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인물 피해가는 제멋대로 검찰수사 수술대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는 지난 8일 김형준(46) 부장검사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면서 ‘스폰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업가 김모(46)씨의 업체 대표이사였던 한모씨를 불러 조사했다.

한씨는 지난 4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김씨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김 부장검사가 김씨로부터 1500만원을 받았다’는 회사 대여금 내역을 제출한 인물이다. 김 부장검사와 김씨, 한씨는 모두 고교 동기 동창 사이다.

김씨는 평소 “내 뒤를 봐주는 검사 있다”면서 김 부장검사의 스폰서라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씨는 언론 등에 “여성 접대부를 불러 노래 부르는 술집에서 김 부장검사를 3~4차례 정도 만났다”면서 “다만 내가 보는 자리에선 성 접대를 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날 감찰본부 조사에서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부장검사가 지난 3월 김씨로부터 1000만원을 송금받을 때 은행 계좌를 빌려준 박모 변호사와 부적절한 금전 거래 등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 중이다.

김 부장검사는 작년 11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단장으로 있을 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7000만원가량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수사 의뢰된 박 변호사 사건을 직접 담당했다. 이 사건은 1년 가까이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고 있다.

박 변호사는 지난 7월에도 상장사 인수ㆍ합병(M&A) 과정에 지분 공시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고발됐다.

검찰은 박 변호사가 연루된 사건의 주임검사 등 서울남부지검으로 감찰 조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으로 10명 이상의 검사가 감찰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어 검찰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전망이다.

또 검찰은 관련 사건 규명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일단 검찰은 김 검사에게 스폰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업가 김씨의 사기·횡령 사건을 재배당했다.

서울서부지검은 고교동창인 김 부장검사를 오랫동안 지원하며 사실상 스폰서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씨의 사기·횡령사건을 지난 8일 기존 형사4부(부장검사 김현선)에서 형사5부(부장검사 김도균)로 재배당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김씨의 수사를 맡아 왔던 박모 검사가 본인이 감찰대상이 되면서 ‘공정성에 의심을 받을 염려가 있다’며 사건을 회피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씨는 회삿돈 15억원을 빼돌리고 거래처를 상대로 50억원대 사기를 벌인 혐의로 검찰에 고소당했다.

김 검사는 김씨의 청탁을 받고 담당 검사를 만나 수사를 무마하려고 시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현재 대검찰청이 이에 대해 사실상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와 함께 검찰은 현재 진행 중인 감찰을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수사로 전환키로 했다.

대검찰청의 감찰이 정식 수사로 전환되면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압수수색·구속 등 강제수사가 가능해진다.

대검 특별감찰팀은 ‘스폰서’ 김씨가 향후 사업과 관련한 법적 분쟁이 생길 경우 김 부장검사에게 모종의 역할을 기대하며 평소 향응을 제공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뇌물 혐의 수사에 곧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추를 바로 채우려는 검찰의 바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요구는 정점을 찍은 분위기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검찰 비리와 관련해 야권이 특단의 조치를 위해 카드를 빼들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을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나섰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부장검사의 비리가 또 적발됐다. 술을 마실 때마다 사업가를 동반해 돈을 내게 하고 사업 관련 비리 혐의에 대해 내부 청탁했다는 정황”이라며 “사실이라면 정말 검찰 조직이 뿌리까지 썩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충격적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우 원내대표는 “다양한 부정부패가 만연한 조직이 검찰이라면 수사 공정성과 기소 공정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제는 공수처 신설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늘 부패하고 권력 남용의 유혹을 받는다”며 “견제받는 조직으로 검찰이 거듭 개혁돼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 기간 중 반드시 공수처 법안을 통과시켜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스폰서 검사’ 논란으로 검찰개혁 논의가 고조된 가운데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부정부패 척결을 목표로 내건 시민단체인 ‘부패청산 의병연합’(의병연합)이 지난 7일 공식 출범했다.

이 단체는 부패 청산을 위해 국민 신뢰를 잃은 검찰개혁이 급선무라고 판단해 첫 활동으로 지난 8일 오후 ‘검찰총장 탄핵소추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과 이범관 전 서울지검장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의병연합은 이날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발대식을 열고 “국민 행복을 보장할 책무를 부여받은 공직자와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권력과 지위를 남용해 국민의 불신과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분노만으로는 부패를 청산할 수 없어 우리 선조들이 의병으로 봉기해 시대악과 맞섰던 그 자세로 부패 청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현직 검사장이 구속되는 등 검사들의 부패 관련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검찰 개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건을 처리하는 검찰이 ‘보여주기식 압수수색 쇼’만 했을 뿐 우 수석의 자택과 사무실, 휴대전화 압수수색을 하지 않아 엄정한 수사를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병연합은 (사)피스코리아를 포함한 10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시민 300여명이 모여 결성됐다. 인명진 목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와 도법 스님(조계종 화쟁위원장),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나눔국민운동 대표)가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윤지환기자 musasi @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