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복에 국유지까지 팔아넘긴 국방부… 3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 얻어

국유지로 분류된 독산동 징발토지 내 3000여평 구거, 최종 매수자는 이영복으로 밝혀져

중앙부처 통해 자신이 소유한 독산동 토지 용도변경 시도… 눈감아준 국방부

위법적 의심ㆍ땅장사 비난받으며 지구단위계획에 깊숙이 개입했던 국방부의 속내는?

한민철 기자


부산 해운대 엘시티 개발 비리로 구속 기소된 이영복(67) 청안건설 회장의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도하부대 이전 로비의혹 제기에 대한 국방부 측의 ‘허위 해명’ 및 과거 국방부 측의 독산동 개발 사업에서의 ‘납득하기 힘든’ 행보가 의혹을 키우고 있다.

<주간한국>은 지난 2차례의 보도를 통해 이영복 회장의 과거 독산동 도하부대 이전 로비의혹에 대한 국방부 측의 해명에 다양한 논리적 근거를 들며 이의를 제기했다.

보도 이후 과거 도하부대 이전 발표가 있었을 당시, 이에 대해 지켜봐 왔던 금천구 주민들로부터 다양한 제보다 들어왔다. 동시에 새로운 사실도 밝혀낼 수 있었다.

현재 독산동 금천 롯데캐슬 골드파크가 들어서 있는 일대는 본래 삼양사 일가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었고, 지난 1970년 박정희 정부에서 ‘군사상 목적으로 징발하겠다’며 징발토지로 지정됐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도하부대가 설립됐다.

이곳 도하단 징발토지는 5만 8300여평의 육군부대와 10만여평의 공군부대 토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필승아파트와 공군아파트와 같은 도하단 군인아파트 등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던 사실이 한 가지 있었다. 삼양사가 원소유주 자격으로 환매권을 보유하고 있던 도하부대 부지는 삼양사의 징발토지뿐만 아니라 국유지인 ‘구거(溝渠)’ 역시 상당수 포함돼있었다.


도하단 개발이 시작돼 현재 금천 롯데캐슬이 들어서기 전까지 일대에는 지목(地目) 상 약 3000평의 길다란 구거가 형성돼 있었다. 구거는 쉽게 말해 ‘개천’을 뜻하는데, 제보자들에 따르면 과거 인근부지에 위치했던 경성방직에 채소를 공급하면서 이 개천을 용수로 활용했다. 또 이 구거를 기준으로 필지가 나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 구거 3000평은 금천 롯데캐슬이 들어서며 과거의 모습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주간한국>은 제보를 통해 이 구거에 대한 수의계약권을 국방부로부터 매입한 최종 매수자는 원소유주 삼양사가 아닌, 이영복 회장이라는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

지난 보도대로 본지는 국방부 측으로부터 이영복 회장의 도하부대 이전 로비의혹에 대한 해명을 들을 수 있었다.

국방부 측은 이영복 회장이 과거 로비를 통해 관계를 맺은 것으로 전해진 국방부 전 시설국 고위 장교 등과의 연루 의혹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라고 해명했다.


또 도하부대 이전 후 개발사업 추진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면서 의혹만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미 본지는 당시 이영복 회장의 국방부 로비 의혹 및 국방부 측의 도하부대 이전 후 개발사업에도 밀접하게 관여했다는 주장에 대한 신빙성 있는 자료들을 상당수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특히 국방부가 이영복 회장의 로비로 인해 ‘30년 난제’였던 도하부대 이전 사업을 추진했다는 엄청난 의혹과는 별도로 부대 이전 이후, 이 회장이 독산동 개발사업에서 각종 특혜를 얻을 수 있도록 협력을 했다는 합리적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증거 및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난 1998년 5월 국방부가 서울시에 도하부대 용지 10만평 중 공군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육군부지 5만 8300여평의 이전계획을 최초로 발표했다.

이후인 지난 2003년 8월, 독산동 도하부대 철수 문제는 군이 도하단을 해체해 분산 배치하는 획기적 방법을 채택함에 따라 급물살을 탔고, 같은 해 11월 국방부는 금천구청에 구청사 건설에 필요한 토지 일부(1973평)를 우선적으로 내주는 조건으로 해당 징발토지에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도록 요구했다.

그런데 이런 국방부 측의 지구단위계획 요구는 위법적 요소가 강했다. 징발 재산정리에 관한 특별 조치법(징특법) 제20조 2항에 따르면, 징발토지가 군사상 필요가 없어질 경우 국가는 지체 없이 피징발자 또는 그 상속인에게 그 뜻을 통지해야 한다.

본래 국유재산법에 의하면 국유재산은 수의계약이 아닌 일반 공매 즉 ‘공개입찰’로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자에게 매각한다.

그러나 징특법 상 피징발자 등이 매수신청을 할 경우, 국가는 국유재산법에도 불구하고 피징발자 등에게 수의계약에 의해 ‘공시가격이 아닌, 매각 당시의 시가로 매각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한 명분이 없이 지구단위계획을 실시한다면 토지의 용도 변경 및 이에 따른 지가 상승을 유발을 일으켜 ‘매각 전(군부대 철수 이전) 땅값을 올려 향후 비싸게 팔기 위한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당시 국방부는 이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2003년 11월 국방부의 지구단위계획 제안을 받아들여 금천구청과 작성한 ‘육군도하단 토지매매 기본 합의서’에 따르면, 군은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기존의 준공업지역을 상업·업무 및 주거기능 용지로 용도변경을 하게 됐을 때 기존의 공시지가 1556억원(평당 266만원)을 3516억원(평당 600만원)으로 크게 올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군은 여기에서부터 징특법 상 ‘공시가격이 아닌, 매각 당시의 시가로 매각해야 한다’라는 규정을 위반한 셈이었다.

특히 당시 평당 260만원 지가의 군 토지는 세금 징수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오랜 기간 동안 행정관청이 공시지가를 변경하지 않고 방치해둔 가격으로 당시 시가와 굉장한 괴리가 있었다.

이런 사실은 지난 1998년 5월 12일 도하부대 이전 소식을 담은 한겨레 신문의 보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한겨레는 금천구 주변 부동산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철수가 발표된 도하부대 5만 8300평의 징발토지는 주변시세를 감안했을 때 총 4000억원대, ‘평당 7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치가 뛰어있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군은 금천구청과 작성한 지구단위계획 합의서가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군이 독산동 도하부대 토지를 용도변경을 통해 ‘땅장사’에 나섰다는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대체 군은 왜 이런 불법적 요소가 강하고 여론으로부터 질타를 받는 사업을 진행하려 했을까. 군이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하기 1년 전인 2002년 10월, 당시 다대만덕 사건으로 구속돼있던 이영복 회장은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났다.

이 회장은 같은 해 12월, 제이피엔터프라이즈라는 법인을 만들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독산동 2만 9000평 토지의 수의계약권을 이 법인에 이전시켰다.

이후인 2003년 4월, 이영복 회장은 엘시티의 시행사로 알려진 청안건설과 현재 금천 롯데캐슬 골드파크의 시행사로 알려진 제이피홀딩스 PFV의 전신인 제이피홀딩스를 설립했다.

국방부가 눈감아주지 않았다면 시도 못했던 ‘용도변경’

제보자들은 이영복 회장의 국방부에 대한 입김은 그가 부산 엘시티 사업으로 부산 지역에 집중하고 있을 때인 2013년까지도 이어졌다고 말한다.

이는 이영복 회장의 독산동 소유 토지의 용도변경 시도와 앞서 언급한 독산동 국유지 내 포함돼 있었던 3000평의 구거를 통해서 알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미 삼양사 징발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받은 이영복 회장은 지난 2013년 이 토지 중 독산동 산221-3과 468-1 일대 약 2만 7000평에 대해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의 지형고시로 한 단계 높은 토지로 용도변경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지난 2006년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에서 기존 준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던 독산동 산221-3 일대 4만 3710㎡는 국토해양부 지형고시로 인해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 변경됐다. 또 기존 준공업지역에서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한차례 상향 지정된 적이 있는 독산동 468-1 일대 7만 5151㎡도 국토해양부 지형고시로 인해 또 상향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계획안이 제시됐다.

물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했다. 이영복 회장 소유의 토지가 한 단계 높게 변경돼 준공업용도의 토지가 줄어든다면, 서울시 준공업지역 총량비율 규칙을 맞추기 위해 타인 토지의 용도를 하향 변경시킬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당시 이 계획을 담은 국토해양부 지형고시(안)는 심의에서 부결됐다.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들로 구성된 서울중앙부처 도시계획 심의위원들이 이 사실을 파악하고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자 A씨는 해당 심의가 국토해양부 및 민간인들이 아닌, 국방부가 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 설명했다.

이런 눈에 띄는 특혜가 보이는 용도변경 역시 2003년 불법적 요소가 많은 지구단위계획에 개입했던 국방부가 2013년 공군부대 토지에 대해 이영복 회장이 시도한 도시개발사업에 포함시켜 주지 않았고, 눈을 감아주지 않았다면 시도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2006년 한 차례 토지의 용도를 상향시켰던 이영복 회장이 7년 후인 2013년에 비로써 다시 한 차례 토지의 용도를 변경시키려 한 것은, 관련 법규에 따르면 고시된 지구단위계획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5년 내에 변경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토지를 묶어 놓아도 토지의 용도를 한 단계 더 높일 수만 있다면 그에 따른 지가상승이 그야 말로 '대박'될 수 있었다.

제보자들은 이영복 회장이 구거를 소유하게 된 계기에 대해 국방부 측은 반드시 합리적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 이 구거는 ‘징발토지’가 아닌 ‘국유지’였다. 때문에 이곳만큼은 향후 군부대가 철수하더라도 민간인에게 돌려줄 수 있는 부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만약 향후 국유지가 포함된 도하단 부지가 도시개발사업으로 진행된다면, 관련법규에 따라 이영복 회장과 군은 자신들 지분 토지를 내놓고 개발이 완료되면 도로와 공원을 제외한 사업용 토지를 지분에 따라 돌려받게 된다. 이를 환지(還地)라고 한다.

이런 원칙은 국방부가 금천구에 요구한 지구단위계획 사업에도 명시돼 있었고, 군이 이 구거를 끝까지 보유한다면 개발 사업 완료 후 지분으로 보상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땅장사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지구단위계획을 고수해왔던 국방부는 이 구거 3000평의 권리를 지난 2013년 이영복 회장에게 매각한 상태였다.

때문에 이영복 회장은 국유지인 구거 3000평을 절묘하게 토지의 용도변경이 이루러지기 직전인 2012년 8월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2013년 6월 말 토지의 용도가 변경 되자 매매대금 모두를 지급했다. 이어 2016년 11월 소유권을 이전받아 사업승인을 받은 것이었다.

본지가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당시 이영복 회장에게 이 구거에 대해 공매가 아닌 수의계약의 형태로 팔아넘겼다.

그것도 ‘헐값의 매각’이라고 의심할만한 자료 역시 파악했다. 지난 2013년도 해당 구거의 감정평가서를 살펴보면 평당 1800만원이었다. 그런데 이 구거를 포함한 일대의 지난 2007년 매매가는 평당 700만원이었다.

제보자 A씨는 “이영복은 과거 2007년 독산동 441-6번지를 평당 700만원에 수의계약으로 매수하였는데 2012년 독산동 441-6번지 공시지가는 평당 735만원 이었으므로 아무리 많아야 평당 800만원에 매수했을 것”이라며 “최대 평당 800만원의 구거가 1800만원까지 과장된 것이고 평당 1000만원의 차이를 3000평에 대입해보면 300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복 회장이 이 구거의 권리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자 같은 해 8월 금천구의 세부개발계획이 수립돼 독산동 부자의 용도변경이 공식적으로 이뤄졌다.

쉽게 말해 이영복 회장이 구거 문제까지 해결하자 신기하게도 용도가 한 단계 올라 막대하게 상승한 시세차익을 얻으며 토지를 매각, 부동산 사업까지 벌일 수 있었다.

제보자 A씨는 “국방부가 만약 이영복의 독산동 토지개발 사업에 있어서 ‘오래된 일’이라 관련자나 자료를 찾기 힘들고, 자신들과 크게 상관없다고 한다면 엄청난 책임 회피”라며 “이영복은 불과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방부와 함께 독산동 토지의 소유권 매매와 용도변경을 위해 손을 잡은 것이 사실이었고, ‘국유지’인 구거까지 자신의 소유로 만들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었다”라고 주장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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