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ㆍ평택ㆍ동탄에도 있는 이영복 사업장… ‘신기한’ 용도변경에 특혜 의혹

꾸메도시, 제이피홀딩스ㆍ청안건설 서울사무소와 같은 건물 사용

군부대이전ㆍ주민반발 무마… ‘용도변경의 귀재’ 이영복의 영향력 정황

엘시티에만 편중된 이영복 수사, 관계사 사업장까지 확대 목소리 커져

정ㆍ관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 실소유주인 이영복(66ㆍ구속기소) 청안건설 회장의 ‘판도라의 상자’가 ‘전국구’로 퍼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이 손을 뻗친 곳이 ‘해운대 엘시티 개발 사업’을 추진했던 부산시뿐만이 아닌, 타 지역에서도 그의 시행 사업들의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주간한국> 제2654호(12월 4일자) ‘이영복, 롯데캐슬로 ‘서울 엘시티’ 꿈꿨나’ 제하의 기사에서는 이영복 회장이 서울시 금천구 롯데캐슬 골드파크와 용인시 신동백의 롯데캐슬 에코의 개발 사업에 관여하며 ‘서울 엘시티’ 또는 ‘제2의 엘시티’를 계획했다는 상당히 신빙성 있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본지는 이 회장이 자신의 가족 및 특수 관계자들이 보유한 법인을 통해 일산과 평택, 동탄 등 전국 10여 곳에서 부동산 시행사업을 벌여왔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용도변경의 귀재’로 불리는 이영복 회장이 관여한 각 지역의 사업장마다 그동안 개발 허가가 나지 않았던 곳의 용도변경이 단기간 내에 이뤄졌다. 때문에 현재 그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조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이영복 회장의 청안건설이 맡았던 부동산 사업은 크게 3가지다. 엘시티 개발로 더욱 잘 알려진 ‘해운대 관광특구 사업’과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그리고 용인시 신동백의 롯데캐슬 에코의 시행 사업이다. 청안건설은 이 3개의 사업권을 따내며 한때 전체 매출만 6조원 대에 이르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3곳의 사업장은 기존 언론보도 등을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롯데건설 측은 금천과 신동백 롯데캐슬에 대한 청안건설과의 연관성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주간한국>의 지난 보도에서처럼 사업장의 시행사가 청안건설 및 이영복 회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감독원이 공시한 청안건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가 제이피홀딩스(28%)와 꾸메도시(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이피홀딩스 PFV와 꾸메도시는 각각 금천과 신동백 롯데캐슬의 시행사로 지정됐다. 제이피홀딩스 PFV의 경우 이영복 회장뿐만 아니라 그의 아들도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었고, 청안건설과 서울시 논현동의 사무실을 공유한 사실이 현장취재를 통해 밝혀졌다.

또 꾸메도시는 청안건설의 자회사로 회사의 대표인 박 모씨는 지난 1990년대 다대만덕지구 개발 사업 때 이영복 회장과 공동사업을 추진했던 이 회장의 최측근 인물이다.

본지의 보도 이후 신동백 롯데캐슬의 한 입주민은 이메일을 통해 과거 입주예정자들과 꾸메도시의 서울 사무실을 방문했다고 제보해왔다. 그는 당시 사무실 주소로 알고 찾아갔던 곳은 제이피홀딩스 PFV와 청안건설 서울 사무소가 위치했던 논현동 건물과 같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감사보고서 상 꾸메도시의 현재 주소는 용인시 기흥구로 나타나있지만, 지난해 이 회사의 신용평가 보고서 등에는 제이피홀딩스 PFV 및 청안건설의 논현동 사무실과 같은 번지수에 있었다.

이영복 회장의 관계사와 그가 관여한 전국의 부동산 시행 사업과의 관련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주간한국>의 취재에 응해준 익명의 한 제보자는 이 논현동 건물에는 제이피홀딩스와 청안건설 그리고 꾸메도시 외에도 관련 법인이 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동백 롯데캐슬 에코의 개발 사업은 ‘용인 어정가구단지 개발사업’이나 ‘중동 도시개발’로도 불리고 있는데, 이 사업에는 꾸메도시뿐만 아니라 그레코스라는 이영복의 관계사도 참여했다”며 “그레코스도 제이피홀딩스와 청안건설, 꾸메도시의 사무실이 있는 논현동 P건물에 위치했는데 꾸메도시가 이 건물의 3층 그리고 제이피홀딩스와 그레코스가 5층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사실은 그레코스의 지난 2006년 결산 감사보고서의 분양사업 부분에 명확히 명시돼 있었다. 부동산 개발사이자 청안건설의 자회사로 알려진 그레코스는 지난 2009년 어정가구단지 개발사업의 시공을 롯데건설이 맡기로 하면서 우림건설 그리고 꾸메도시와 함께 공동 시행사로 확정됐다. 또 이 회사는 논현동 P건물의 3층에 위치했고, 꾸메도시의 지분을 청안건설과 함께 50% 씩 나눠 가지고 있었다.

‘전국구 부동산 사업가’ㆍ‘용도변경 귀재’였던 이영복 회장

사실 지인들의 법인 명의로 시행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이영복 회장이 과거부터 써먹어왔던 수법이었다. 그는 이 방식으로 다대만덕지구사업 개발의 ‘결자해지’를 이뤘다.

이 회장은 90년대 중반 다대만덕지구사업의 개발비리로 약 2년간의 도피생활 뒤 체포돼 3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도피 중이던 지난 2001년, 제이피홀딩스 등의 이전 사무실인 논현동 건물에 본사를 둔 ‘신부국건업’을 합작법인 형태로 설립했다.

신부국건업은 당시 경매에 들어간 상태였던 다대만덕지구의 부지를 2002년 초 대한주택보증의 수의계약을 통해 매입했다. 다음해 해당 부지는 착공에 들어갔고, 2005년 신부국건업은 롯데건설과 도급계약을 체결해 3462가구 규모의 롯데캐슬 몰운대아파트의 시행을 맡으며 수백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주간한국>의 취재에 응한 제보자는 이때부터 이영복 회장이 시행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로 가족이나 특수 관계자들의 명의로 된 법인을 통했고 기존까지 용도변경이 쉽지 않았던 부지라고 할지라도 쉽게 공사허가를 따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영복 회장은 신부국건업 및 청안건설과 꾸메도시, 제이피홀딩스, 그레코스뿐만 아니라 에코하우스, 맥서러씨, 데코시너지, 니온, 석성 등 10개사 이상의 본인 회사 및 자회사, 지인 법인을 통해 시행사업이나 금융거래 목적으로 이용했다”며 “흔히 이영복 회장의 부동산 사업이라면 엘시티 정도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전국적으로 굉장히 다양한 곳에 사업 영역이 존재하고, 거의 매 사업장이 예전부터 용도변경 요구가 꾸준히 거론됐음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곳을 이 회장이 연관돼있으면 신기하게도 용도변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간한국>의 지난 보도에서처럼 ‘서울 엘시티’ 또는 ‘제2의 엘시티’라고 불리는 금천구 롯데캐슬의 경우 해당 부지가 본래 육군 도하부대가 위치한 곳이었다. 도하부대는 한자명칭 그대로 강을 건너기 위한 시설을 만드는 부대로 전쟁이 발발하면 서울 주요 강 유역 등에 다리를 만들고 이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이 육군도하부대의 부지는 지난 2003년 국방부로부터 ‘준공업지역’이 ‘상업 및 주거용지’로 용도변경이 이뤄졌다. 사실 이영복 회장은 90년대 후반부터 해당 부지의 군부대 이전을 알아봐왔고, 실제로 이 회장의 측근을 통해 20억을 로비하며 도하부대 이전 및 용도변경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 2006년 이전계획이 발표되며 경기도 이천시로 이전이 2010년 완료된 뒤 현재 롯데캐슬의 공사현장이 들어섰다.

이영복 회장의 소유로 알려진 신부국건업은 롯데캐슬 몰운대아파트의 시행 사업을 진행하면서 다른 사업장에도 손을 뻗었다.

신부국건업은 지난 2005년 5월 ‘화성·동탄 택지개발지구 사업’의 한국토지공사 입찰에 낙찰을 받아 현재 동탄 신도시 센트럴파크 인근의 풍성신미주 아파트 사업 약정을 체결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바탕 잡음이 일었다. 해당 부지가 기존 도시지원 용지에서 주택부지로 용도변경이 이뤄졌고,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보자는 “원래 풍성신미주 아파트 사업의 부지에는 공원이나 반도체 회사가 들어서기로 돼있었고, 착공 약 2년 전에 공동주택부지로 용도가 변경됐다”며 “당시 이 부지 인근에는 다른 아파트 단지들이 이미 들어서기로 예정됐고, 그 입주예정자들 때문이라도 용도변경이 힘들었을 텐데 화성시가 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용도변경을 강행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에는 신부국건업이 생긴지 5년이 채 안 된 중견기업에 불과하고 이곳이 다대지구 사업 때 택지전환 특혜를 위해 정관계 로비를 한 경력이 있는 이영복의 회사라는 사실을 다들 잘 몰랐기 때문에 용도변경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지자체에만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이영복 회장은 집행유예로 출소한 이후 청안건설의 실질적 소유주로서 전국적으로 사업 영역을 더욱 넓혀나갔다.

실제로 <주간한국>은 제보자와 함께 청안건설과 지급보증 관계에 있는 회사들의 행적을 찾아가며 이영복 회장이 기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곳 외에 다른 지역 약 10여 곳의 부동산 사업 현장에 관여한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이 회장은 경쟁률이 높더라도 그것을 극복하고 사업권을 따냈고, 대부분 부지의 용도변경이 있었다.

청안건설은 지난 2004년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풍동 택지개발사업지구 내 공동주택용지 C2블럭의 715가구 아파트 시행 사업권을 얻었다. 당시 이 부지는 일산신도시 내 개발지구 중 각광을 받고 있던 한 곳으로 이영복 회장은 무려 약 18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낙찰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청안건설은 풍동 6단지 두산위브의 발주처로서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 청안건설은 지난 2014년 경기도 평택시 청북택지개발지구 9BL의 청북 한양수자인 아파트의 시행사로 참여했다. 지난 6월 입주가 완료된 청북 한양수자인 아파트는 총 11개동 718세대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공사였다.

이영복 회장은 청안건설과의 관계사를 통해서도 사업장을 확대해 나갔다. 특히 그의 아들이 최대주주로 있고 청안건설의 관계사로 알려진 맥서러씨를 통해서 부산지역 아파트와 기타 시설의 시행을 맡았다. 이영복 회장의 아들은 지난 2014년 말 기준 맥서러씨의 지분을 75% 이상 가지고 있어 사실상 이영복 회장의 회사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회장은 맥서러씨를 통해 지난 2009년 7월 부산시 해운대구 재송동 벽산 E-센텀 클래스원의 분양을 시작했다. 이는 연면적 지상 15층, 지하 3층의 규모의 아파트형공장으로 지난 2011년 6월에 준공 완료했다.

이어 다음 달인 맥서러씨는 해운대구 우동 1455외 1필지의 벽산 E-센텀 클래스원 2차의 분양을 개시했다. E-센텀 클래스원 2차는 센텀시티 지방산업단지 연구센터와 생산시설 및 기타 부대시설을 분양할 목적이었다.

또 청안건설의 자회사이자 꾸메도시와 신동백 롯데캐슬의 시행사로 공동참여한 그레코스는 서울 내 상가 분양사업에 진출했다.

제보자는 “사실 그레코스가 어정가구단지 개발사업의 시행사로 참여하기 전에는 큼직한 시행사업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2006년 초에 서울 도곡동의 렉슬이라는 상가의 분양을 맡았고 비슷한 시기 꾸메도시와 어정가구단지 개발사업 진행이 한창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레코스의 지난 2006년 결산 감사보고서에서는 도곡주공 1차 재건축조합 및 시공사와 도곡렉슬의 상가매매계약을 체결해 분양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청안건설이 약 33%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있는 석성이 제주시 애월읍 제주 공룡랜드의 시행을 맡는 등 이영복 회장의 관련사가 전국 곳곳의 부동산 사업 시행사로 들어가 있었다.

제보자는 “이영복 회장의 관계사와 사업적 연관성을 찾기 위해 감사보고서와 등기부등본만 대학전공 서적 3권 분량으로 뽑았다”며 “대부분 이영복과 연관된 공사 부지는 용도변경 특혜로 의심될만한 정황이 보였고, 엘시티나 롯데건설 시행사만이 아닌 전국의 부동산 현장에서 연결돼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야당 관계자는 “이영복 사건에 대한 수사가 너무 엘시티 하나로만 가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2단계 조사에서 집중적으로 밝혀내야 할 것은 이영복이 전국에 벌인 사업장에서 용도가 변경된 곳이 그의 압력이 없었는지의 유무와 이영복이 어느 공사현장에서 어떻게 돈을 빼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민철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