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과학기술단지, 제주지역 산업구조 고도화의 기폭제
강력한 제도적 지원 및 동북아 최적 입지, ‘성공 비결’
제2첨단과학기술단지로 첨단 비즈니스 거점 구축

제주도는 전통적으로 천혜의 환경을 기반으로 한 관광·서비스 위주의 지역산업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2004년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주의 첫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되며 제주 지역산업 구조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는 2010년 기반시설 조성이 완료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유수의 제조업·정보기술(IT) 기업이 몰려드는 곳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JDC)가 있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통해 2차 산업 발전

그동안 제주지역은 농업·관광 등 1·3차 중심의 산업구조로 산업간 불균형이 심화, 지역경제 팽창과 일자리 창출에 한계를 드러냈다. 1·3차 산업은 외부 변수에 극도로 취약한 약점이 있다. 만약 태풍이나 호우가 제주를 덮치면 한 해 감귤농사를 망치기 십상이다. 관광업 위주 3차 산업은 최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한계를 여실히 노출했다. 이들 산업의 균형 조정자로서 2차 산업인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었다.

이에 따라 정부와 JDC, 제주도 등은 제주지역의 새로운 성장 산업이자 핵심 산업인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환경기술(ET) 등 첨단 고부가가치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인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조성사업'을 국제자유도시 핵심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이를 위해 지난 2003년부터 제주시 아라동 일원 109만6000㎡에 4500억원을 투입해 첨단과학기술단지를 조성, 지난 2010년 6월 준공됐다.

현재 첨단과학기술단지의 입주기업은 126개사이며 총 매출규모는 약 총 1조 2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이동선 JDC 첨단사업처장은 “카카오를 비롯해 이스트소프트, 온코퍼레이션 등 유명·유망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기업들의 총 고용인원만 1650명, 제주지역 지역 내 총생산(GRDP)의 무려 9%가 이곳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이러한 성과에 대해 JDC 관계자는 “동북아 중심에 위치했으며 국제공항을 보유한 제주의 입지적 요건과 입주기업 대상 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을 통해 기업이 자유롭게 비즈니스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으로 디스플레이를 수출하는 입주업체인 온코퍼레이션의 창업멤버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한석 부사장은 “비지오가 하와이를 미팅 거점으로 삼은 것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평판TV 판매량 기준으로 미국 시장 1위 기업인 비지오는 대만계 중국인이 세운 디스플레이 기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하와이를 바이어들과 만나는 미팅 거점으로 사용했다. 사업구조가 비슷한 온코퍼레이션 역시 이에 착안해 ‘한국의 하와이’인 제주도에 거점을 둔 것이다.

JDC는 첨단과학기술단지를 중심으로 제주도내 벤처·중소기업 육성을 지원하고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단지 내에 '1인 기업 비즈니스센터 설치·운영', '산학융합지구 유치 추진' 등을 통해 첨단 산업단지의 면모를 하나씩 보강해 나가고 있다. 또 첨단과학기술단지 성공을 토대로 제주의 신성장 산업인 첨단지식산업 육성을 위해 1385억원을 투입, 제주시 월평동 약 83만3000㎡ 부지에 제2첨단과학기술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6월,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2020년 입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JDC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분양을 희망하는 기업 20여 개가 대기하고 있을 정도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 759세대 규모의 공동주택 건설 계획이 허가돼 공사 착공이 예정되면서 입주기업의 근로자들의 정주여건 역시 상당 수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한욱 이사장, 혁신적 경영으로 성과 이뤄

2002년에 공포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근거해 설립된 JDC는 국토교통부 산하의 공기업으로 ‘한국형 자유시장 경제모델’ 제시라는 비전을 갖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제자유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2002년 5월 출범했다. 서비스 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되면서 각국의 중요한 정책적 관심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JDC는 ‘제주형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통한 국민행복 창조기업’을 모토로 관광, 교육, 의료, 첨단 분야의 핵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JDC는 지난 6월 1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4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116개 공공기관 중 최고등급인 'A등급'을 획득한 바 있다. 이후 기재부는 201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관별 우수사례로 소개했고 공기업 부문 우수사례로 JDC 등을 선정했다.

이러한 경영 성과는 김한욱 이사장의 부임 이후 이어졌다. 김한욱 이사장이 JDC에 부임한 시기는 2013년 6월. 당시 JDC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조직운영을 위해 매년 200억~300억원을 차입하고 있었다. 차입금 누적액이 2860억원에 달했다. 돈을 벌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하루에만 이자로 9800만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김 이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김 이사장은 “변화와 개혁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생각에 '생존'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긴축경영을 했다”고 말했다. 상근이사 3명 모두를 교체하고 부서를 축소했다. 에너지 사용도 극도로 제한했다. 낮에는 전기를 켜지 않았고, 더운 여름에도 에어컨 사용을 금지했다. 대신 값싼 심야전기를 이용해 얼음을 얼린 뒤 환풍기에 넣어 냉방에 이용했다.

이 같은 노력 결과, 2013년 500억원, 2014년 1580억원의 금융부채를 갚을 수 있었다. 남은 800억원은 내년까지 전액 상환할 예정이다. 2013년 176.4%이던 부채비율도 지난해에는 113.1%로 대폭 줄었다. JDC의 부채감축 사례에 대한 호평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이어졌다. 매년 도마 위에 오르는 국감장의 단골메뉴였던 JDC의 열악한 재무상태를 괄목할 만하게 개선했기 때문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