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업은 핵심 수익모델…유흥업ㆍ대부업과 연결 '검은돈' 만지작

광주에서 적발된 유사성행위 업소 일명 '테마방' 연합뉴스
진입장벽 낮고 선배로부터 일 배울 수 있어 청소년부터 시작
단속 피해 주택가, 신ㆍ변종 성매매로 방향 틀어…음성화 가속
수명 짧지만 수익성 좋아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사업"

해마다 경찰의 단속으로 검거되는 성매매 사범은 2만 명이 넘고, 성매매 시장 규모는 약 30조~37조원 사이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성매매 사업의 대부분은 폭력 단체와 깊이 연계돼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폭력 조직이 직접 성매매 사업을 운영하거나 영업보호를 해주는 방식이다. 이러한 사실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조직폭력배들이 직접 고백한 사실을 통해 드러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교정기관에 수용된 전현직 조직폭력단체 구성원 3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심층면접을 실시해 이를 분석했다. 최근 공개한 '조직범죄단체의 불법적 지하경제 운영 실태와 정책대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조직폭력배들의 사업은 유흥업, 성매매, 대부업 등이 고리처럼 얽혀 있었다. 특히 유흥업에서 성매매는 여러 고리로 연결돼 있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나타난 조직폭력사범의 유흥업, 성매매 실태를 심층 분석했다.

대전에서 적발된 퇴폐 마사지 이발소 연합뉴스
투자 대비 수익 높아… 10대 때부터 보도방 운영

형사정책연구원이 범죄단체 구성 및 활동으로 수감 중이거나 전과가 있는 3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조직폭력배들이 가장 많이 운영하는 사업은 '유흥업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8월 기준으로 조직폭력단체 구성원 307명 중 조직운영 사업에 '유흥업소 직접운영'이 포함된다고 응답한 경우가 '74.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조직이 운영하던 사업'에 성매매 사업이 포함된다고 응답한 인원은 103명(33.6%)이었다. 3명 중 1명 꼴이다.

그렇다면 왜 범죄단체들은 성매매 사업에 뛰어드는 것일까? 응답자들은 성매매 사업이 초기 투자비용이 낮은 데 비해 수익이 좋고 운영하기가 편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성매매 사업이 조직의 '대표사업'이라고 응답한 14명 중 수익이 연간 5억 원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은 5명이었다. 이 중 2명은 수익이 50억 원 이상이라고 했으며 1명은 5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다고 말했다. 한 응답자는 성매매 사업에 대해 "아가씨 장사는 3개월 하면 수익이 괜찮다. 5억까지도 벌어봤다"라고 말해 그 수익성을 실감케 했다.

자본금이 적게 드는 조건만남 주선이나 보도방 운영은 10대 때부터 손을 대기 시작한다고 했다. 조건만남 주선의 경우 별다른 투자 없이 관련 애플리케이션만 다운로드 받으면 되므로 초기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조건만남 1회당 비용은 10만~15만원 선인데 이를 2:1 혹은 3:2 비율로 성판매자와 조직폭력배가 나눠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도방 운영은 명함제작, 핸드폰 구입 등에 쓸 초기 투자비용만 있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간혹 차를 렌트하거나 유흥업소ㆍ노래방 내의 방을 빌려 도우미들의 대기실로 사용하는 업자들도 있지만 가게를 빌리는 것보다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이처럼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보도방은 10~20대가 주로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보도방으로 자본금을 모은 다음 임대료 지출이 필수적인 오피스텔, 키스방 등으로 '환승'한다고 했다.

성매매업을 하는 조폭들은 보통 처음 성매매 사업 일을 시작할 때 '맞선배'라 불리는 1년 선배로부터 일을 배운다. 친한 선배 조직폭력배의 라인이나 계보를 따르면서 성매매 영업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단 성매매 사업에 발을 들여놓으면 도로 빼기는 힘들다고도 얘기했다. 큰 노동력을 들이지 않고 쉽게 돈을 벌기 때문이다. 응답자들은 "한번 돈 맛 본 사람들은 못 헤어나온다", "하루에 돈 100만원을 벌 수 있는데, 다른 일을 하겠나. 사람들마다 주특기가 있는 것이다. 어려서 아가씨 장사를 하면 커서도 아가씨 장사를 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반인과 손잡고 운영, 영업보호만 해주기도

성매매 사업을 벌이기 위해서는 적은 비용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의 초기비용이 든다. 조건만남 < 출장마사지 < 오피스텔 성매매 < 키스방 등 유사성행위 업소 < 안마방 < 유흥업소 < 룸살롱 < 풀살롱(유사성행위와 성행위 모두 가능한 곳) 순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본금이 없는 조직폭력배들은 일반인의 투자를 받아 사업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직이 성매매 사업을 했다고 응답한 103명 중 68명(66%)이 '일반인과 함께 사업을 운영했다'고 답했다. '일반인과 함께 투자한 대표적 사업'이 성매매알선인 경우 6:4의 비율로 일반인과 조직폭력배가 자금을 나눠내는 것으로 나타나 일반인이 조폭보다 더 많은 돈을 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인이 직접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흔히 '반달'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반달은 조직폭력배들과 친분이 있거나 과거 폭력단체에 몸담았던 전적이 있는 '은퇴한 건달'이다. 이들이 성매매 업소를 직접 운영하고 조폭들은 운영 중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주먹으로 해결해주는 방식이었다. 요즘은 이같이 조폭이 직접 성매매 사업체를 운영하기보다 반달들의 영업을 보호해주고 수익을 나눠 갖는 형태가 흔하다고 했다. 한 응답자는 "일반인은 좋은 아이템이 있어도 건달이랑 같이하려고 한다. 진상부리는 손님 처리 같은 걸 실제로 더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일반인이 성매매 사업을 할 경우 조폭과 손잡는 것은 필수적이라 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일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매매 영업을 둘러싸고 지역마다 폭력조직이 중심이 되는 '협회'나 '위원회'같은 연합이 있기 때문이다.

한 응답자는 "혼자서 운영하는 업소는 차렸다가 금방 망한다. 성매매는 연합이라는 게 있어서 잘 돌아가야 하는데 거기 일반인들이 낄 자리가 없다"고 했다.

연합은 조폭을 끼지 않고 운영하는 성매매 업소에 압력을 넣어 조폭과 공동운영 하도록 강요하거나 아예 사업을 접게 만들기도 한다. 때문에 일반인들이 성매매 사업을 하기 위해 조폭에게 접근하기도, 반대로 조폭이 일반인들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조폭들은 일반인들과 성매매 사업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로 '수익 배분'을 꼽았다. 같은 조직 후배에게 운영을 맡길 시 "동생들은 더 챙겨줘야 하기 때문에" 돈이 배가 든다는 것이다.

각종 XX방 등 신ㆍ변종 성매매업소 기승

경찰의 성매매 단속이 강화되면서 조폭 및 업주들은 단속을 쉽게 피할 수 있는 신ㆍ변종 업계로 눈을 돌렸다. 신ㆍ변종 성매매 적발건수는 2011년 1870건, 2012년 3254건, 2013년 4616건, 2014년 8961건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집장촌 등 비교적 규모가 크고 눈에 띄는 성매매 업소들을 눌러대다 보니 압력을 피해 단속하기 어려운 곳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가져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키스방을 비롯한 각종 XX방이 대표적이다. 특히 키스방은 법을 교묘하게 이용해 운영되고 있었다. 정식으로 사업체등록이 되는 점을 파고 든 것이다. 키스방에서는 직접적인 성행위나 유사성행위가 아닌 '키스'만을 허용하기 때문에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키스방 업주들은 이 같은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일단 사업체등록을 해놓은 다음 걸음 하는 손님들에게 암암리에 유사성행위를 제공했다.

성판매 직원들은 최소 2명을 두고 있었으며 비용은 보통 7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알선자(업주)와 성판매자가 4:3으로 분배한다. 비용이 다른 성매매 업종에 비해 저렴한데, 그 이유는 '직접적인 성행위'를 하는 것이 아닌 '유사성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업주들은 키스방에서 직접적인 성행위를 허할 경우 손님이 끊기기 때문에 오직 유사성행위만 고집한다고 했다.

법망(法網) 피해 주택가까지, '오피' 성매매

최근 가장 성행하는 성매매 형태는 일명'오피'라 불리는 오피스텔 성매매다. 조직들이 직접 운영하는 성매매 업종으로 오피스텔을 통한 성매매알선(26.4%)과 마사지숍(26.4%)이 가장 많이 뽑혔다. 키스방(15.4%), 이용업(9.1%),유리방(7.2%), 귀청소방(6%)이 뒤를 이었다.

오피는 다른 성매매 사업과 마찬가지로 일반인과 조폭이 합작해 사업을 벌이거나 조직원들이 직접 운영한다고 했다. 이 일은 주로 20대가 맡는다. 응답자들은 다른 성매매 업종과 비교하더라도 오피가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좋아 선호한다고 했다.

오피의 초기 투자 비용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보통 보증금 500만원과 한달 방값 50만~60만원, 침대 등 물품비 50만~60만원, 광고비 20만~30만원 선으로 총 650만~700만원 정도였다. 그렇다면 투자대비 수익은 얼마나 올릴까? 오피 이용자들은 보통 회당 10만~20만원의 비용을 지불한다. 이를 성판매자와 알선자가 7:3의 비율로 나눠가진다. 즉 손님 한 명 당 3~7만원이 알선자 몫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조폭이 일반인(반달)을 사장으로 내세워 운영하는 경우에는 이 수익을 일반인 사장이 7, 조폭이 3을 가져간다. 일반인이 거둬들이는 몫이 더 많은 만큼 단속 등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에 사장이 모든 책임을 지는 형태다. 조폭이 따로 일반인 사장을 두지 않고 직접 오피 운영을 하고 '관리자'를 따로 두는 경우에는 수익을 업주와 관리자가 5:5로 똑같이 나눠 갖는다고 했다.

오피 관련 업종(알선자, 관리자, 사장 등)에서 일했다고 말한 응답자들은 보통 방을 3개 이상 빌리고 성판매 여성을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15명까지 뒀다고 말했다. 한달 간 벌어들이는 수익은 제각각이지만 성판매자 여성이 하루 평균 60ㅁㅏㄴ ~70 만원을 번다고 했다. 이것을 조폭, 사장, 관리자가 일정한 비율로 나눠 가져가는 것이다. 방 3개를 운영할 경우 보통 알선자는 월 1000만원 정도의 돈을 만지게 된다.

외국여성들 들여오고 한국여성들 내보내고 '성매매 무역'

오피를 운영했다고 답한 응답자 중에는 우리나라 여성보다 훨씬 더 싼값에 고용할 수 있는 해외에서 성판매 여성들을 데려온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언급된 여성들은 태국 여성들이었다. 한 응답자는 "태국 애들 데리고 와서 3달에 300만원만 주면 우리(알선자)는 그 10배가 되는 돈을 벌 수 있다. 여행비자로 데려온다"고 했다. 즉, 우리나라로 놀러 온 여행객인 것처럼 가장해 단기간 성매매로 일을 하고 돈을 벌어 자국으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비자 만료 기간 등 제약 때문에 원정 성매매를 온 여성들은 자주 물갈이 되는 편이라고 했다.

반대로 우리나라 여성들을 모집해 해외로 가 성매매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마카오가 가장 인기 있는 무대다. 굳이 거금의 투자비용을 들여 해외까지 가는 이유는 물론 수입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해서 알선자뿐만 아니라 성판매 여성들도 마카오 원정 성매매를 선호한다고 했다. 응답자들은 "마카오에 가면 중국에서도 돈 있는 사람들이 가서 논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성판매)여성들이 선호를 많이 한다", "(마카오에서는) 성매매 1회 비용이 40만원이다", "하루 100만원은 번다"고 설명했다.

성판매 여성 모집 어렵고 단속 많아 수명 짧아

전직 성매매 업주들은 '아가씨 관리'가 매우 힘들다고 토로했다. 예전에는 업주들이 갑, 성판매 여성들은 을이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역전됐다. 성판매 여성들이 빚을 갚느라 사창가나 안마방에서 일을 하는 것도 다 '옛날 일'이라고 했다. 한 응답자는 "아가씨들이 밤에는 일하고, 낮에는 수입차 타고 통장에 몇 억씩 저축하는 사람들도 많다.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버는 사람도 엄청 많다. 꾸준히 벌어서 1년에 몇 억씩 모으고 하는 것도 많이 봤다"고 했다.

업주들은 또 경찰들의 잦은 단속을 성매매 사업을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았다. 이들은 단속을 피해 관할 경찰에게 로비를 하기도 한다. 경찰은 그 대가로 단속을 나오는 날을 미리 알려주고 업주들은 때에 맞춰 자리를 뜨면 되는 것이다. 로비가 어렵다면 단속이 잘 나오지 않는 성매매 업종이나 단속이 나와도 성매매 행위를 입증하기 어려운 업종(키스방 등)을 운영한다고 했다.

이 같은 어려움들로 성매매 사업은 운영지속기간이 짧은 편이었다. 조직이 운영한 대표사업이 성매매라고 대답한 응답자 중 업소가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고 답한 사람은 14.1%였다. 유흥업(5.8%)이나 대부업(9.1%)보다도 수명이 짧았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업주들은 이 같은 불법 성매매가 영원이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위험을 감수할 만큼 수익 창출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한 응답자는 "성매매 단속이 심해지면 (사업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오피스텔을 떠나 가정집으로 사업이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갑-을 바뀌어 …수익배분 6대4→4대6 '역전'


■ 조폭보다 힘 세진 '아가씨'

오보람 인턴기자

과거 성매매는 '마이킹' 이 주류를 이뤘다. 업주가 선불금으로 돈을 지불하고 아가씨들이 일을 하면서 갚는 방식이다. 마이킹 전성시대에는 업주(또는 조폭)들이 아가씨들을 노예처럼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져 마이킹이 줄어들면서 업주들의 아가씨에 대한 영향력도 떨어졌다. 특히 지방은 아가씨가 적어 업주가 을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방 유흥주점을 운영하던 20대 조폭 수감자는 "아가씨를 구하기 힘들다. 전에는 업주가 시키는 대로 모든 일을 했지만, 지금은 아가씨가 왕이다. 특히, 아가씨가 없어서 운영을 못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지방에서 보도방을 운영하는 30대 초반 조폭 수감자는 "아가씨들은 조건이 조금만 좋은곳이면 바로 옮겨 간다"며 "아가씨를 잡기 위해 약도 사주고 죽도 사주고 한다"고 말했다.

바뀐 상황은 수익 배분에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 업주가 6, 성판매 여성이 4를 가져가던 것이 5:5가 되더니 현재는 성판매 여성이 6을 업주는 4만 가져가게 됐다. 이마저도 근무환경이 좋지 않으면 곧바로 다른 업소를 찾아 떠난다고 했다. 한 조폭 수감자는 "손해를 보더라고 저희가 손해를 보지 아가씨들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보람 인턴기자 boram3428@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