 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카메라 등 이용촬영(몰카) 성범죄 근절 강화대책'을 발표하며 전국의 대형 물놀이 시설 97곳에 성폭력 특별수사대 215명을 전담 배치했다. 주말ㆍ연휴 등 이용자가 많은 시간 위주로 활동해 소지형 몰카 촬영자를 검거하기로 했다. 중소 규모 물놀이 시설에는 여청수사팀이 여성 탈의장, 샤워장 등에서 잠복근무하도록 하고 여경이 부족하면 다른 부서의 여경을 동원하도록 했다.

경찰은 아울러 전파법상 인증을 받지 않은 불법 몰카의 제조, 수입, 판매 등을 단속할 계획이다. 경찰청에서는 "안경에 장착된 몰카와 같이 카메라의 모습이 띄지 않는 몰카, 즉 변형된 몰카에 대해서는 생산과 판매·소지 등을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며 "기본적으로 그런 것(몰카)은 가지고 다녀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안경 등 기존 제품이나 시설과 장치 등에 장착한 제품을 금지하는 조항을 의원입법이나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만들기로 했다.

경찰은 몰카 촬영 범이나 영상 유포자가 신고로 인해 검거되면 신고자에게 보상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몰카 신고 제보 시 최대 2000만 원 이하의 신고보상금이 지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찰은 경찰청 신고 애플리케이션에 몰카 신고 코너를 신설해 신고와 제보를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이홍우 기자 lh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