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복의 청안건설, 롯데건설과 다양한 인연…롯데캐슬 시행사로 참여

다대지구사업의 신부국건업, 제이피홀딩스-청안건설 사무소와 동일한 곳 사용

청안건설 컨소시엄 등, 청안건설-롯데건설 연결고리는 다수

독산 롯데캐슬 시행사 지분, 청안건설-‘이영복 아들’이 절반씩 소유

롯데건설 “청안건설과 관련 없어…롯데캐슬 시행사의 문제일 뿐”

이영복, 군부대 이전 입김 의혹도 대두… 해당부지에 롯데캐슬 들어와

‘엘시티 비리’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이영복 회장의 청안건설과 롯데건설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혹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주간한국> 제2653호 ‘롯데캐슬, 엘시티 이영복 연루됐나’ 기사에서 청안건설이 롯데건설의 브랜드 아파트 롯데캐슬의 일부 지역 공사현장에서 시행사로 관여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물론 롯데건설 측은 자신들의 사업장과 청안건설은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주간한국>은 현장탐방과 신빙성이 높은 제보자들과의 밀착취재를 통해 청안건설과 롯데캐슬 간 연결고리를 밝힐 수 있었다. 특히 본지는 추가 취재를 거치며 업계에서 과거 ‘서울진출’을 갈망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이영복 회장이 롯데캐슬을 통해 ‘서울 엘시티’를 꿈꿔왔다는 의혹을 들을 수 있었다.

<주간한국>은 롯데건설 측에 지난 보도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이들은 분명 문자메시지를 통해 “청안건설과 롯데건설 사업장과는 관련이 없다”라고 답했지만, 본지는 청안건설과 롯데캐슬과의 다양한 연관성을 실제로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주간한국>은 한 경제지에서 청안건설이 일부 지역 롯데캐슬의 시행사로 개발사업에 관여했다는 보도의 진위에 대해 물었다.

이 경제지의 지난해 11월 보도에 따르면 청안건설은 해운대 엘시티(LCT)뿐만 아니라 서울시 금천구의 랜드마크인 독산동 롯데캐슬, 용인시 신동백 롯데캐슬 등 초대형 개발사업 3개를 잇달아 선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롯데건설의 입장과는 다른 이 기사가 오보인지에 대해 <주간한국>은 해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롯데건설 홍보팀 측은 “당사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 근거를 들며 “절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 아닌, 명확한 해명을 회피하는 식의 답변에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또 <주간한국>은 독산동 롯데캐슬 등의 입주예정자 인터넷 커뮤니티에 해당 롯데캐슬 시행사가 사실은 청안건설이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입주민들의 시위도 있었다는 점 등에 대해 질문했다.

롯데건설 측은 이에 대해서도 “당사에서 확인해준 바 없다”고 밝혔다.

롯데건설은 청안건설과의 관련사가 롯데캐슬의 시행사와 사업상 연결고리에 있지만, 청안건설과 롯데건설 간의 직접적 관련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주간한국>은 지난 보도에서 독산동 롯데캐슬의 경우 시행사가 J사인 ‘제이피홀딩스 PFV’ 그리고 신동백의 경우 K사인 ‘꾸메도시’라고 밝혔고, 이들 시행사가 청안건설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청안건설의 감사보고서 등에는 이들이 꾸메도시(50%)와 제이피홀딩스(28%)의 지분을 보유 중이라고 나와 있었다. 또 독산동 롯데캐슬 공사 과정에서 시행사인 제이피홀딩스 PFV에게 분양보증을 했다는 사실과 롯데건설이 지난해 12월 기준 제이피홀딩스 PFV의 지분을 일부 보유했다는 것 그리고 이 시행사가 서울시 논현동 전 사무실을 청안건설과 공유했다는 점도 밝힐 수 있었다.

이에 롯데건설 측은 “제이피홀딩스 PFV는 제이피홀딩스, 신탁사, 롯데건설이 금천복합단지 개발사업을 위해 출자한 시행법인”이라며 “신탁사가 자금관리, 롯데건설이 시공, 제이피홀딩스가 자산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 청안건설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꾸메도시와 관련해서도 청안건설이 해당 시행사의 일부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만 확인됐을 뿐 롯데건설과의 연관성을 없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롯데건설은 두 지역 롯데캐슬의 시공사로 ‘아파트만 잘 짓는 것’이 주요 임무였다. 사업기획과 입지선정 등을 담당하는 시행사인 제이피홀딩스 PFV와 꾸메도시의 내부 사정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이들이 청안건설과 지분구조 상 관계사라는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달랐다. 건물 시공 도중 시공사와 시행사는 끊임없이 교류를 하게 돼 있고,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가기 전 상대 회사의 재무구조나 기타 관계사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지 않은 채 진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대형 아파트 단지 건설이 한두푼 들어가는 공사도 아니기 때문에 시공사는 시행사와 수차례 미팅을 가지게 되고, 과거 사업진행 이력에 대해서도 절대 모를 수가 없다”라며 “마찬가지로 시공사는 시행사의 리스크 파악 등을 위해 이들의 재무상태나 관계사 등의 사항에 대해 절대 모를 수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롯데건설은 청안건설과의 직접적 사업 관계에 대해 부정할 수 있었지만, 질문을 청안건설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이영복 회장의 관계’라고 바꾼다면 답변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롯데캐슬 몰운대아파트ㆍ청안건설 컨소시엄, 이영복-롯데건설 연결고리

<주간한국>은 지난 보도에서 독산 롯데캐슬의 시행사 제이피홀딩스 PFV가 논현동에서 청안건설과 같은 빌딩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현장취재를 통해 밝혔다.

사실 이 논현동 사무소가 위치한 도산공원 사거리는 이영복 회장이 지난 10일 오후 체포된 곳으로 알려진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사거리 근처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다. 때문에 일각에서 이영복 회장이 도피 중 은신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이 빌딩의 관계자는 “제이피홀딩스는 얼마 전 갑자기 사무실을 비웠다”라며 “현재는 해당 사무실을 건물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런데 사실 제이피홀딩스 PFV가 나가기 전 이 사무실은 과거 이영복 회장의 ‘본가’와도 같은 곳이었다.

이영복 회장은 동방주택 사장이었던 지난 90년대 중반, 다대지구사업을 위해 부산 사하구 다대동 일대 자연녹지를 매입해 4101가구 아파트 개발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이 15대 대선을 앞두고 정관계 로비를 통한 개발비리로 불거지며 이 회장은 약 2년간 도피했었고, 자수한 뒤 법정 처벌을 받았다.

이후 동방주택은 원풍개발로 이름을 바꿨고, 해당 다대지구사업의 부지는 지난 2001년 11월에 설립한 울산 소재 한 중견기업의 자회사로 알려진 주택건설 및 분양사업체 ‘신부국건업’이라는 회사가 2003년 매입했다.

신부국건업은 롯데건설과 공동으로 아파트 건설에 나서며 지난 2007년 11월 3462가구 규모의 ‘롯데캐슬 몰운대아파트’를 준공 완료했다.

그런데 신부국건업의 서울사무소는 <주간한국>이 현장 취재했던 논현동 사무소와 건물이름 그리고 번지수마저 동일한 소재지를 가지고 있었다.

놀랍게도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울산 재벌로 알려진 한 사람과 또 한 사람 이영복 회장이었다. 또 신부국건업의 대표는 엘시티의 이 모 대표와 동일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지난 2007년 12월 이영복 회장은 청안건설 오너로 복귀하자마자 부산도시공사가 추진한 ‘해운대 관광리조트 개발계획’에 뛰어들었다. 부산도시공사는 당시 이 사업을 추진할 업체로 20개사가 모인 ‘청안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 이영복 회장의 청안건설이 주간한 이 컨소시엄의 20개사에는 롯데건설도 참여해 시공을 맡았다.

물론 롯데건설의 해명처럼 청안건설과 현재 독산동과 신동백 롯데건설 사업장이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할지라도 롯데건설이 청안건설, 특히 자신들과 이영복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수년 전부터 신부국건업과 청안건설과 사업상 인연을 맺어오며 이들의 독산 롯데캐슬의 시행사 제이피홀딩스 PFV와의 연결고리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게 분명했다.

군부대 이전한 곳에 ‘서울 엘시티’ 꿈꾼 이영복?

<주간한국>의 지난 취재에 응해준 익명의 제보자는 롯데건설 그리고 청안건설 관계자 등으로부터 장기간 관련 정보를 수집, 현재 롯데캐슬 등이 받고 있는 의혹에 대해 자세히 털어놨다.

제보자는 롯데건설이 제이피홀딩스 PFV와 청안건설 간 지분구조와 독산동 롯데캐슬 사업도 청안건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제이피홀딩스 PFV와 청안건설이 단순히 사무실만을 공유한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독산동 롯데캐슬 시행사인 제이피홀딩스 PFV는 청안건설과 이영복 회장의 아들이 지분을 반씩 가지고 있는 회사”라며 “이영복은 이 지역 롯데캐슬의 토지를 용도 변경해서 땅 값을 천정부지로 올린 뒤 이 땅을 자신 아들 회사에 팔아 넘겼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롯데캐슬이 제이피홀딩스 PFV의 사실상 주도권을 쥐고 있는 측이 청안건설 이영복 회장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었고, 독산 롯데캐슬이 청안건설과 관련이 있다는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이영복 회장이 독산 롯데캐슬의 토지를 용도 변경한 절차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이영복 회장이 ‘서울 엘시티’를 계획했다는 가장 합리적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이영복 회장이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에 진출해 대규모 건설사업을 추진하려 했다는 의혹은 수차례 대두돼왔다.

제보자는 그 중 하나가 독산동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현재 독산 롯데캐슬의 공사가 한창인 부지는 원래 육군 도하부대가 위치한 곳이었다. 도하부대는 한자명칭 그대로 강을 건너기 위한 시설을 만드는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다. 전쟁이 발발하면 도하부대는 서울 주요 강 유역 등에 다리를 만들고 이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돕게 된다.

그런데 이 육군도하부대의 부지는 지난 2003년 국방부로부터 ‘준공업지역’이 ‘상업 및 주거용지’로 용도변경이 이뤄졌다. 이어 지난 2006년 이전계획이 발표됐고, 이듬해부터 경기도 이천시로 이전이 시작돼 2010년 완료됐다.

사실 이 이전 사업을 국방부가 주도해 추진했다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했다. 육군 도하부대가 전시에 서울 주요 강 유역에 다리를 설치하는 임무가 있음에도 서울 중심부가 아닌 경기도 외곽으로 멀리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에 제보자는 자신이 청안건설 관계자와 지역 주민들로부터 도하부대의 이전이 이영복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 금천구 주변이 그렇게 편익시설이나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없었던 지역으로 주민들이 도하부대 이전을 수년간 강력히 주장해왔는데 갑자기 롯데캐슬이 들어온다니 용도변경이 쉽게 됐다”라며 “주변에서는 90년대 중반부터 이영복이 군부대 이전을 조건으로 해당지역의 개발에 나서도록 사업추진을 했다는 말이 나왔고, 이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고 출소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사업이 진행돼 도하부대는 이천으로 옮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 금천 도하부대 이전을 통한 롯데캐슬 설립은 엘시티 사업의 경우와 매우 유사한 점이 많았다. 절대 흔들릴 것 같지 않았던 부지의 용도변경이 쉽게 이뤄졌고, 땅의 시세를 막대하게 높인 뒤 자신의 측근에게 해당 부지의 아파트 사업과 연결을 시켰기 때문이다.

제보자는 “독산 롯데캐슬이 엘시티의 경우와 너무 비슷해서 이 지역 롯데캐슬을 ‘제2의 엘시티’ 또는 ‘서울 엘시티’라고도 부른다”라며 “이영복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것도 판도라 상자를 열면 다칠 수 있는 곳이 부산 외에 더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검찰은 이영복 회장이 다수 제기된 의혹에 대해 ‘좌물쇠 입’으로 버티고 있어 수사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영복 회장이 그간 자신의 건설영역을 서울 지역으로도 끌어올리려고도 했다는 사실에 검찰이 보다 주목해 수사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독산 롯데캐슬도 그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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