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00명 증가 '변호사 폭발'…취업란, 생활고 등 문제 급증로스쿨 출신 변호사 해마다 1500명 배출… 공급 과잉개업해도 수임 없어 휴·폐업… 일부 범죄 가담도변호사 자격 있어도 로펌 취업 바늘구멍… 일반 취업 눈 돌려

지난15일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위치한 한 건물. ‘사무실 임대’현수막이 변호사 시장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사진=윤소영기자
2015년 12월을 기해 변호사 수가 2만명을 넘었다. 변호사 2만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변호사의 지위와 역할에 균열이 생겼다. 2009년 로스쿨 도입 이후 매년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1500명씩 가세하면서 변호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자 치열한 밥그릇 싸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변호사 시장이 포화를 넘어 폭발상태라고 말한다. 법률서비스 수요는 늘지 않는 상황에서 공급만이 급증하며 생존에 위협을 받는 변호사들과 열정페이에 시달리는 초년병 변호사들, ‘사회적 약자’로서 성차별을 받고 있는 여성 변호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변호사 2만명…월 수임 1건

지난해 12월 13일 기준 국내 변호사 수는 2만 433명으로 집계됐다. 1906년 3명에 불과했던 변호사는 1970년 719명, 1980년 940명, 1990년 1924명, 2000년 4228명, 2010년 1만 1802명 등으로 계속해서 증가해 왔다.

이후의 변호사 수 확대에는 2009년 국내 도입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한몫했다. 2009년 1기 입학생을 받은 국내 로스쿨은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을 통해 1451명의 합격자를 냈으며 이후 입학정원의 75%인 1500여명의 변호사를 매년 배출했다.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전경. 경기불황에 법조시장마저 한파를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윤소영 기자
실제로 대한변호사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변호사 수는 1만 2607명이었으나 2012년에는 1만 4534명으로 1927명이 증가했다. 2013년 1만 6604명, 2014년 1만 8708명 등으로 해마다 신규 변호사가 평균 2000명 증가했다.

변호사 수가 2만 명을 훌쩍 넘자 업계에서는 변호사 시장이 치킨게임(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출혈 경쟁을 하는 것) 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2000년대 1인당 평균 40~50건이었던 수임 건수는 2010년 이후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서울 지역 변호사 1인당 월 평균 수임 건수는 2011년 2.8건에서 2012년 2.3건, 2013년 2.0건, 2014년 1.9건으로 떨어졌다. 월 수임 건수가 2건 이하로 떨어진 점은 변호사들의 불안감을 짐작케 했다.

1인당 수임 건수가 떨어지자 고객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과다경쟁으로 수임료도 동반 하락했다. 변호사 A씨는 “2000년대 중반 중견 변호사 경우엔 1000만 원, 청년 변호사는 500만~700만 원 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경력을 막론하고 200만~300만 원대로 대폭 줄었다”고 전했다.

또한 “사무실 임대료, 사무장과 여직원 월급 등을 고려하면 월 2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데 이마저도 힘든 곳이 많아졌다”며 “시장의 절반 이상을 대형 로펌이 차지하는 것을 생각하면 개인변호사들은 한 달에 한 건도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 4일 제5회 변호사시험이 시행된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에 응시자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
최근 몇 년 간 '대한민국 법조계 1번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조타운에서는 건물 공실률이 늘어나고 있다. 사건 수임이 줄어들면서 비싼 임대료 등의 부담으로 사무실을 유지하기 어려운 로펌들이 급증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휴ㆍ폐업하는 로펌들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간 휴·폐업한 서울 지역 로펌은 2010년 243건, 2011년 215건, 2012년 297건, 2013년 334건, 2014년 450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얼어붙은 변호사 시장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매년 변호사시험을 통해 배출되는 1500여 명의 변호사 수를 고려했을 때 오는 2020년이면 3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생존 위기에 각종 불법 만연

지난해 9월 강용석 변호사는 서울 지하철 서초역 7번 입구에 삿대질을 하는 모습과 함께 ‘너 고소’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를 게재했다. 당시 강 변호사는 “‘고소’의 중의적인 표현을 의도했다”며 “3탄, 4탄도 있다. 방송할 때 찍은 재미있는 사진이 많아 카피만 붙이면 된다”고 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해당 광고가 변호사의 품위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부적격 판정을 내렸고 결국 강용석 변호사는 이를 새 광고로 교체했다. 현행 변호사법 제23조는 부정한 방법으로 변호사의 품위를 훼손할 경우 지방변호사회가 철거 및 수정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업계 불황으로 사건 수임이 어려워지자 사실을 과장하거나 공정한 수임 질서를 해치는 변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접수된 과장 광고 건수는 2011년 0건이었으나 2012년 3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두 자릿수로 급증했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법조 브로커에게 대여료를 받고 변호사 명의를 빌려주는 변호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인천 지역의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4명은 2010년부터 법조 브로커에게 변호사 명의를 빌려주고 매달 400만원씩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지난해 12월 변호사 4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당시 사건을 맡은 인천지법 재판부는 “변호사인 피고인들은 명의를 대여하고 대가를 얻어 변호사 제도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죄질이 매우 무겁지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2만 명의 변호사 가운데 주택 중개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경우도 있다.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러스트는 변호사들로 구성돼 있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합리적이고 쉬운 부동산 법률상담, 변호사와 상의하세요”라고 소개했다.

트러스트는 집값과 상관없이 최대 99만원의 중개료만 받겠다고 했다. 1억 5000만~2억 5000만원 주택의 매매와 1억 5000만~3억 원 주택의 전ㆍ월세의 중개료는 45만원이다. 2억 5000만원 이상 주택의 매매와 3억 원 이상 주택의 전·월세 중개 수수료는 99만원이다.

이를 바라보는 공인중개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 공인중개사는 “변호사들의 부동산 중개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공인중개사협회 측은 “실제 중개 행위가 이뤄지면 형사 고소를 하겠다”며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7급 공무원에 지원하는 변호사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20명을 모집한 7급 행정주사보 직급에 변호사 25명이 지원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서류·면접 전형에서 7명만이 최종 채용됐다.

이와 관련, 변호사 B씨는 “로펌에 들어가지 못한 로스쿨 변호사들이 7급 공무원에 지원하고 있다”며 “변호사들 스스로 고수입의 대접받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발생하니까 지위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열정페이ㆍ성희롱에 눈물짓는 초년병

로스쿨을 갓 졸업한 변호사들은 업계 불황에 취업난을 겪고 있다. 앞선 B씨는 “지방은 여전히 변호사가 모자라지만 그 지역의 인맥이나 연고가 없으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다들 서울, 특히 서초에 있고 싶어 하는데 서초는 포화 상태를 넘어선 폭발 상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들이 아무 로펌에 가서 몇 백만원씩 주고 일을 맡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이 들어오는 로펌에서는 넘쳐나는 신규 변호사들을 노예처럼 착취하고 있다”며 “새벽 3~4시까지 야근은 기본이고 이를 못 버티고 그만두고 새로 들어오는 변호사들이 넘쳐난다”고 덧붙였다.

로펌 취업에 상대적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는 여성 변호사들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변호사들 대다수가 취업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고용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변호사들이 서초에서 취업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고용주인 대표변호사들이 미혼의 외모가 수려한 여자 변호사를 고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쾌한 사례들이 종종 들려온다”며 “의뢰인이랑 미팅하는데 ‘우리 김변은 미혼이야’라고 하거나 ‘결혼하면 나가야 하는 거 알지?’ 등의 얘기를 서슴없이 하는 경우를 목격했다”고 전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 시장에서 심각한 취업난에 구직을 하지 못하는 변호사들의 고용 창출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측은 “법률시장에서 심각한 일자리 부족 현상으로 많은 청년변호사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낮은 경력의 변호사 경우 로펌 취업과 사무실 개업이 모두 어려워지자 기업의 법무팀 취업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변호사 시장의 취업난은 갈수록 한층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돼 이와 같은 상황은 더욱 빈번해질 듯하다.

앞선 A씨는 “과거 대기업 경우 변호사 자격증만 있으면 간부로 채용을 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며 “중소기업의 대리급이나 국회의원실 9급 보좌관에 지원하는 변호사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앞선 B씨는 “사시 출신이나 로스쿨 변호사나 모두 취업난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로펌 취업 대신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곳이 사기업 취업인데 그동안의 노력을 생각하면 씁쓸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