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난사고의 73%… 사망·실종자 급증추자도 '돌고래호' 전복 최소 10명 사망, 8명 실종어선사고 사망ㆍ실종자 작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어선 위치추적 단말기 상당수, 스마트폰 수준 방수

추자도 '돌고래호' 전복 사고 이후 포항해양경비안전서가 10일 관내 낚시어선 109척을 대상으로 구명동의, 소화기, 구급약품 등 안전장비 적정비치와 안전운항 의무 준수여부 등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 6일 제주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된 낚시 어선 돌고래호가 9일 인양됐다. 작년 세월호 사건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발생한 선박사고여서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번 사고로 최소 10명 넘게 사망ㆍ실종된 가운데, 작년 어선사고 사망ㆍ실종자가 전년에 비해 3배 넘게 증가하는 등 어선의 해상안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작년에 어선 해난사고로 145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3.4배 증가한 것이어서 이미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다.

또한 어선 위치추적 단말기의 상당수가 스마트폰 수준의 방수기능인 것으로 드러나 해상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고취되고 있다.

추자도 돌고래호 사건 의문들

제주 추자도에서 전복된 채 발견된 낚시 어선인 돌고래호의 생존자 3명은 11시간가량을 배 위에서 처절한 사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해양경비안전처에 따르면 부산의 낚시 동아리 회원 등 21명을 태운 돌고래호는 지난 5일 오전 2시께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성항을 떠나 추자도에서 낚시한 후 오후 7시께 추자도 신양항을 출항했다. 이후 돌고래호는 오후 7시 39분 추자도 예초리 북동쪽 500m 해상에서 통신이 끊긴 채 사라졌고 11시간만인 지난 6일 오전 6시 25분께 추자도 남쪽 무인도인 섬생이섬 남쪽 해상에서 발견됐다. 생존자 3명은 배가 뒤집히자 즉시 난간을 잡고 배 위로 올라가 기다렸고, 인근을 지나던 어선에 극적으로 발견되어 구조됐다. 처음에는 7명가량이 배에 매달려 있었으나 힘이 풀린 사람들은 한 명씩 떨어져 나가 나중에는 3명만 남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10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낚싯배 '돌고래호'의 전복 사고를 수사 중인 해경은 허술하게 작성된 승선 명부로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 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돌고래호가 출항 전 제출한 승선 명부에는 22명이 기록돼 있지만, 해경 조사 결과 실제 승선 인원은 21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명단에 있는 4명은 실제로 승선하지 않았지만, 명단에 없는 3명이 승선한 사실도 확인됐다.

해경은 국립과학수사 연구완, 선박안전기술공단과 합동으로 선체를 정밀 감식해 불법 개축 등 복원력에 영향을 미칠 요소의 선체 구조 변경이 있었는지, 충돌 흔적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이밖에 추자안전센터가 돌고래호와 비슷한 시각 출항한 돌고래 1호 선장의 첫 신고 전화에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해경이 초기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신호가 끊긴 사실을 파악하고도 신속히 조치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조만간 자체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해난사고 중 어선사고가 73%

작년 어선사고 사망ㆍ실종자가 전년에 비해 3배 넘게 증가하는 등 어선의 해상안전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선종별 해난사고로 인한 사망ㆍ실종자 중 어선이 73%를 차지해 어선의 해상안전이 매우 취약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이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1년부터 15년 현재까지 해상에서 발생한 해난사고 총 7,258건 중 어선에 의한 사고가 4,773건으로 전체 해난사고의 66%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전체 해난사고 사망ㆍ실종자 468명(세월호 사고 제외) 중 343명(73%)이 어선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해난 사고의 인명피해의 과반수가 어선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작년에 어선 해난사고로 145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3.4배 증가한 것으로 어선 안전사고에 대한 경고음이 이미 울렸던 터였다.

한편 어선을 비롯한 해난사고 발생으로 지급된 보험금이 11년부터 14년까지 1만371건에 8,046억 원으로 밝혀져 해난사고로 인한 경제적 비용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남춘 의원은 "어선들이 대부분 영세하고 선박이 노후화되어, 안전조치를 제대로 갖추고 출항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선박안전의 전반적인 실태를 점검하고, 어선의 안전조치를 어민의 부담으로 지우기보다 국가 차원의 안전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선 위치추적 단말기 '스마트폰 수준' 방수

어선사고가 해난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해경이 어선의 신속한 위치파악과 구조 구난 등을 위해 배포한 어선 위치추적 단말기의 일부가 스마트폰 수준의 생활방수기능만 가지고 있어 해난사고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현재의 어선 위치추적시스템은 침수 어선의 경우 무용지물인 것으로 파악돼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해경은 11년부터 어선의 안전운항과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 어선의 출입항 신고 자동화 등을 위해 어선에 V-PASS와 위치발신장치 단말기를 설치해 위치정보를 모니터링하는 해양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위성 GPS가 단말기 위치를 수신해 육상의 해경이나 함정에 보내는 시스템이다. 동 시스템을 위해 올해까지 투입된 예산은 모두 313억원이며, 올해까지 배포된 단말기는 4만260개로 파악됐다. 사업 초기인 11년에 배포된 9,647대 단말기의 경우 방진방수규격이 IP55로 밝혀졌다. 이는 일반 스마트폰의 방수규격과 같아 빗물 등의 생활방수기능밖에 되지 않는다. 해상에서 좌초나 침몰 등 비상시 위치파악을 위해 설치한 단말기가 빗물 정도만 방수 되는 것이다.

해경은 13년부터 배포한 단말기 방수규격은 IPx 7로 1m 수심에서도 30분까지 방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도 규격의 단말기를 장착했던 돌고래호도 전복으로 단말기가 침수 후 위치추적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경은 "GPS 추적은 수심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수 백억 원이 들어간 어선해난구조시스템 역시 단말기가 침수될 경우 무용지물이 되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박남춘 의원은 "재난 상황에 구조를 위해 필수적인 단말기 방수기능이 이렇게 허술하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고, 선박 침수상황에서도 위치추적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민정 인턴기자 mj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