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투자 손실' 집행부-감사 대립… 파문 확산에 사정기관 수사 조짐집행부, 현직 감사 제명 추진하면서 양측 대립 극에 달해고발장서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채 불법 투자" 주장

맑은고양만들기시민연대 회원이 지난해 12월 10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서울YMCA 비리 관련자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1인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1903년 설립된 시민단체 서울기독교청년회(YMCA)가 집행부의 비리 의혹이 연달아 터져 나오면서 급기야 검찰수사로 확대되는 조짐이다.

무엇보다 YMCA 집행부가 거액의 자금을 유용하고 이 자금으로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자금 용처 조사를 놓고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YMCA는 최근 고위험 파생 금융상품 투자를 주도해 손실을 초래한 이사장과 회장을 현직 감사가 검찰에 고발했고, 집행부는 이에 감사 제명을 추진하면서 양측의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내부적으로 집행부의 비리를 성토하는 투서가 수차례 나돌면서 조직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심모 서울YMCA 감사는 "지난 2008년 내부자금 30억 원을 고위험 금융상품인 주가연계파생결합증권(ELS)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게 했다"며 당시 투자를 주도한 이사장과 회장, 전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지난 10월 30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에 배당됐다.

심 감사는 고발장에서 "재단법인이 기본자산을 고유목적 사업 이외의 곳에 지출하려면 주무관청에 신고해 허가받아야 하지만, 이런 과정이 없었고 내부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채 불법으로 투자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심 감사가 검찰에 제출한 내부 결산서류에는 서울YMCA가 2008년 30억 원을 국내 채권형 ELS에 투자했다가 11억 원을 잃었고,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잔액을 다시 선물옵션에 투자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 잔액은 18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이 내부 직원들에게 알려지고 심 감사가 이번 불법 투자의 진실규명을 위해 내부적으로 회장의 직무정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최근 발송하면서 사건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집행부는 심 감사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행부는 "(심 감사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조직의 위신을 심각히 실추시켰다"며 지난해 말 서울 종로구 종로2가 YMCA회관 2층에서 이사진 24명 중 18명이 참석한 가운데 심 감사의 제명 안건을 논의하는 임시이사회를 열었다. 하지만 감사 제명 반대표가 과반이어서 안건은 부결됐다.

YMCA 집행부 비리 의혹에 임직원 문제 제기

심 감사 등이 나서 당시 투자를 주도한 안모(60) 회장 해임을 요구하고 관련자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해 수사가 진행되자, 이사회는 오히려 "서울YMCA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회원 제명으로 맞선 것이다.

사태의 핵심으론 장기 집권한 서울YMCA 운영진과 이사진들의 비리의혹, 이로 인한 재정난 등이 거론된다.

서울YMCA는 도심 한복판 종로1가 회관을 비롯해 서울 각 지회 부동산, 국제청소년센터를 짓고 있는 고양시 땅 등 자산이 1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올해 4월 직원 월급과 퇴직급여를 주지 못해 고발당하는 등 재정이 사실상 파탄 상태다.

2008년 일산 청소년수련원 부지 매각(약 93억원) 등 최근 7년간 소유 부동산 등을 팔아 들어온 돈이 350억 원이 넘지만 직원 월급이 없어 대출을 받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심 감사와 일부 직원들은 30억원 불법투자를 비롯해 80억원을 쓰고 중단한 일산 골프연습장 건설, 특정 기업에 일감을 몰아준(10년간 650억) 과정에서 공사대금 부풀리기 의혹 등 재단이사회와 운영진의 비리가 만연하다고 보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서울YMCA는 41년간 이사, 18년간 이사장을 지내며 자기 사람으로 단체를 장악한 표모(83) 명예이사장을 필두로 조모(84) 현 이사장, 안 회장 등 지인과 친인척 등으로 요직이 채워져 내부 견제가 불가능한 구조다.

심 감사는 "서울YMCA이사회가 해야 할 일은 재단의 기본재산을 탕진한 당사자,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조치"라며 "제명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해 이사회 결정의 부당성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도 나서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간부 직원인 간사단 37명 중 21명이 안 회장에 대한 사퇴요구서에 서명했다. 평직원들은 이날까지 안 회장 사퇴 연명장에 서명한 뒤 심 감사 제명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심 감사 측이 주장하는 내용에 따르면 서울YMCA는 비리백화점 그 자체다. 심 감사는 "지난 10월 30일 서울YMCA의 기본자산 30억을 고위험 파생상품에 불법 투자하여 모두 탕진한 서울YMCA 안창원 회장 및 관련자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지금 당사자들의 소환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뒤이어 11월 17일 서울YMCA 이사장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해 불법행위 주모자인 안창원 회장의 직무정지 및 해임, 관련자들에 대한 급여지급정지 조치 등 의결을 위한 이사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이사장과 이사회는 엉뚱하게도 본 감사를 제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 감사는 "최근에 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며 "강남지회 신탁개발 건으로 본 감사가 확인해 본 바에 따르면, 본회 재단이사회는 비밀리에 강남지회 개발을 추진했고, 개발방식을 '신탁개발' 방식으로 하며, 이를 위해 현재 종로구청에 '기본재산 변경 승인'을 요청해 놓았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심 감사는 또 "벌써 수개월 전에 요청해 놓고 빨리 해달라고 요로에 청탁을 넣고 있다고 한다"며 "서울YMCA 기본재산인 강남지회를 '신탁회사'명의로 명의 변경할 테니 승인해 달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 감사는 "신탁개발이라는 것이 일단 우리 재산을 넘겨주고 난 뒤에, 그 쪽에서 개발과 분양 등 모든 절차를 다 맡아 하고 남는 돈 얼마를 서울YMCA에 준다는 것이다. 이미 500억 원을 서울YMCA에 주기로 했다는 풍문이다. 그런데도 이 개발을 맡아 하는 회사가 어디인지, 설계는 나왔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고 심지어 회장도 잘 모른다고 한다. 누가 하는 개발입니까? 유령이 하는 짓입니까? 서울YMCA의 파산을 초래할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일을 강남지회 관장도 모르고 운영이사회도 모르는데 이렇게 비밀리에 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끝없는 비리에 100년 전통 흔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대혼란 상태라고 한다. 아기스포츠단 모집이 내년에 중단됐고, 이미 다니고 있는 6세, 7세반 아이들의 학부모들도 대혼란 상태로 강남구청에 민원을 넣었고 실력행사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 상황에 승인이 나도 공사가 제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는 게 심 감사의 설명이다. 1년 경상예산 150억 원이 서울YMCA의 예산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강남지회가 문을 닫게 된 처지에 놓이게 것이다.

심 감사는 "단언컨대, 이 강남지회 신탁개발 건은 초대형 사기사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강남 논현동의 요지 1500평은 땅값만 쳐도 평당 6000∼7000만 원이면 거의 1000억 원짜리다. 그런데 여기에 주상복합 개발을 하면 적어도 연건평 1만평을 짓게 되고, 싸게 분양해 평당 2000만 원만 잡아도 분양가가 총 2000억 원에 이른다. 땅값까지 따지면 3000억 원짜리 공사인데 개발이익을 서울YMCA에게 500억 원을 준다니 말이 되나. 땅값만 1000억 원, 아무리 불경기라해도 최소 800억 원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어떻게 개발을 하면서 500억 원에 넘긴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난센스"라고 말했다.

서울YMCA는 112년 역사 동안, 민족운동과 시민사회의 씨앗을 뿌린 역사적 사회적 자산 이외에, 여러 선조들이 재산을 기증하여 많은 물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 종로2가 본회 1300 평, 강남 논현동 1500평, 송파 잠실동 300평, 일산 5만평, 남양주 진접 3만평, 공주 20만평, 의정부 다락원 캠프장 10만평 등 부동산 자산만 최대 1조원에 이른다.

서울YMCA 명예 이사장 표용은(목사 83세)은 42년째 이사, 1995년부터 2003년까지 18년 이사장을 지내고 이어서 명예이사장으로 주인 없는 YMCA에서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게 심 감사의 폭로다. 표 이사장은 이사회를 장악해 YMCA운동의 실무자인 총무(회장)의 임면권을 장악하고 전횡을 휘둘러 왔다는 것이다.

그는 측근과 친인척을 회장에 앉혀 서울YMCA의 인사와 재산 관련 등 모든 업무를 좌지우지하고 있으며, 2009년 자기 조카 안창원을 회장에 앉혀 친정 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감사는 "첫째 조카 안태원에게 서울YMCA의 건물 청소 관리 등의 용역 업무를 맡겼고 이사회 이사장으로 조기흥(84세, 평택대 설립자 겸 총장)씨를 꼭두각시로 앉혀놓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2010년 2월 서울YMCA의 헌장을 개정해 총회에서 회원 직선으로 선출하던 이사를 공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를 총회에서 '찬반'만 물어 선출하는 '간선제'로 바꿔버렸다. 서울YMCA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회원들은 투표권이 없어져 거수기가 되었으며, 그 결과 표용은의 이사회 장악력은 더 커졌다.

이들 9명이 재단이사와 사단이사를 겸해 서울YMCA 자산운영과 인사 등을 좌지우지하고 있어 비리는 뿌리가 깊다고 직원들은 주장하고 있다. 지금은 과거처럼 연임 제한이 없어 종신이사가 가능한 체제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 사이, 서울YMCA의 토지 수용, 매각 등으로 400억 원 상당이 유입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2014년 일산 청소년수련원 부지 매각 370억 원을 포함하면 800억 원에 가까운 현금이 들어왔지만, 2015년 상반기, 이 400억 원은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한 푼도 없어 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서울YMCA직원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 @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