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삼성전자 검찰수사 직전 최씨 관련자료 파기 지시

이재용 “삼성전자 정유라 지원자금 내용 몰랐다” 증언 도마 위에

검찰 “삼성의 VIP지원 관련 사항 오너에 사전 보고 진술ㆍ정황 있다”

시민단체 등 이재용 고발 움직임… 특검기업수사 ‘삼성특검’ 될 수도

“이번 수사만큼은 제대로 해보자” 특검 내 엄정수사 분위기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국정조사에 모아졌던 세간의 이목이 특검으로 쏠리고 있다.

특검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최순실 게이트’ 관계자를 대거 출국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특검이 자료분석 끝에 수사 대상을 구체적으로 확정한 것”이라는 말이 특검 주변에서 나온다.

특검 수사와 관련해 기업에 대한 조사를 먼저 시작할지 아니면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눌지를 두고 추측과 분석이 분분한 가운데 검찰의 최순실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특검의 기업 수사가 선행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특검의 초기 수사 방향에 대해 “삼성특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삼성이 최씨에 거액의 지원금을 건넨 부분에서 대가성 여부를 먼저 규명하는 것이 사건 수사의 첫 번째 단추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삼성전자가 최씨에 거액의 자금을 지원한 배경을 규명하게 될 경우 청와대수사까지 곧바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게 특검의 계산이다. 청와대-최순실-삼성의 연결고리를 찾게 되면 다른 기업의 ‘최순실 지원금’ 연결고리 모두 드러날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청와대-특검 신경전 시작

특검은 국정원 댓글수사를 담당했던 윤석열 수사팀장(대전고검 검사)에게 4개 수사팀 중 한 팀의 지휘를 맡기기로 했다. 아직 윤 팀장이 팀을 어디로 이끌지는 확실하게 정해진 바 없다. 윤 팀장이 기업수사와 비선실세 수사를 모두 담당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검 주변에서는 “윤 팀장이 뇌물수사를 전담할 예정이며 뇌물과 관련해 청와대, 비선실세, 기업 등이 모두 수사대상”이라고 분석한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에서 검찰 내 김기춘, 우병우 라인이 만든 부실수사 문제도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관측한다.

윤 팀장은 평소 김기춘, 우병우 라인이 검찰을 장악하고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팀장이 검찰의 부실수사 문제점도 들추어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검 내부에 “국정농단 게이트 엄정수사라는 국민적 요구에 검찰이 부흥하지 못한 만큼 특검이 반드시 진실을 규명해 더 이상 역사적 오점을 남기면 안된다”는 분위기가 확고하게 깔려 있다.

이를 반영하듯 특검은 최근 “필요하면 청와대 관저 압수수색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규철 특검보는 “(수사상) 필요한 사람 여러 명에 대해서 출국금지를 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지난 15일 말했다.

하지만 이 특검보는 구체적으로 누구를 출국 금지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 앞선 검찰수사 때 출국금지 처분이 내려지지 않았던 핵심 수사 대상자들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법무부는 김 전 비서실장이 최씨 등의 국기 문란 행위 등 비리를 알고도 방기한 의혹이 있어 우 전 수석과 함께 직무유기 피의자로 수사 중이라고 앞서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또 김 전 비서실장 외에 최씨가 단골로 진료받은 김영재의원 원장인 김영재씨, ‘비선 진료’의혹을 사고 있는 김상만 전 박 대통령의 자문의 등이 출국금지 대상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수사 때 출금 대상에서 제외된 일부 대기업 총수도 출금조치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수사 단계에서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 등이 출국금지 됐고 이번에는 오너가 그 대상이다.

이 특검보는 “수사 과정상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경우에 따라 청와대든 어디든 만약 수사에 필요하다면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며 청와대 압수수색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특검의 대기업 압수수색 가능성에 대해 “필요하면 할 수도 있다”며 “다만 기록 검토가 아직 확실하게 끝나지는 않았다. 준비를 철저히 한 다음에 신속히 수사하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범국민적 탄핵요구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만큼 성역없는 수사를 하겠다는 특검의 의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특히 주목을 끄는 부분이 있다. “특검이 일부 기업 총수의 위증 정황을 이미 확보했으며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것”이라는 말이 사정기관 주변과 재계에 파다하다.

특검은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일부 증인이 위증을 한 부분을 철저히 수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의 한 소식통은 “특검은 이번 국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들의 증언을 심도 있게 참고하고 있다”며 “이들의 증언과 검찰에서 넘겨받은 수사자료를 비교조사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이미 위증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총수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특검은 실제로 최근 위증 논란에 대해 “위증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들을 살피고 있다. 향후 필요하면 수사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특검이 주요 수사 대상자에 대한 출국금지를 단행함에 따라 강제수사가 조만간 착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검이 서두르고 있는데다 빠른 수사를 추진하고 있어 수사 준비 기간 20일을 소진하기 전에 수사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이에 이르면 이번 주 중 압수수색, 참고인ㆍ피의자 소환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에 드리운 그림자

박 대통령에게 뇌물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특검팀은 대기업들의 최씨 일가 지원에 대가성이 있었다는 점을 먼저 규명해야 한다. 뇌물혐의 입증과 관련, 특검팀은 삼성그룹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을 위해 200억원 넘는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씨의 독일 현지법인인 비덱스포츠의 전신 코레스포츠는 지난해 8월 26일 삼성전자와 컨설팅 계약서를 작성했다. 2018년 12월 31일까지 삼성전자가 코레스포츠를 통해 승마선수를 지원하고 말을 사기로 약정한 내용인데 전체 지원금은 200억6000여만원이다.

이 계약은 당초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과 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는 승마 유망주 6명을 지원하겠다는 명목이었지만 실제 수혜자는 정씨 1명뿐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지원금으로 책정된 200억원이 전부 집행된 것은 아니다. 검찰 수사에서 삼성 측이 최씨 모녀에게 직접 송금한 돈은 말 구입비 35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외 추가로 지원된 자금이 더 존재하는지 규명하는 작업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특검은 유럽에 머물고 있는 정씨를 강제로 귀국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코레스포츠를 통해 승마 선수를 지원하고 말을 사기로 약정한 계약서 뒷부분에 첨부된 ‘증거서류(Exhibit)’에는 비용 내역이 나와 있다. 승마 코스 임대나 시설 구입비, 숙박비, 대회 참가비, 코치 및 말 관리사 인건비 등으로 255만2000유로(당시 환율 기준 약 34억 7814만원)와 59억 3050만원이 책정됐다.

말 구매 비용으로 총 750만유로(102억 2182만원), 말 운반용 차량에 3억원, 선수단 수송 차량 SUV 2대와 밴 구매 비용으로 10만유로(1억 3600여만원)를 각각 지원키로 했다. 이를 합하면 지원 금액은 총 200억 6000여만원에 달한다.

특검팀은 대통령 뇌물혐의 규명을 위해 일차적으로 청와대와 삼성그룹, 롯데그룹 등을 주 타깃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검찰이 제3자 뇌물수수 의혹이 있다며 수사 자료를 특검에 인계한 삼성그룹과 삼성전자 그리고 롯데그룹 등에 대해 특검의 수사는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삼성은 최씨 일가에 별도로 100억원 가량을 지원했으며, 미르ㆍ케이스포츠 재단에도 기업 등 중 최다인 204억원의 출연금을 냈다.

검찰은 삼성그룹에 대해 세 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에 나섰으나 최종 결론을 내지 않은 채 특검에 수사를 인계했다.

이에 대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참석, 사전에 최씨에 대한 지원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대통령 독대시에는 최순실씨에 대해 몰랐다”며, “대한승마협회가 최순실씨 모녀에 35억원을 지원한 사실은 당시 몰랐다”고 해명했다.

박상진 사장의 독일 출장건과 관련해서도 “당시에 보고를 받지 않았다”며 “나중에 보고받고 적절치 못한 지원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위증을 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그룹과 삼성전자가 검찰 수사에 대비해 사전에 최순실 정유라 지원 내용 관련 자료를 모두 폐기하고 검찰 수사에 대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검찰수사 때 이미 “삼성그룹과 삼성전자가 검찰 수사를 앞둔 시점에 최씨 모녀 지원뿐만 아니라 최순실 게이트 검찰수사 관련 각종 보고자료도 파기하도록 직원들에 지시했다”는 첩보를 검찰은 입수했다.

조직적 증거인멸 특검의 난제

또 삼성은 그룹과 전자 외에도 일부 계열사도 검찰수사와 관련된 자료를 파기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같은 정황은 검찰의 압수수색에서도 드러났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삼성의 최순실 모녀 자금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거의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 압수수색 직전에 삼성이 자료를 파기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검찰 내부에서는 당시 삼성 측에 압수수색에 대한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이 삼성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살펴보면 주요 부서의 컴퓨터하드디스크가 초기화돼 있거나 마치 일정 기간동안 아무 일도 직원들이 안 한 것처럼 자료가 공백인 게 많았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조사 당시 검찰은 삼성 직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씨 모녀에 대한 삼성의 자금 지원에 대해 이 부회장이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삼성 내부에서 이같은 자금 지원 부분을 이 부회장에 보고 없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복수의 삼성직원들을 통해 삼성의 사장단 회의 보고 시스템과 삼성그룹과 전자의 자금집행 시스템에 대해서도 모두 파악해 소환자들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한 조사에서 검찰은 최씨 모녀 지원에 대해 사장급 인사들이 체계적으로 개입했으며, 이들에 의해 이 부회장에까지 보고가 이뤄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해 특검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특검조사에 어디까지 협조할지는 미지수지만 압수수색 등을 통한 자료가 부족한 게 많아 특검은 자백진술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이 버틸 수도 있지만 특검이 삼성을 압박할 카드도 많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특검에 넘긴 자료 중에는 “VIP나 실세에 대한 협조부분은 모두 사장급 회의를 거쳐 이 부회장에 보고되는 사안”이라는 진술과 첩보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특검조사에서 이 부회장이 최씨 모녀 지원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버티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 조사와 관련해 검찰에 상당히 많은 제보와 첩보가 생산됐고 특검 측이 확보한 구체적 제보도 적지 않다.

한편 이 부회장은 협회를 통하지 않고 최씨 모녀에 직접 자금을 지원한 것과 관련,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라고 말해 의문을 키우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국조에서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의 “왜 승마협회를 통하지 않고 최순실과 정유라 개인에게 직접 자금을 지원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에 다 보고를 받았는데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지원 과정에서 부적절함이 있었고 세부 보고는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최순실을 언제부터 알았냐”고 거듭 묻는 황 의원에 질문에 “정말 송구스럽지만 정확히 언제 들었는지는 모르겠고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위증을 피하기 위한 임기응변이라고 지적한다. 시기를 특정하지 않은 것 때문이다.



윤지환기자 musas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