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민 범행…증거 적어 미제로

청송 ‘농약소주’, 상주 ‘농약사이다’ 사건 범인은 같은 마을 주민

보은 ‘농약 콩나물밥’ 사건, 제초제 만두 사건 등 증거 적어 오리무중

지난 3월 경북 청송군에서 일어난 '농약소주 사망사건' 과 관련해 경북지방경찰청과 청송경찰서는 26일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음독자살한 주민 A(74)씨를 피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주변 탐문과 농약ㆍ유전자 감정 결과 A씨를 유력한 피의자로 특정했다”며 “A씨가 숨진 만큼 범행 동기를 추정해 발표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지난 3월 9일 오후 9시 40분께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회관에서 박모(63)씨와 허모(68)씨가 고독성 농약이 든 소주를 마시고 쓰러졌다. 박씨는 숨졌고 허씨는 중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다가 의식을 되찾았다.

경찰은 마을 주민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을 수사하던 중 아내의 잦은 마을회관 출입에 불만이 있던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했다. A씨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둔 3월 31일 사건에 사용한 것과 같은 성분의 고독성 농약을 마시고 숨졌다.

경찰은 농약소주와 A씨가 마신 농약의 탄소ㆍ수소ㆍ질소 동위원소비가 일치한 것을 이유로 A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농약은 같은 회사 제품이라도 제조 일자, 생산 라인이 같지 않으면 동위원소비가 다른데다 A씨는 2010년 8월 한 농약상에서 외상으로 문제의 농약을 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의 용의점, 농약 성분 검사 결과, 주민 탐문 내용 등 모든 수사사항과 증거관계르르 종합할 때 A씨를 피의자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7월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일어난 ‘농약 사이다’ 사건에서는 마을 주민 박모(83) 할머니가 1.2심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7월 14일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살충제 농약이 든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 6명 중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박 할머니 집에서 농약인 메소밀 성분이 든 드링크제 병이 나오고 박 할머니 옷과 지팡이 등 21곳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된 점 등을 주요 증거로 박 할머니를 기소했다. 범행 은폐 정황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 할머니가 사건 전날 화투놀이를 하다 심하게 다퉜다는 피해자 진술 등도 범행의 근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박 할머니는 범행을 부인했고, 변호인단은 직접 증거가 없고 범행을 저지를 만한 동기가 없다며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지난해 12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박 할머니는 유죄(살인 및 살인미수)가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박 할머니는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없다”며 항소했으나 지난 19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도 무기징역을 받았다.

박 할머니 측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는 범인이 피고인임을 가리키는 많은 증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범인이 밝혀지지 않아 미궁에 빠진 시골 독극물 사건도 적지 않다. 2013년 2월 충북 보은군 한 음식점에서 노인 6명이 콩나물밥을 먹고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보은 농약 콩나물밥 사건’이 그러하다.

당시 콩나물밥을 먹은 노인들은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청주의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닷새 만에 정모(72)씨가 사망했다. 콩나물밥에 들어간 양념간장에서 맹독성 살충제인 ‘메소밀(methomyl)’이 검출됐다.

경찰은 원한과 단순실수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식재료 유통과정부터 6개월 동안 꼼꼼하게 수사했지만, 단서를 잡지 못했다. 콩나물밥을 조리한 식당 종업원과 식당 주인 Y(73)씨는 양념간장을 조리하지 않았다며 서로 다른 진술을 했다. 사건은 지금도 오리무중인 상태다.

2014년 제주도 서귀포시의 한 노인정에서 70대 노인이 농약 소주를 마시고 중태에 빠진 사건도 범인이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 2013년 4월 1일. 전북 진안군 용담면의 한 마을회관에서 발생한 제초제 만두 사건도 용의자가 나타났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됐다.

앞서 사례에서 보듯 시골에서 발생한 독극물 관련 사건은 마을 주민이 범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용의자를 밝히지 못한 미제 사건으로 증거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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