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가구·1인가구 급증, 일본 따라 '고독사 보험' 생기나기러기 아빠·경제 몰락·복지 사각지대 놓인 50대 '위험'

지난해 숨진 지 보름만에 발견된 황모(29·여)씨가 지내던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고시원.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고, 시신 인수조차 가족들로부터 거부당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집계된 무연고 사망자는 총 1245명이었다. 역대 최고치인데다 전년대비 23%나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증가세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족들 시신 인수거부, 시신 뒤처리 업체도

지난 10일 속초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70대 노부부의 시신이 숨진지 6개월 만에 발견됐다. '화장한 뒤 동해바다에 뿌려달라'는 유서와 함께였다. 지난해에는 연극배우 김운하(당시 40세)씨가 한 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지 5일이 지나서였다. 유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동료 연극배우들이 빈소를 차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속초 노부부와 고 김운하씨처럼 홀로 쓸쓸히 생을 마감하고 뒤늦게 발견되는 고독사(孤獨死)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김춘진 의원에게 제출한 '2015 무연고 사망자 현황'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무연고 사망자는 1245명에 달했다. 4년 전인 2011년(682명)과 비교해봤을 때 2배에 해당하는 숫자다. 문제는 이 같은 고독사 인구가 5년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에는 719명, 2013년에는 878명으로 조금씩 늘다가 2014년에는 처음으로 1000명을 돌파해 1008명을 기록했다.

무연고 사망 인구의 연령대도 눈에 띈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10명 중 4명은 40~5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50대가 29.6%로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40대도 13.8%나 있었다. 또 60대가 22.7%, 70대는 21.4%로 파악돼 노인들이 고독사의 취약계층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연고 사망자들이 원래부터 가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연고 사망자 시신의 20~30% 가량은 신원이 확인되고 유족을 찾는다. 그러나 유족들이 시신 인수를 거부해 무연고 사망자 처리되는 것이다. 이후 관할 지방자치단체로 옮겨져 화장된다.

고독사가 갈수록 늘어나자 고인의 유품정리를 해 주는 '고독사 유품정리 전문업체'도 등장했다. 해당 업체들은 사망한 지 오래된 상태에서 발견된 고독사 사체의 뒤처리를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독을 하고 혈흔을 제거하고 냄새를 빼는 것 등이다. 주 고객은 사망자가 살고 있던 집의 주인이나 유족들이다.

1인 가구ㆍ 노인인구 증가, 일본 전철 밟나

이같은 업체는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고독사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전체 가구 중 3분의 1이 1인가구로 구성돼 있는 일본은 한해 평균 3만 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나온다. 지난 2011년부터는 사망 후 시신을 수습할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들을 위해 '고독사 보험'까지 나오고 있다. 보험사는 500엔 이하의 낮은 보험료를 받고 가입자 사망이 확인되면 시신을 처리해주고 청소를 해 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경제ㆍ사회적으로 일본과 유사한 패턴을 달려 온 우리나라에서도 고독사 보험이 나올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오히려 고독사 보험이 생겨나 가입하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1인가구와 노인인구가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에 고독사 또한 덩달아 급격히 늘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 1인가구 비율은 27%정도다. 20여 년 뒤인 2035년에는 이 비율이 34%가 될 것으로 예상돼 지금 일본의 1인가구 비율과 비슷해진다. 노인인구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현재 국내 노인인구는 약 689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약 13%를 웃돈다. 2030년에는 이 숫자가 1200만, 2060년에는 1700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인 중에서도 고독사 고위험군(群)인 독거노인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 독거노인인구는 전체 노인인구 중 약 20%이고 2035년이 되면 전체 인구 4명 중 1명은 독거노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독거노인 중 24% 정도가 끼니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지독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이를 비관해 자살을 선택하는 독거노인들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식이 있거나 있다 하더라도 연락을 끊고 지내는 경우에는 몇 달, 아니 몇 년까지도 시신이 방치될 수 있다.

40~50대도… 관련 정책ㆍ사회적 관심 필요

그러나 이같은 고독사 문제는 비단 노인들만의 일이 아니다. 40대와 50대들에게도 고독사는 더 이상 강 건너에 난 불이 아니다. 특히 50대의 경우 60대나 70대보다도 더 많은 무연고 사망자를 냈다. 전문가들은 4050세대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사실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복지정책이 노년층에게 맞춰져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ㆍ장년 층은 복지혜택을 덜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인 고독사에 비해 사회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것도 사실이다.

권중돈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40∼50대 고독사는 완전히 사각지대에 있다"면서 "일을 하거나 일을 하려고 가족과 떨어져 사는 중장년층이 고독사의 위험에 노출된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갑작스런 해고나 사업 실패로 경제적 몰락을 겪는 바람에 고독사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한창 일을 할 나이'인 40~50대에 경제력을 상실해버리면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동반되고 급기야는 가족들과도 마찰을 빚어 아예 등을 돌리는 사태까지 생긴다는 것이다. 결국 고독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관계의 단절'에 있다는 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고독사가 증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단절된 사회와의 관계회복과 사회적 관심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인 '시니어희망공동체(구 한국1인가구연합)' 는 '소셜팸'활동을 벌이고 있다. 소셜팸이란 혈연적인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 교류하고 친분을 쌓으면서 가족처럼 지내는 공동체를 말한다. 김현민 시니어희망공동체 운영위원장은 "사회적 가족의 회복은 짧은 시간에 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하면서 "그러나 계속해서 전 국민적인 관심을 기울인다면 1인가구와 독거노인들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보람 인턴기자 boram3428@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