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복의 권리포기각서

이영복ㆍ상속인이 공모해 만든 권리포기각서, 매도사에도 전달돼

과거 계약 모를 수 없었던 매도사, 이영복의 허위 권리포기각서 그대로 수용

한민철 기자


부산시 엘시티 이영복(67ㆍ구속기소) 청안건설 회장이 서울시 독산동 징발토지 권리를 얻기 위해 꾸며낸 공문서로 인해 삼양홀딩스(이하 삼양사)가 원성을 사고 있다. 이영복 회장이 과거 독산동 토지의 권리를 얻으면서 작성한 ‘권리포기각서’로 인해 권리를 침해 받았다고 주장한 채권자들이 속출했고, 삼양사가 이 각서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양사 측은 자신들이 이 권리포기각서의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의무·방법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제보자들은 여러 정황증거를 들어 삼양사가 이 권리포기각서 내용이 절대로 허위임을 몰랐을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간한국>은 ‘엘시티 이영복에 삼양사 거론되는 이유 <제2부>’에 이어, 지난 2006년 독산동 징발토지에 대한 매매 권리를 허위 공문서를 통해 모두 가져갔던 이영복 회장의 과거 행적 그리고 이 엄청난 행각에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삼양사 측의 입장을 다뤄봤다.

지난 1983년 4월 제보자 A씨의 삼촌인 송 모씨와 그의 지인 이 모씨는 본래 삼양사 일가 김상준 외 12인이 공동으로 소유했던 서울시 독산동 도하부대 징발토지 중 5만 7033평에 대한 환매권(향후 수의계약권으로 변경)을 양도받았다.

13년여 후인 1996년 11월, 이영복 회장은 송씨와 이씨에게 나타나 김영삼 정권의 실세들에 로비해 부산시 다대ㆍ만덕지구의 자연녹지 20만평을 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특히 이 회장은 송씨 측에 도하부대를 2년 내에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하면서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징발토지 5만 7033평에 대한 권리 일부를 자신에게 팔 것을 요구했다. 10년이 넘게 도하부대 철수를 위해 노력해왔던 두 사람은 이영복 회장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이 회장은 징발토지 5만 7033평에 대한 수의계약권 중 3만 5000평에 대한 권리를 넘겨받았다.

이로부터 약 1년 6개월 후, 놀랍게도 국방부는 서울시 등에 도하부대 철수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영복 회장은 지난 2000년 자신의 뒤를 봐 주던 정권 실세가 옷 로비를 했다는 사건에 연루돼 실각했고, 검찰이 다대ㆍ만덕지구 사건의 재수사에 나서자 잠적했다. 동시에 도하부대 이전 문제는 한동안 잠잠해졌다.

송씨와 이씨는 잠적한 이영복 회장을 만나기 위해 전국을 찾아 다녔고, 지난 2001년 8월 수소문 끝에 경찰조차 따돌리고 있었던 그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당시 송씨와 이씨는 이 회장을 설득해 기존 계약서의 일부 내용을 수정한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했다.

구체적으로 송씨 등은 자신들이 이영복 회장에게 권리 양도하기로 한 징발토지의 면적을 기존 3만 5000평에서 2만 9000평으로 그리고 권리 양도 대금 총 금액도 기존 140억원에서 115억원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이 회장은 이에 동의했고, 2001년 8월 15일 세 사람은 새로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같은 해 12월 이영복 회장은 2년여 간의 도피 끝에 경찰에 자수했고, 1년 만인 2002년 12월 집행유예로 출소했다.

이영복 회장은 출소 직후 크리스마스 전날인 12월 24일, 지난 1996년 11월의 권리양도계약과 2001년 8월 변경된 계약 내용 등을 재차 확인하는 합의서를 작성해 송씨와 이씨의 도장을 받았다.

이어 다음해 4월 9일, 이 회장은 2만 9000평 권리를 ‘제이피엔터프라이즈’라는 회사로 변경하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독산동 징발토지 수의계약권의 양수인을 개인 이영복에서 법인 제이피엔터프라이즈로 돌린다는 의미였다.

이영복 회장의 실소유사인 제이피엔터프라이즈는 향후 제이피홀딩스 그리고 금천 롯데캐슬 골드파크의 시행사인 제이피홀딩스PFV로 사명이 차례대로 변경됐고, 같은 시기 이 회장은 엘시티의 시행사인 청안건설도 설립했다.

당시 이영복 회장이 제이피엔터프라이즈로 양수인을 변경한 목적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았던 송씨 등은 이 회장의 요구에 동의했다. 이후인 4월 11일 송씨와 이씨는 자신들이 이영복 회장에게 넘긴 수의계약에 의한 매수권을 제이피엔터프라이즈에 재양도했음을 통지하는 ‘권리양도통지서’를 작성해 김윤 삼양사 회장에 전달했다.


이영복-상속인 공모해 작성한 권리포기각서… 삼양사에도 제출돼

지난 2005년 12월 송씨는 명운을 달리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독산동 징발토지의 수의계약권을 자녀 등에게 증여ㆍ(매매)양도했다. 즉 송씨의 독산동 토지에 대한 권리는 그가 사망하기 전부터 상속인들과 채권자들에게 넘어간 상태였다.

이듬해인 2006년 6월, 서울시는 징발토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을 확정 및 고시했고, 그동안 소식이 뜸했던 이영복 회장은 원매수자 이씨에게 나타나 자신의 측근인 정 모씨를 소개하며 이씨가 소유하고 있던 독산동 징발토지의 권리를 그에게 매각하도록 설득했다.

제보자 A씨는 “이영복은 이씨에게 자신의 로비로 도하부대가 철수하게 됐다는 투서가 군에 들어가 군이 해당 징발 토지를 수의계약이 아닌 공매로 매각하려 한다는 사정을 말했다”라며 “정씨에게 평당 100만원에 양도하는 것이 그나마 손실을 줄이는 것이라고 이씨를 회유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이영복 회장보다 나이가 9살이나 많고, 이 회장의 실소유사 또는 관계사의 임원 명부에 사내이사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었다.

이씨는 이영복 회장의 제안대로 자신과 송씨가 이 회장에게 양도한 뒤 남아 있던 2만 8000평의 권리를 정씨에게 평(3.3㎡)당 100만원이라는 헐값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송씨의 상속인들은 정씨와의 계약 내용에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같은 해 9월, 이영복 회장은 송씨의 상속인들을 찾아가 정씨와의 계약대로 송씨의 권리에 대해 평당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과는 별개로 해당 징발토지와 관련된 송씨의 채무 약 93억원을 자신이 책임지고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하며 ‘권리포기각서’를 또 다른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복 회장이 요구한 권리포기각서에서는 송씨의 상속인들이 과거 삼양사로부터 양도받은 독산동 징발토지 5만 7033평의 권리 모두를 이영복 회장에 넘기고, 이 권리를 제이피엔터프라이즈가 행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영복 회장의 설득 끝에 상속인들은 권리포기각서에 도장을 찍었고, 이로써 이 회장은 독산동 부지에 발을 들인지 약 10년 만에 원 매수자의 5만 7000평의 권리 모두를 자신의 소유로 만들 수 있었다.

이후인 11월 28일, 제이피엔터프라이즈 및 정씨가 원매수자 송씨와 이씨의 모든 권리를 승계한다는 내용의 계약이 삼양사와의 사이에서 체결했다. 다음해 12월에는 삼양사 명의로 국방부로부터 독산동 424-1 19필지 등 총 5만 754평의 토지를 3500억원에 양도받는 수의계약이 체결됐다.

그런데 송씨의 채권자들이 이영복 회장과 송씨 상속인들을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해 지난 2009년 5월 춘천지방검찰청강릉지청에서 처분한 사건 기록내용에 따르면, 사실 이 권리포기각서는 송씨 상속인 송00씨 등이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100억원 상당의 금전적 이익을 약속 받고 그와 ‘공모’해 작성한 문서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이영복 회장과 말을 맞춘 상속인들이 송씨의 채권자들을 속일 목적으로 작성했을 가능성이 큰 문서라는 의미였다. 실제로 각서 내 핵심 조항에는 허위로 의심되는 내용이 상당했다. 문제는 이 권리포기각서가 공증 이후 삼양사에도 제출됐다는 점이었다.

이영복에 지극히 유리했던… ‘엉터리ㆍ허위’ 권리포기각서

이영복 회장이 작성한 권리포기각서 제2조의 (가)에는 ‘을(이영복)은 송씨로부터 1996년 11월 4일 징발토지 5만 7033평 중 3만 5000평을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그 대금을 모두 지급했다’라고 명시돼있다.

이 하나의 문장에는 무려 세 가지의 오류가 담겨 있었다. 우선 이 조항을 간단히 해석해 보면 ‘이영복 회장 자신이 맺은 지난 1996년 11월 4일의 계약이 송씨와의 단독계약’이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당시 이 회장이 양수받은 3만 5000평의 계약은 송씨만이 아닌, 이씨의 권리까지 포함한 공동계약이었다.


때문에 이 조항을 ‘을은 송씨와 이씨로부터 1996년 11월 4일 징발토지 5만 7033평 중 3만 5000평을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라고 명시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이영복 회장 측은 조항 내에 이씨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단순한 누락일 뿐 제시한 내용만으로도 향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라고 변명할 수 있었다.

만약 이씨를 배제한 채로 해당 조항에 적용했다면 송씨의 상속인들이 다른 원매수자 이씨의 권리까지 포기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에 사실과 맞지 않았다. 또 이 경우 이영복 회장이 얻게 될 징발토지의 권리가 기존보다 더욱 많아지기 때문에 지극히 이 회장에게 유리하게 해석될 수밖에 없었던 조항이었다.

특히 제3조의 (나)에서는 ‘망 송씨의 상속인으로서 갑이 망 송씨와 삼양사 사이의 계약에 기해 지급해야 할 잔대금 및 양도소득세 20억원은 갑(송씨의 상속인들)이 지급 이행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서도 원매수자 이씨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삼양사와의 계약도 송씨의 단독계약이 아닌, 송씨·이씨가 공동으로 맺은 계약이었다. 때문에 만약 이 조항의 내용도 이씨를 포함하지 않은 채 이행한다면, 이씨가 삼양사 측에 지급해야 할 잔금과 양도소득세까지 송씨 상속인들이 전부 지급해야 했다.

제2조의 (가)에서의 가장 심각했던 허위 내용은 이영복 회장이 가지고 있던 독산동 징발토지 권리의 규모 부분이었다. 권리포기각서의 내용대로라면 이영복 회장이 당시 소유하고 있던 독산동 징발토지의 권리는 3만 5000평이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이영복 회장은 도피 중이던 지난 2001년 8월 15일 송씨ㆍ이씨와 함께 계약 내용을 변경해 기존 3만 5000평의 권리를 2만 9000평으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이는 2002년 4월 송씨·이씨가 삼양사 김윤 회장에게 전달한 권리양도통지서에도 명시된 내용이었다.


때문에 이영복 회장은 권리포기각서를 통해 여전히 3만 5000평의 ‘거짓 권리자’ 행세를 하고 있었다. 고인 송씨는 말이 없었고, 이영복 회장과 상속인들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권리포기각서의 의해 나머지 채권자들은 이의 제기조차 할 수 없었다.

A씨는 “이영복은 권리포기각서에 자신의 권리가 2만 9000평으로 축소됐다는 사실을 어디에도 언급하지 않은 채 여전히 3만 5000평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세했고, 이를 권리포기각서 내용에도 반영했다”라며 “권리포기각서는 과거 계약내용에 무지했던 상속인들에 금전적 보상을 약속한 뒤 이들을 기만·공모해 이영복 자신에게 유리하게 실은 허위 문서로, 나머지 채권자들의 권리까지 빼앗은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권리포기각서에는 이영복 회장이 송씨 측에 대금지급을 완료한 것으로 나와 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

이영복 회장은 송씨 측에 잔금을 전달하지 않았고, 송씨와 이씨 그리고 이 회장이 맺은 1996년 11월 계약에서 ‘매매잔금은 수의계약이 체결될 때 지급한다’라는 조항이 있었다. 때문에 잔금은 향후 도하부대가 철수한 뒤 실제 토지거래 매매계약이 발생했을 때 송씨·이씨에 지급해야 했다.

권리포기각서의 허위 여부 인지할 수 있었던 삼양사… 책임소지는?

제보자 A씨를 포함한 송씨의 채권자들은 2008년 초 군과 삼양사 사이에 징발토지에 대한 수의계약이이미 체결됐다는 사실을 접했다. 동시에 이 권리포기각서의 핵심 내용이 허위이자 이영복 회장에게 지극히 유리하게 꾸며졌다는 사실도 뒤늦게 깨달았다.

이들은 이영복 회장 및 그와 공모한 것으로 알려진 송씨 상속인 송00씨 등을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A씨 등은 이영복 회장이 권리포기각서를 통해 송씨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삼양사를 기망한 채 군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해 김윤 회장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기로 협의했다.

이에 A씨는 채권자들을 대표해 같은 해 12월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던 권리포기각서의 실체와 삼양사 측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이영복 회장 측을 대신해 수의계약을 체결해줬다는 내용 등을 담은 탄원서를 김윤 회장 등에게 송부했다.

그러나 김 회장 및 삼양사로부터의 회신은 없었다. 이에 2년이 훌쩍 지난 2010년 8월, A씨 등은 기존 탄원서의 내용을 보충해 다시 한 번 김윤 회장의 자택으로 또 다른 탄원서를 보냈다.

당시 탄원서에는 권리포기각서에 담긴 허위 내용에 대한 지적뿐만 아니라 과거 다대ㆍ만덕 사건으로 구속되는 등 언론에 오르내렸던 이영복 회장의 과거 이력 등을 담고 있었다.

삼양사 측은 한 달 후인 9월 20일, 해당 탄원서에 대한 회신을 A씨에 보내왔다. 삼양사의 회신 내용에 따르면 권리포기각서는 삼양사 감사실에 문제없이 전달이 됐고, 이를 통해 수의계약권 이전에 대한 법률적 절차가 이행된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또 A씨 측의 탄원 내용에 대해 ‘귀하와 당사와는 아무런 법률적 관계가 발생한 사실이 없다’ 그리고 ‘귀하가 제기한 모든 문제는 당사에 탄원할 사항이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A씨 등 채권자들은 삼양사 측의 해당 답변을 듣고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삼양사는 권리포기각서에 허위 내용이 담겨 있고, 이로 인해 이영복 회장이 채권자들의 권리를 가져갔다는 사실을 인지·확인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결정적 존재였기 때문이다.

송씨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권리포기각서 내의 허위 내용은 삼양사가 송씨·이씨와 그동안 주고받은 계약서 및 권리양도통지서를 통해 옳고 그름을 빠짐없이 판단할 수 있었다.

때문에 만약 삼양사 측이 이 권리포기각서를 전달받고 4페이지에 불과한 각서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명시돼있었다는 것을 파악, 이를 채권자들에게 통지하거나 군과의 수의계약 전 이영복 회장 측에 각서 내용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면 소송으로 번지거나 이 회장과 삼양사와의 관계에 대해 의심을 할 정도로 문제가 커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삼양사는 본지와의 수차례 서면ㆍ대면 취재에서 이영복 회장 측과의 과거 계약에 대해 “법적 매도인으로서 시가매수권 매매에 따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것뿐”이라고 항상 해명했다. 매도인으로서의 삼양사가 최종 매수자가 원만한 계약을 하도록 돕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라는 의미였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이영복의 권리포기각서가 허위이자 삼양사 및 채권자를 기만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 삼양사가 제대로 확인만 해줬더라면, 송씨 채권자들 역시 최종 매수자의 일원으로서 군과의 수의계약에 참여해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을 것”이라며 “삼양사는 겨우 네 장밖에 되지 않는 허위 권리포기각서를 철저히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받아들였지만 채권자들의 입장에서는 삼양사의 이런 무책임한 행위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삼양사는 이 권리포기각서 곳곳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과거 계약 내용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주간한국>에 ‘의무’라고 해명한 최종 매수자가 원만한 계약을 하도록 돕기 위한 사항 중 일부인 ‘공문서 내용확인’ 및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문제 인지’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라고 호소했다.

송씨 채권자들의 입장에서 삼양사는 자신들이 말하는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꼴일 수밖에 없었고, 본지의 지난 두 차례의 보도에서처럼 군과의 수의계약을 대신 체결해주거나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생략등기라는 불법 행위에 대해 연관됐다는 사실에 삼양사와 이영복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들에게 김윤 회장과 이영복 회장과의 관계에 의심하게 만든 것은 2010년 8월 김 회장의 자택으로 보낸 탄원서가 이 회장에게 전달됐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이영복 회장은 같은 해 9월 20일 A씨가 삼양사에 보낸 탄원서 내용을 전해 받고 그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해당 탄원서를 김윤 회장이 아닌 다른 누구에게 보낸 적이 없었고, 탄원서에는 이미 언론에서 보도한 이영복 회장에 대한 과거 행적만을 실었다. 때문에 탄원서 내용은 공연성이 결여됐고, 다수의 채권자 및 삼양사를 위한 공익성과 진실성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명예훼손 성립 요건에 전혀 충족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A씨는 약식재판도 아닌 정식재판에 회부돼 벌금형을 선고 받았고, 삼양사 측은 탄원서가 이영복 회장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경위 등을 묻는 A씨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양사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탄원서가 이영복 회장에게 전해진 경위는 크게 세 가지로 추정만 해볼 수 있었다.

김윤 회장 집에 전달된 해당 탄원서에 인간처럼 발이 달려 이영복 회장에게 직접 걸어갔거나, A씨에 회신을 위해 김 회장으로부터 탄원서를 넘겨받은 회사 관계자들이 이영복 측에 이를 전달했을 경우도 있었다. 물론 김윤 회장이 이 탄원서를 이영복 회장에게 직접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삼양사 홍보팀 관계자들은 본지와의 대면 취재에서 이 탄원서의 구체적 내용과 A씨의 명예훼손 사건 등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단지 삼양사 관계자는 권리포기각서의 허위성에 대해 자신들이 확인할 의무도 없었고, 당시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도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삼양사 측은 지난 두 차례의 보도 때의 적극적 해명과는 다르게 권리포기각서에 대해서는 짧은 설명만을 덧붙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삼양사는 매수자들의 원만한 계약을 위해 협력할 의무가 있었고, 권리포기각서라는 법률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서에 대한 그들의 의무는 단순한 보관이 아닌 철저한 내용확인에 있었다. 또 송씨·이씨와 1983년부터 맺어온 계약서의 내용을 간단히 검토해봤다면 이영복의 권리포기각서의 핵심내용이 허위였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주간한국>은 엘시티 이영복 회장의 독산동 도하부대 이전 로비 의혹에 대해 삼양사가 언급되는 이유에 대해 3부에 걸쳐 다뤄봤다.

이영복 회장이 군과 직접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양사가 대신 계약을 해준 점,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의 생략등기는 현행법 상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이 회장의 실소유사로 알려진 제이피홀딩스PFV에 소유권 생략등기 이전을 협조해준 점, 그리고 이영복 회장 자신에게만 유리하고 나머지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한 ‘허위 권리포기각서’에 대한 제대로 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등이다.

단순한 법적 매도자로서 억울한 입장이라는 삼양사의 해명을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이유이며, 이는 제보자들뿐만이 아닌 본지의 지난 두 차례에 보도에 다양한 의견을 보내준 독자들도 공감하고 있는 사항이다. 또 최순실 게이트뿐만이 아닌 이영복 게이트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정치권 일부에서도 그 진실에 대해 철저하게 규명하길 원하고 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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