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도서관 석재선정, 안전진단 총체적 문제… 행복청-대림산업 도마 위에

대림산업, 옥상 라임스톤 선정 사실상 주도해

세종도서관 외장재, 열화균열ㆍ표면오염으로 안전 위협 가능성

세종도서관 안전진단사항, 주요 국책기관에 보고돼

국민들의 혈세 약 1000억원을 투입해 세워진 ‘행복도시 속 국가 대표 도서관’ 국립세종도서관의 장막 뒤에 감춰져 있던 부실시공과 안전상 문제 의혹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주간한국>(제2636호)에 보도한 ‘국립세종도서관 부실 공사 검은 커넥션 의혹’에서는 세종도서관 4층 옥상 바닥면에 설치된 라임스톤(Limestone)의 박리에 따른 균열현상과 석재 선정에 있어 재료적 적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세종도서관 건설의 발주처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 관계자는 옥상 라임스톤의 박리에 대해 “미관상 좋지 않을 뿐 공사상ㆍ안전상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또 라임스톤 선정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는 설계사인 삼우종합건축사 측이 이 석재를 선정했고 옥상에 설치하면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음에도, 삼우 측이 “콘셉트를 바꿀 수 없다”며 반박해 공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이번 문제의 원인을 삼우종합건축사의 지나친 외장적 고집과 세종시 기후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무지에서 나온 석재 선정의 착오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시공사인 대림산업은 “행복청에 문의하라”며 답변을 피했지만, 삼우 측은 오해를 풀기 위한 뒤늦은답변을 줬다. 사실 라임스톤의 재료적 승인과 설치공법은 자신들이 아닌 대림산업 측의 제안으로 시공에 들어갔다는 주장이었다. 엇갈리는 해명이 오고 가며 도서관 이용자들의 의심이 쌓여가고 있는 사이, <주간한국>은 세종도서관의 옥상 라임스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단순한 ‘외장적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종도서관에는 불량한 석재 상태와 부적절한 설치공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안전상 위험, 무엇보다 석재 설치 방식에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세종도서관의 이 안전상 문제는 이미 주요 국책기관에 보고가 끝난 상태였다.

외부 석재 곳곳에 균열과 오염… 안전문제는 ↑

<주간한국>이 다시 찾은 세종도서관은 여전히 이용객들이 많았고, 웅장한 외관을 자랑했지만 옥상 라임스톤의 균열은 이전보다 더욱 심해진 상태였다. 이미 행복청에서 올해 안에 이 석재를 교체하겠다고 밝힌 상태지만, 지난달 세종시에 내린 폭우와 유난히 무덥고 습한 날씨 탓에 지난달보다 박리 현상이 활발해져 부식된 석재의 교체가 시급해 보일 정도였다.

사실 세종도서관과 같은 공공건축물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안전성으로 옥상 라임스톤의 문제는 석재 부식으로 인한 배수시설 마비와 단순히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점뿐이었다. 라임스톤이 설치된 곳 바로 앞에는 도서관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없도록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다.

세종도서관을 다시 찾은 이유는 지난 <주간한국>의 세종도서관 기사를 접한 독자들과 세종도서관에 대해 관심이 많은 업계 사람들, 세종도서관 이용자들이 이메일을 통해 추가 제보를 해줬기 때문이다. 특히 제보 내용 중에는 세종도서관의 안전상의 문제는 옥상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는 건물 외벽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균열과 오염 등 열화(劣化)가 진행 중인 석재들이었다.

이에 <주간한국>은 약 1시간에 걸쳐 도서관 외벽 상태를 확인했고, 균열이나 표면오염이 발생한 것과 이음부가 심하게 벌어진 석재를 중심으로 약 100장의 사진을 촬영했다. 이와 같은 열화현상으로 인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육안으로 파악한 석재들만 수십개로 도서관 4개 방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균열이 생긴 석재가 있는 곳은 도서관 뒤편 어린이자료실 내부를 비추는 창문들 사이에 펼쳐진 석재 중 하나였다. 직사각형 석재의 왼쪽 한 귀퉁이가 멀리서 보더라도 알 수 있을 만큼 탈락한 상태였다.

또 도서관 정면으로부터 동서 양쪽에 위치한 천장부 외벽 일부는 주변 석재와는 다른 어두운 색으로 변해 있거나 옥상 라임스톤에서 볼 수 있었던 흉물스러운 얼룩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 외에도 석재와 석재 간 이음부가 촘촘하지 못하게 벌어져 있거나 울퉁불퉁하게 접착된 석재들도 이곳 저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런 상태의 석재가 도서관 외부를 돌아다니는 이용자들의 바로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상태였다. 만약 석재가 옥상 라임스톤처럼 박리에 의해 벗겨지고 탈락한다면 인명피해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주간한국>이 촬영한 사진을 직접 본 업계 전문가들은 개관한 지 3년이 되지 않은 건물이라는 사실에 놀라며 안전상 문제가 반드시 발생하며 재시공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공기술 전문가는 “국립도서관이고 많은 예산을 들였다면 건물의 디자인보다는 기능성과 내구성이 좋은 화강석과 같은 석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데 세종도서관처럼 마치 몇십 년이 지난 듯 상태가 위태로워 보이는 건물은 드물다”며 “라임스톤은 탄산염으로 구성된 석회로 돼있기 때문에 산성비와 결빙에 취약하며 국내에서 라임스톤을 외장재로 쓸 때 기후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은 건설 쪽 사람들에게는 기본 상식으로 석재 선정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의심 간다”고 밝혔다.

그는 사진 속 열화가 진행된 석재 선정의 적절성과 안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천장에 매단 석재의 경우 빗물이 스며들어 생긴 것으로 추정하면서, 물 흡수가 잘되는 건물 외장에 부적절한 석재를 사용했고 이로 인해 표면을 심하게 오염시킨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돌 표면이 빗물에 인한 열화로 돌의 품질과 강도 저하가 일어나 돌이 쉽게 탈락할 수있다”며 “이는 중대한 안전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본래 고품질이 화강암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오염이 빠르고 심하게 되지는 않을 텐데 물 흡수력이 좋은 것이라면 라임스톤 등 석회암과 같은 퇴적암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건축 안전진단 전문가도 석재 선정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말에 동의하며 석재의 균열이 생기거나 일부가 떨어져 나간 사진을 보며 안전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석재에 열화균열이 생기다 보면 그 틈 사이에 빗물이 스며들어 산성부식을 일으키는 것도 문제지만, 겨울철 결빙으로 압력이 발생해 부피가 커져 석재를 매단 부위가 열화에 의해 탈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전문가는 열화균열과 함께 석재들 사이 이음부에 벌어진 틈이 심각하며 이 역시 안전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년 오는 태풍의 풍압이 석재면에 영향을 주면, 석재 무게의 5배 이상의 하중이 걸리는 동시에 바람이 빨아 들이는 양력으로 더 쉽게 석재가 탈락할 수 있다”며 “접착 상태마저 좋지 못한 상태에서 태풍 ‘매미’처럼 50.0㎧의 바람이 불어온다면 1 스퀘어미터(Square Metre·평방미터) 80kg의 화강암이라도 긴결부의 국부파손에 의해 떨어져 날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도서관, 석재 시공방식의 안정성 의문

전문가들은 석재 선정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과 함께 문제가 될 수 있는 점은 바로 석재를 제대로 된 방식인 ‘긴결방식’으로 시공했는지 유무라고 말했다. 이는 석재와 건물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내외벽에 석재를 시공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기계적접합과 접착제를통해 석재를 붙이는 방식이다. 기계적접합은 플러그 앵커(Plug Anchor)와 인서트 앵커(Insert Anchor) 등의 경우처럼 석재 배후면에 구멍을 뚫어 긴결재(Fastener)를 고정시키고 석재를 이어 단단히 고정시키는 방법이다. 반면 접착제를 통해 석재를 붙이는 방식은 에폭시(Epoxy) 등 화학접착제를 석재에 발라 벽에 붙이는 경우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안전성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자면 기계적접합이 보다 안전하고 현대 건축공법에서는 이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기후와 바람 등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외장재라면 기계적접착이 우선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진국의 경우 기계적접합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영국의 대표적인 공공건축물인 런던 영국국립도서관과 테이트모던(Tate Modern)도 석재 긴결 공법을 기계적접합방식으로 하기 때문에 내구성이 좋다. 영국은 기계적접합을 주요 석재 설치 방식으로 채택하고 있어 완공 200년이 지나도 튼튼한 건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은 지진이 잦아 건축 시 필수적으로 내진설계를 하기 때문에 이 나라의 석재 긴결 방식도 기계적접합이 일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문가들은 세종도서관 옥상 라임스톤 일부 석재가 벗겨진 것과 울퉁불퉁하게 붙어있는 것 그리고 석재 사이 틈이 생긴 것을 보고 “줄눈과 줄눈 사이 코킹(Caulking)이 되지 않은 상태로 석재 접착방식이 반드시 안전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코킹은 물의 침투 등을 방지하기 위해 석재 이음부에 실리콘 등을 바르는 작업을 말한다.

특히 기계적접합이라고 해서 100%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울퉁불퉁하게 붙어있는 부분이 상당수 보여 세종도서관 외장재 시공방식을 정확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세종도서관 안전진단 사항, 국토부·국무조정실 등에도 이미 보고돼

세종도서관 측은 지난 취재 때 도서관 외부가 아닌 내부 석재가 탈락하고 균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과거 도서관 내 일부 석재에서 균열이 발생해 행복청과 정부부처 관계자 등이 ‘국가안전대진단’이라는 조사를 목적으로 내부 석재와 시설 안전을 점검했다는 설명이었다. 이는 지난 6월 행복청 공공시설건축과에서 발표한 ‘국가안전대진단 점검결과 시설 개선 방침’ 보도자료에도 명시돼 있었다.

<주간한국>은 국가안전대진단에서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동행했다는 말에 이 부처가 과연 어느 곳인지와 세종도서관의 석재 상태 및 안전 문제를 어느 정부기관이 파악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확인결과 세종도서관의 안전진단 사항이 국민안전처와 국무조정실 등에까지 보고가 된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이 문제를 청와대 측에서도 알고 있을 가능성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첫 취재 당시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방문한 한 이용자로부터 어린이도서관에서 내부 석재 일부가 파손·탈락한 것과 4월부터 약 2개월 동안 도서관 시설 내 곳곳에서 석재를 재시공 교체하는 작업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됐다.

세종도서관 관계자는 “시공사에서 실시한 내부 석재공사는 뜯어보고 확인한 뒤 다시 덮고 하는 식이었다”며 “옥상 라임스톤은 행복청에서 올해 안에 교체한다 했던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문제가 있는 석재를 파악해 교체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해체한 뒤 다시 덮는 식이라면 안전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사실상 석재 선정부터 설치공법 그리고 설계까지 이번 세종도서관 시공을 주도했고, 건물에 문제가 생긴다면 보수공사 등에 책임이 있는 대림산업 측은 “행복청에 문의하라”며 세종도서관 석재선정과 안전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해명을 해줄 수 있는 곳은 행복청밖에 없었다.

행복청 측은 지난 <주간한국>의 장문의 보도로 인해 내부적으로 많은 타격을 입었다고 호소했다. 물론 건물 안전과 석재 선정에 있어 당당하고 문제가 없었거나 기사 내용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면 내부적으로 타격을 입을 일은 없었다. 이에 기사와 취재 내용에 왜곡 등 문제가 있었냐고 묻는 질문에는 “기자의 말이 맞다”고 인정했다. 또 무슨 일인지 현재 세종도서관 담당자는 첫 취재 당시와는 다른 사무관으로 바뀐 상태였다.

행복청 관계자는 도서관 석재 선정과 설치공법의 제시를 삼우종합건축사가 아닌 대림산업이 했음에도 지난 취재에서 라임스톤을 삼우 측이 고집한 듯 잘못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라임스톤도 옥상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에도 시공돼 있다는 새로운 사실도 덧붙였다. 또 세종도서관의 석재 교체 문제가 이미 국토교통부와 국무조정실 등 관련 행정부처에 보고된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행복청 측의 해명에 따르면 얼룩이 생긴 일부 석재 중에는 여기에 붙었던 벌집을 제거하고 흔적이 남은 것이 있었다. 물론 빗물이 벽면을 타고 흘러 내려가 오염된 석재가 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행복청 측은 옥상을 제외한 내외장 석재 설치방식에 대해서도 화학접착제를 통해 붙인 방식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옥상 라임스톤의 경우 습식공법으로 모타르트(Mortar)를 발라 구조체에 붙인 방식이었다. 반면 외벽과 실내는 건식공법으로 콘크리트 벽체 이어진 철재 앵커 등에 석재를 고정시키는 방식이었다. 때문에 외벽과 실내의 경우 기계적접합이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석재 사이 틈이 심하게 벌어졌거나 석재가 울퉁불퉁하게 붙어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형 곡면으로 디자인된 세종도서관의 특성상 이곳에 평면 석재를 붙이는 과정에서 오픈조인트(open joint)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시공법은 조인트 부분으로 빗물과 습기 그리고 공기 등이 스며들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을 인정했다.

물론 이것이 안전상 문제가 확실하게 없다는 해명은 덧붙이지 않았다. 행복청 측의 해명을 접한 전문가들은 이들이 “안전상 100% 문제가 없다” “걱정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은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오픈조인트 상태에서 앵커로 석재를 고정하는 방식에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건축 안전진단 전문가는 “기계적접착도 재료와 공법자체가 맞아야지 안전한 것이지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며 “오픈조인트는 돌과 돌 사이를 벌려놓은 상태로 이 부분으로 물이 타고 들어가서 하부에 매달아 놓은 앵커 자리가 물에 의해 열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재 가운데에 손가락도 들어가지 않는 작은 홈을 파놓고 인서트앵커 등이 그 자리에 연결됐을 텐데 그 자리에 물이 들어가고 결빙되면 그 주변 돌이 약해져 균열이 생기고 탈락할 수 있다”며 “인장력이 좋은 나무라면 몰라도 사진에 있는 돌 중 일부가 탈락한 부분도 보여 외부 힘에 의해 쉽게 결함이 생길 수 있는 취성(脆性) 소재인데 이런 결함이 보이는 돌에 틈 사이를 두고 핀을 꼽듯 부착한 뒤 매달아버렸다면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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