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집 만들던 50대 캣맘, 떨어진 벽돌에 사망해증오 범죄 논란… 철없는 초등학생 장난으로 밝혀져"낙하속도 놀이하다가"… 미성년자로 처벌 못해

용인 '캣맘' 벽돌 사망사건 용의자가 검거된 16일 오후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 옥상 벽돌 투척지점 옆 계단에서 바라본 사건 현장 모습.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 집을 만들던 50대 캣맘이 공중에서 난데없이 떨어진 벽돌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사건이 발생한 지 약 일주일 뒤인 16일 용의자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벽돌에서 캣맘 사망사건 용의자 A군의 지문이 채취됐으며 초등학생 3명이 함께 18층 옥상에서 벽돌을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학생들은 "옥상에서 중력 실험을 했다"고 진술했다. 당초 캣맘에 대한 증오 범죄의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초등학생의 장난이 살인으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양이 집 만들다 봉변

지난 8일 용인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40분께 용인시 수지구의 18층 아파트 단지에 있던 박 모(55) 씨와 또 다른 박 모(29) 씨가 고양이 집을 만들던 중 아파트 상층부에서 떨어진 회색 시멘트 벽돌에 머리를 맞았다. 처음 벽돌에 맞은 50대의 박씨는 머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박씨의 머리를 맞고 튕겨 나온 벽돌에 맞은 다른 박씨 또한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박씨는 "날아온 벽돌이 맞아 두개골이 골절돼 함몰됐다"며 "다행히 뇌출혈이 일어나지 않아서 상처를 치료하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사고에 대해 "그냥 자연적으로는 (벽돌이) 떨어질 수 없다. 사람이 던졌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인터넷 고양이 동호회 회원이자 이 아파트의 주민으로, 길고양이들을 위해 고양이 집을 만들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는 올 8월 초부터 어미 고양이 한 마리와 새끼 고양이 세 마리 등의 고양이들을 돌봐왔다고 전해졌다. 당시에는 감기에 걸린 새끼 고양이 한 마리에게 약을 먹인 후 집을 만들어주려다 변을 당했다.

사망한 박씨가 변을 당한 지점은 해당 아파트 건물의 맨 끝 라인 뒤편이다. 경찰은 벽돌이 자연 낙하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사건 현장과 아파트 벽면과의 거리가 7m에 달하고 낙하지점 나뭇가지가 부러져 있는 형태와 각도 등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벽돌을 던졌다고 파악했다.

경찰은 피해 여성이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집을 지어주는 활동을 해온 것으로 미뤄 길고양이와 캣맘에 대한 혐오증이 범죄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초등생 용의자…옥상에서 벽돌 낙하 실험해

경찰은 사건 발생 시간대 해당 아파트에 있었던 거주자를 20여 명으로 추린 후 탐문 및 참고인 조사를 했다. 또한 아파트 거주자 60여 명의 DNA를 채취해 사실상 모든 거주자에 대한 DNA를 확보한 상태였다. 이후 경찰은 아파트 내부 CC(폐쇄회로)TV 영상을 분석해 사건 시간대의 아파트 104동 5~6호 라인 또는 옥상에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민 20여 명을 추려 조사해 왔다.

이와 별도로 사건 직후 옥상에서 어린아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족적도 확보해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 감정을 의뢰했다. 눈에 띄는 단서가 드러나지 않자 같은 동의 다른 라인 CCTV 영상도 분석해 조사하던 중 이 아파트에 사는 A군(10)이 사건 당일 오후 4시께 3~4호 라인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친구 2명과 함께 옥상으로 올라간 것을 포착했다. 사건 직후인 4시 42분께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사실도 확인됐다.

수상한 점을 포착한 형사는 A군의 집을 방문해 옥상에 올라간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A군은 "옥상에 올라간 적은 있지만, 돌은 던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같이 올라간 2명에 관해 묻자 "걔네는 누군지 몰라요"라는 답변을 들은 형사는 A군 일행을 추적해 B군(11)을 찾아냈고 "A군이 벽돌을 던졌다"는 결정적인 진술을 얻었다. 15일 저녁 다시 A군의 집을 찾아 조사를 벌이던 경찰은 A군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냈다. 또한 16일 오전에는 경찰청으로부터 옥상의 족적이 A군의 것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A군은 친구들과 학교에서 배운 물체 낙하실험을 하려 '옥상에서 물체를 던지면 몇 초 만에 떨어질까'를 놓고 놀이를 하던 중 옥상에 있던 벽돌 중 하나를 아래로 던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직전 이들은 3~4호 라인 옥상에서 돌멩이와 나뭇가지 등을 아래로 던져본 뒤 5~6호 라인 옥상으로 건너가 벽돌을 던진 것으로 밝혀졌다.

A군과 친구들은 벽돌을 던진 뒤 아래에서 사람이 맞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벽돌은 A군이 투척했으나 함께 있던 2명의 친구 가운데 벽돌 투척을 시켰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있어 이들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법적 처벌 없어

경찰은 A군의 진술과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A군이 '누군가 벽돌에 맞아 죽어도 좋다'는 식의 미필적 고의로 벽돌을 던졌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의적 범행이라 할지라도 A군은 만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로 형사 입건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군이 두려워 부모에게 범행 사실을 말하지 못해 부모는 경찰 조사가 시작될 때까지 A군이 던진 벽돌에 사람이 사망한 사실을 모르고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초등학생들이 옥상에 올라가 벽돌을 던진 것으로 밝혀지며 건물 옥상을 무단으로 출입하는 행동에 대한 통제 논란이 일고 있다.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하거나 절도범들에게는 문이 열린 옥상이 용이한 범행도구로 이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각종 범죄와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아파트는 옥상 문을 잠그고 출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소방당국은 화재 시 긴급대피를 위해 옥상 문을 항상 개방해 두도록 하는 지침을 세우고 권고하고 있다. 옥상을 설치하는 목적 자체가 화재 등으로 인한 긴급피난 시를 위한 것인데 옥상 문을 잠가 놓는 것은 대형 인명피해 등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옥상은 투신사고 및 각종 범죄가 일어날 우려가 큰 곳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으로 출입문을 잠그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경우 상층부 거주민들에게 출입문 열쇠를 나눠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만약 불이라도 났다가 주민들이 옥상으로 대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까 우려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안전관리를 책임지고 있다곤 하지만 주민들에게 고용된 관계이기 때문에 안전문제에서조차도 강하게 제재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명확한 규정과 강력한 제재방침이 세워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해졌다.



김민정 인턴기자 mj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