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남과 짜고 보험금 노렸나?남편 앞 보험 14개 드러나… 11월에도 살해 시도부부 모두 외도 '서류상 부부'… 내연남 공모 여부 수사남편 동선 암호로 알려… 1톤 트럭으로 치고 뺑소니로 위장신고 안 한 아내 추궁 끝 자백 "남편에 빚 들킬까 청부살해"

1월 27일 피의자 강씨와 손씨가 함께 트럭에 타고 현장검증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남편 앞 보험 14개 드러나 … 11월에도 살해 시도
부부 모두 외도 '서류상 부부'…내연남 공모 여부 수사
남편 동선 암호로 알려…1톤 트럭으로 치고 뺑소니로 위장
신고 안 한 아내 추궁 끝 자백 "남편에 빚 들킬까 청부살해"

지난달 22일 밤 11시 57분 경기도 시흥시 금이동의 한 비닐하우스 앞 이면도로에서 박모(49세)씨가 1톤 트럭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씨는 아내와 드라이브를 하던 중 잠시 내려 담배를 피우고 차로 돌아가던 중 변을 당했다. 박씨를 친 트럭은 그대로 도주했고 사고현장에서 30미터 떨어진 곳에 있던 비닐하우스 화원 주인이'퍽'하는 소리를 듣고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화원 근처의 CCTV를 돌려보던 중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트럭 운전자 손모(49세)씨가 사고 직전 현장 주위를 맴돈 점, 트럭이 돌진할 때 헤드라이트를 끈 점 등이다. 이에 경찰은 사건을 교통사고사건에서 살인사건으로 전환하고 박씨의 아내 강모(45세)씨를 추궁했다. 강씨가 사고현장에서 불과 3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음에도 신고하지 않은 점과 사고 전 트럭운전자 손씨와 수차례 통화한 점을 의심했기 때문이다. 결국 강씨는 손씨와 짜고 남편을 살해한 것을 자백했다. 경찰은 강씨와 손씨를 긴급체포하고 각각 살인교사죄와 살인죄로 구속했다.

아내와 살인범 '잘못된 만남'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손씨는 10여 년 전 강씨가 운영하던 노래방을 드나들며 강씨 부부를 처음 알게 됐다. 이혼 후 일하던 공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혼자 살던 손씨에게 유일한 낙은 강씨의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고 유흥을 즐기는 것이었다. 단골손님이 된 손씨는 차츰 강씨 부부와 친분을 쌓아갔다. 특히 강씨는 손씨에게 자주 전화해 "남편 때문에 힘들다"는 하소연을 늘어놓을 만큼 손씨와 가까워졌다. 손씨는 남편이 너무 가부장적이며 독재자 같다는 강씨의 말을 수년간 들었다. 강씨는 이따금씩 손씨에게 "돈이 필요하다"며 손을 벌리기도 했다. 보험금을 내야 한다며 돈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

강씨의 진술에 의하면 작년 11월에 강씨는 손씨에게 500만원을 건네면서 "빚이 2500만원이 있는데 남편은 모른다. 알면 큰일이니 남편을 죽여달라"고 했다. 사건 발생 3일 전인 1월 20일에는 "적당한 장소가 있다"며 남편을 살해할 장소에 손씨를 데려가 답사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사건 당일인 22일 밤 퇴근한 남편에게 강씨는 일부러 시비를 걸었다. 남편을 밖으로 꾀어내기 위해서였다. 말다툼 끝에 강씨는 남편에게 "집에는 아이들이 있으니 기분도 풀 겸 드라이브도 하고 밖에서 이야기하자"고 제안했다. 남편 박씨도 아내의 말에 동의하고 둘은 자가용을 타고 나갔다. 차에 탄 강씨는 남편의 동선을 손씨에게 알려주기 위해 3차례 손씨에 전화했다. 곁에 있던 남편이 의심할까 싶어 암호까지 사용했다. 강씨는 전화로 손씨에게 "외상값 갚아야죠"라고 말했다. '남편을 죽일 적기이니 실행하라'는 둘만의 암호였다. 손씨는 예정된 장소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며 '타깃'이 오기를 기다렸다.

사건현장인 시흥시 금이동의 한 도로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는 피의자 강모씨. 사진=연합
강씨는 금이동의 비닐하우스촌 근처에 다다르자 남편에게 "나는 차에 있을 테니 담배 한대 피우고 오라"고 했다. 차에서 몇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차로 다시 돌아오던 박씨에게 손씨가 탄 트럭이 돌진해 들이받았다. 박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손씨는 그대로 달아났다. 출동한 경찰은 처음에 단순 뺑소니 사고라 여겼으나 근처 CCTV를 살펴보고는 살인사건으로 전환해 수사했다. 손씨가 사고가 나기 직전에 박씨의 차량을 맴돌았고 박씨를 트럭으로 칠 때 전조등을 끄고 갑자기 돌진한 점이 수상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강씨의 행적에도 의심을 품었다. 강씨는 사고 후 경찰에게 "스마트폰 게임을 하느라 남편이 사고당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했으나 그는 당시 사고현장에서 겨우 3미터 거리의 차 안에 있었다. 사고 신고자가 30미터 거리에 있었음에도 '퍽'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한 것과 배치됐다. 경찰은 사고를 1시간여 앞두고 강씨와 손씨가 몇 번이나 통화한 점도 파고들었다. 계속되는 추궁에 강씨는 손씨에게 500만원을 주고 남편을 살해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사건 다음날인 23일 오전에 자백했고 곧바로 긴급 체포됐다.

이날 오후 5시 35분경 손씨 또한 자신이 근무하는 안산시 단원구의 공장 쪽방에서 잠을 자던 중 경찰에 체포됐다. 박씨를 친 1톤 트럭도 앞면이 찌그러지고 유리가 파손된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손씨를 살인죄로, 박씨는 살인교사죄로 구속했다.

남편 명의 보험 14개… 보험금 노린 살해에 무게

사건을 접한 국민들은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론 의아해했다. 2500만원의 빚이 있다는 것을 남편이 알게 될까 두려워 살해를 청부했다는 동기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이었다. 25년간 결혼생활을 했고 슬하에 아들과 딸을 두고 있던 강씨 부부였다. 경찰의 확인결과 실제로 강씨에게는 약 1000만원의 자동차 할부대금과 1500만원의 카드빚 등이 있었다. 그러나 살인동기치고는 액수가 터무니없이 적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범행 3일 전인 1월 20일 강씨와 손씨가 오후 7시 30분 경 현장을 답사하는 모습이 찍힌 CCTV . 연합뉴스
경찰의 거듭된 수사 결과, 남편 박씨 앞으로 보험이 14개나 가입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손해보험이 7개, 생명보험이 7개였다. 보험료만 매달 100만원이 넘게 지출했다. 특히 2014년부터 작년까지는 손해보험만 6개를 들었다. 보험 14개 중 박씨가 계약한 보험은 단 2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2개 보험의 계약자는 아내 강씨였다. 보상금의 수령자도 아내인 강씨로 돼 있었다. 남편 박씨가 뺑소니로 처리됐을 경우 강씨가 받을 수 있었던 보상금은 무려 17억 원에 육박했다.

손씨의 행동 또한 의문이라는 여론이다. 500만원을 받고 살인까지 하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경찰은 손씨와 강씨가 남편의 보험금을 두고 모종의 거래를 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손씨가 강씨를 흠모해 남편 박씨를 치정(癡情)살해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순탄치 않은 결혼생활… 끈질긴 시도 끝 남편 살해

강씨의 친인척의 말에 의하면 강씨와 박씨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강씨는 항상 남편의 가부장적인 모습에 불만이 많았다. 부부 내외 모두 외도를 했으며 자주 싸웠다. 그야말로 '서류상의 부부'였다. 이에 경찰은 강씨가 내연남과 공모하고 손씨를 시켜 남편 박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손씨의 진술에 따르면, 강씨는 작년 11월에도 외국인에게 돈을 주고 남편의 살해를 청부했다. 행인지 불행인지 그 외국인은 돈만 받고 잠적했고 강씨의 살해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 후 곧바로 강씨는 손씨를 찾아 다시 한번 남편을 살해해 달라고 청부했고 끝내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강씨의 범행이 탄로나 보험금 17억에 강씨는 손도 댈 수 없게 됐다. 오히려 남편을 청부살해 한 이유가 '보험금'때문이라면 가중 처벌 될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보람 인턴기자 boram3423 @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