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증거수집 절차 여부 둘러싸고 특검과 공방

안종범 전 수석 “특검이 가족의 개인적 문제 파헤치겠다며 진술 강요” 주장

안 전 수석 측, 업무수첩 등에 대한 특검의 증거수집 절차 ‘정당했는가’ 의문 제기

특검 “안종범 전 수석 발언, 뇌물 사건과 아무런 관련 없어” 반박

한민철 기자

안종범(58·구속기소)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자신에게 무리한 진술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종범 전 수석은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본인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관련 30차 공판에서 재판부를 향해 “저와 제 가족이 수사부터 시작해 기소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이 진행됐는지에 대해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며 “70일 동안 진행되는 조사 과정에서 크게 두 가지의 특검으로부터 강한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은 우선 삼성의 합병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 그리고 보좌관을 통해 수집된 자신의 업무수첩 39권의 증거 제출에 대한 동의와 관련 진술에 대해 특검이 자신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안종범 전 수석은 삼성 합병의 경우 자신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지도 못했고 국민연금관리공단이나 보건복지부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었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청와대 재직 시절 작성했던 39권의 업무수첩을 특검 측이 사전에 입수해 일주일 동안 면밀히 분석한 뒤, 자신에게 이에 대한 임의제출에 동의할 것 그리고 관련 진술을 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은 “특검은 관련 진술을 강하게 요구했다”라며 “만약에 협조하지 않으면 저와 제 가족의 개인적인 문제 등 모든 것을 파헤치겠다고 이야기했고, 도중에 언론에서도 많이 알려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제 집은 두 번이나 압수수색을 당했고, 제 아내가 박채윤(48·구속기소,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으로부터 가방과 물품을 받았다는 사실을 저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아내를 구속시키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또 안종범 전 수석은 “제가 조사를 받는 동안 아는 사실과 과거 수첩을 봐서 기억 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숨김없이 적극적으로 진술했다”라며 “특히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2차 구속영장 청구 때는 훨씬 조사 강도가 강해졌지만, 없는 일을 사실로 말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론 안 전 수석은 특검 측이 확보한 자신의 업무수첩에 대해 “역사적으로 내 수첩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라며 수첩 제출과 관련 내용 진술 과정에서 책임감을 느끼며 거짓이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단지 안 전 수석 측은 “(수첩이) 정당한 절차에 의해 수집되고 공개되며,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며 특검의 증거수집 절차에 있어 문제가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에 특검 측은 “한 번이라도 삼성 관련된 언급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라며 “특검 전체 명예를 걸고 확인 작업을 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삼성과 관련해서 진술을 요구했다는 안종범 전 수석의 발언은 뇌물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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