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형 연예기획사 압수수색…연예계 주가조작 ‘신호탄’

연예계 움직이는 상장 연예기획사 조직적 주가조작 의혹도

블록딜 형식 기관투자자에 매각…정보 유출 후 차익 실현 나서

최근 씨엔블루 정용화 등이 주가조작 의혹을 사 논란이 일면서 검찰이 대형 연예기획사에 대한 주가조작 혐의 등을 잡고 전격 수사에 착수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연예기획사에서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연예가에서는 연예계 주가조작 수사의 신호탄이 아니냐고 관측한다.

연예기획사 주가조작 의혹은 지난해 중순경에도 증권가 등에서 나돌았다. 검찰 등 사정기관들도 실제로 주가조작 행위가 있었는지 사실여부를 비슷한 시기 추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주가조작 정황은 있으나 구체적인 물증이 없어 사실상 내사는 중단됐다. 검찰은 물러서면서도 이쉬운 점이 많았다. 수집된 첩보를 분석해 보면 여러 정황상 주가조작 혐의가 매우 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입증해줄 결정적 ‘한방’이 없어 결국 본격수사로 이어지지 못했다. 만약 이 부분에 대해 수사가 본격화됐다면 방송·연예가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이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검찰이 씨엔블루 정용화 이종현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연예기획사 주가조작 의혹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럴 일은 절대 없다”던 연예기획사들의 주장이 이번 사건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연예기획사들의 주가조작 관련, 이렇다 할 증거가 없는 상황에 정용화 이종현 주가조작 사건은 연예기획사들의 주가조작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검찰 연예가 주가조작 손대나

검찰이 얼마 전 압수수색한 FNC엔터테인먼트(FNC)는 2014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회사다. 이 기획사에는 유명 아이돌밴드와 걸그룹 등 인기 스타들이 소속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에는 유명 방송인을 영입해 주가가 2만 7000원까지 급등해 증권가에서 주목을 끌었다.

FNC 대표는 주식 110만 주를 시장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량 주식매매 제도인 ‘블록딜’형식으로 10여 개 기관투자자에게 매각해 235억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곳 대표가 유명 방송인을 영입한다는 정보를 기관투자자들에게 미리 알려주고 블록딜 매각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싼값에 주식을 대량 매입한 뒤 주가가 상한가를 치자 되팔아 큰 수익을 남긴 반면 개미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검찰은 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대표와 기관투자 거래 담당자들을 조사할 예정이다.

많은 유명 연예인이 소속된 대형 연예기획사 FNC는 일단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FNC측은 지난달 23일 “최근 당사가 주가조작 혹은 블록딜 형식의 주식매매와 관련하여 대표이사의 정보유출로 인한 기관투자자의 차익실현이 있었다는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으나,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지난해 7월의 블록딜 주식매매는 정상적인 거래로 이미 명확히 판단된 바 있으며, 주가조작과도 전혀 무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용화가 자신의 소속사 사전 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로 2억원의 수익을 얻은 사실이 드러난 이상 FNC의 이 같은 주장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연예기획사의 핵심적 위치에 있다면 톱스타급 연예인의 전속계약 정보를 사전에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톱스타급이라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하고 그 대우를 위해서는 실무자들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소식을 공식 발표 이전에 여러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소문이 돌게 돼 있다”고 말했다.

FNC는 2014년 12월 4일 코스닥시장에 세 번째로 상장했다. FNC는 상장 첫날 장중 상한가를 기록했다. FNC는 이날 오전 11시 40분 현재 14.68% 오른 2만8900원에 거래됐다. 이 회사는 보합권에서 거래를 시작했으나 장중 가격제한폭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회사는 2006년 12월에 설립된 연예기획사로 가수 씨엔블루, FT아일랜드, AOA와 배우 윤진서, 이동건, 이다해 등이 소속돼 있다.

이에 상장된 대형기획사 주변에서는 호재를 미리 알아내 주식의 시세 차익을 얻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FNC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블록딜 매매는 단순히 많은 주식을 한꺼번에 사고판다는 뜻으로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는 정보를 사전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용화의 경우를 비춰볼 때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게 사정기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초부터 상장회사들의 사전 정보유출 주가조작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최근 굵직한 사건 수사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못 내고 ‘용두사미’ 수사로 국민적 비난만 받아온 상황이어서 이번 연예기획사 수사에 서 모종의 성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조작 수사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주가조작 수사과정에서 사전 정보 유출을 입증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전 정보 유출 경로와 사실관계를 입증하려면 문서화 된 내용이나 녹취록 등이 있어야 하는데 주가조작 정보는 대부분 구두로 유출되는 경우가 많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이미 다른 상장 기획사들로 수사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증권가와 방송가 등에서는 검찰의 칼날이 향후 어디로 향할지를 놓고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사-방송가 은밀한 거래

최근 사정기관 주변에서 귀를 솔깃하게 하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연예기획사 수사와 관련해 기획사가 PD 등 방송사 관계자들과 짜고 주가조작을 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는 것이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연예기획사들이 연예프로그램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했으며, 특정 연예인을 방송에서 띄우기 위해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뿌렸다는 것이다. 또 스타급 연예인의 해외진출 등을 도모하는 과정에서도 방송사 관계자들이 개입하고 해외연예 관계자들을 알선해 주는 대가로 거액의 수수료를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연예계 일각에서는 연예계에서 암약하고 있는 기획사 소속의 브로커나 로비스트가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방송사의 PD 등 관계자들이 연예기획사로부터 금품을 받고 연예인을 유명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시켜주는 식의 비리는 오래된 커넥션이라는 점을 감안, 주가조작도 비슷한 유형으로 발전했을 것으로 사정기관은 보고 있다.

이처럼 기획사와 방송사의 검은 커넥션이 계속되는 것은 출연 여부와 관련해 PD의 입김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출연과 관련된 평가가 주관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직 방송사 관계자인 A씨는 “아이돌 가수나 신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출연을 대가로 뒷돈이 오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방송에 노출돼 스타대열에 오르면 회사의 가치가 크게 상승하는데, 로비를 통해 연예인을 띄울 경우 주가조작으로 연결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정기관은 연예계 주가조작 들 비리와 관련해 다른 기획사의 여러 비리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유명 기획사들과 방송관계자들의 비리 내용과 여러 정황 증거를 입수하고 구체적인 진술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연예가 소식에 밝은 한 인사에 따르면 유명 아이돌 그룹 A팀 등이 소속돼 있는 ○○사의 경우 유명 가요프로그램에 가수들을 출연시키기 위해 10억원 이상의 금품을 방송가에 살포한 정황이 있다.

이 회사는 음악 프로그램 PD들을 비롯해 방송사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했으며, 회사의 주식을 로비에 사용했다는 말도 무성하다.

또 B사는 흥행메이커 MC가 이끄는 프로그램에 소속 연예인들을 출연시키기 위해 MC와 PD 등에 5억원을 썼다는 소리도 돌고 있다. 이 문건에 살펴보면 이 회사의 대표 L씨는 지상파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가수들을 출연시키기 위해 금품을 살포했다는 것이다.

연예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연예인이 오락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개인기 또는 신곡발표 등을 할 경우 대부분 기획사에서 로비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이렇게 출연할 경우 홍보차원이기 때문에 출연료를 다시 상납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웃돈을 더 얹어주고 출연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사가 코스닥시장에 상장되고 주가상승이 중요해지면서 기획사와 방송사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분야 관계자들과의 친밀한 커넥션이 불가피하다는 게 사정기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A사의 비리와 관련된 이야기도 들린다. 이 회사가 과도한 투자와 사업실패로 인해 주가가 반토막 이하로 떨어지자 이 회사 대표 K씨가 소속된 유명 가수 B씨를 지상파 유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시키기로 하고 거액의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이 때 로비에 사용된 돈은 6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B씨가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세를 탈 경우 B씨의 수입 10%를 매달 방송사 특정 인사에게 주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또 A사는 지상파 방송사 고위 관계자 등에게 해외여행, 명품, 고액상품권 등의 로비를 했다는 주장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여기서 로비를 받은 방송사 인사는 다른 기획사 관계자로부터 도박자금을 지원받아 해외에서 도박을 즐기기도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또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음악관련 프로그램에 로비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첩보도 있어 검찰이 가요계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주가를 올리고 모 음악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가수들과 방송사가 음원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 수익이 로비자금으로 변질돼 방송사 전반에 타고 흐른다는 것이다. 음악관련 프로그램 로비 내용 안에는 가수가 유명세를 탈 경우 공연수입에 대한 분배도 로비자금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