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증인’의 증언에 불리해진 장시호… 특검의 입증에 달렸다

영재센터 설립ㆍ운영 및 삼성 후원금 모집 당사자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

영재센터 직원-김동성-이규혁 증언에 잇달아 얻어맞는 장시호

‘최순실 지시로 했다’를 스스로 입증 못하면, 주장에 대한 설득력 얻지 못해

한민철 기자

국정농단 사태의 주역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설립·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의 실소유주를 둘러싸고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가 거센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최씨를 포함해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인물들의 재판이 진행되면서 영재센터를 둘러싼 두 사람의 진실게임이 장씨 측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영재센터의 실질적 설립·운영자와는 무관하게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부분인 ‘공직자를 통해 삼성전자로부터 거액의 대가성 후원을 얻어낸 직접적 당사자’를 장씨로 볼 수밖에 없는 법적 근거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영재센터의 설립·운영 등을 둘러싸고 최순실씨와 장시호씨는 지난달 24일과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서원(최순실) 뇌물수수 혐의’ 관련 두 차례 공판에서 보다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우선 장씨는 지난달 24일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영재센터 설립과 후원금 모집 경위 등에 대한 특검 측의 신문에서 모두 최씨가 주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장씨의 증언과 특검 측 신문 내용에 따르면, 장씨는 2015년 초 최씨로부터 영재센터 설립자금 5000만원을 받아 사단법인 형태의 영재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라는 법인의 명칭도 최씨가 전적으로 정했고, 장씨는 법인 운영 전반에 관한 일을 도맡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최씨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장씨에게 소개시켜줬고, 같은 해 7월 14일 설립등기를 마친 뒤부터 김종 전 차관이 영재센터의 운영에 대해 여러모로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측의 “영재센터를 설립한 후 운영을 한 사람은 피고인(최순실)이 맞는가”라는 질문에 장씨는 “맞다”라고 증언했다. 자신은 단지 최씨의 위임을 받아 그의 지시에 따라 영재센터 관련 운영 업무를 수행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당시 피고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영재센터 지원을 요청하고, 대통령은 피고인의 요청을 수용해 삼성 측에 돈을 요구, 삼성전자는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영재센터에 후원금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특검 측 질문에도 장씨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물론 최순실씨 측의 주장은 이것과는 전혀 상반되고 있다. 최씨는 변호인을 통해 같은 재판에서 자신이 영재센터를 설립하고 운영했다는 장씨 측 주장에 대해 강력하게 반박했다. 지난달 28일 재판에서 최씨는 영재센터의 설립과 운영 모두 장씨와 당시 그와 교제를 하고 있었던 전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 김동성씨가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장시호와 당시 교제했던 김동성이 처음 사업 계획을 이야기했고, 어느 정도 취지에 공감해 체육계 사람인 김종 차관을 소개시켜준 것뿐”이라며 “저는 동계스포츠 쪽은 잘 모르고, 영재센터 설립과 운영 과정도 잘 모른다”고 반박했다.

물론 장시호씨는 24일 재판에서 영재센터에 대해 부정하는 최씨를 향해 “제발 손바닥으로 하늘 좀 그만 가려라”며 큰 소리를 쳤다.

김종과 이메일 공유-기업 후원금 모집 주도 증언에 불리해진 장시호

법조계 일각에서는 영재센터에 대한 장시호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현재 법정 증언과 관계자 진술들을 종합해보면 장씨에게 지극히 불리한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영재센터를 둘러싼 법적 쟁점은 법인의 설립과 운영자가 누구인지보다도 김종이라는 공직자와 밀접히 소통하며 그와 함께 대기업 삼성전자로부터 대가성 후원을 받아낸 당사자가 누구냐는 점이기 때문이다.

우선 영재센터에서 기획ㆍ자금업무 총괄 직원으로 근무하며 삼성전자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영재센터 사업계획서를 장씨와 함께 작성했던 김 모씨의 증언은 장씨 측이 김종 전 차관과 보다 직접적으로 영재센터 운영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밝혀주고 있다.

김씨가 검찰과 특검 측에 진술한 조서 내용에 따르면, 그는 한 물티슈 업체에 근무하고 있던 어느날 장씨와 만나 “광고대행사가 있는데, 네가 예전에 기획일도 하고 했으니 이곳에 다녀보는 게 어떻겠는가”라는 제안을 받았고 장시호씨와 같이 일을 하게 됐다.

김씨가 근무하게 된 그 광고대행사는 영재센터였고, 이후 최씨의 지시로 장씨와 영재센터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는 등의 진술은 장씨와 일치했다.

그런데 김씨는 대부분의 진술에서 김종 전 차관과 영재센터와의 관련성 중 최씨를 언급한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김씨의 진술 내용에 따르면 장시호씨는 김종 전 차관과 ‘dobchong’라는 아이디로 이메일 계정까지 공유하면서 영재센터 운영 전반에 대해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주고받아왔다.

또 김종 전 차관이 영재센터의 후원금 모집 일에도 깊이 관여했고, 삼성전자가 영재센터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사실도 김 전 차관이 “장시호로부터 들어 알고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최씨도 재판에서 “저는 독일을 계속 왔다 갔다 했고, 김종과 장시호가 주로 연락했다”라며 “김종이 장시호와 영재센터에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종 전 차관에게) 후원해 줄 곳을 알아봐 달라고 했더니 삼성가에서 빙상연맹을 맡고 있어 그쪽을 한 번 알아보겠다고 그랬다”라고 말하며 삼성으로부터 영재센터 후원금을 받는 아이디어도 김종 전 차관이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지의 인터뷰에 응해준 법률전문가는 “실제로 최순실이 영재센터를 설립·운영했다고 할지라도 법원이 영재센터 관련 뇌물공여죄에 주목하는 점은 삼성전자를 통해 지원을 받게 한 실질적 당사자가 누구냐는 사실”이라며 “영재센터 사업계획서 작성을 최순실이 지시했고, 김종 차관을 최순실이 소개시켜 줬다는 장시호와 김씨의 증언이 일치한다고 할지라도, 최씨가 ‘단지 조카의 법인 운영에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뿐’이라고 말한다면 증언만으로 혐의를 입증할 방법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순실이 법인 운영과 후원금 모집에 대해 직접적으로 지시했다는 것까지 보여주는 객관적 증거가 없고, 오히려 장시호가 김종 차관과 이메일 계정까지 공유하며 삼성 후원금 모집을 위해 활동한 증언이 잇달고 있으니 영재센터와 관련된 죄를 묻는다면 장시호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장시호의 측근’ 두 사람의 진술은 장씨를 더욱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5일 최순실씨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 재판에서는 영재센터 설립 초기에 관여를 한 인물로 알려진 김동성씨가 특검 진술조서와 장시호와의 대화 내용이 공개됐다.

김동성씨의 진술에 따르면 장씨는 자신에게 “빨리 (영재센터) 정관을 만들어라”고 말했고, 이에 김동성씨는 “왜 그래야 하는가”라고 이유를 되물었다.

이에 장씨가 “네가 하지 않으면, 김종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네 일을 할 것이다. 이것(영재센터) 말고도 그렇게 한 것이 몇 개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를 두고 영재센터가 실질적 법인 설립목적과는 관련이 없이 최순실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회사에 불과했다고 말했지만, 영재센터 운영 관련 지시와 ‘페이퍼컴퍼니’라는 말과 함께 영재센터 이전 단체 설립에 대해 직접적 언급한 당사자는 장시호씨였다.

본지의 인터뷰에 응해준 법률전문가는 “최순실 측이 영재센터 설립과 운영을 자신이 한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는 만큼 법원은 장씨의 말을 전적으로 사실로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런데 영재센터 정관 작성과 김종 차관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 것이라는 말이 모두 장시호로부터 나왔고, 이것이 최순실의 지시에서 비롯됐다는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이상 오히려 실질적 법인 설립목적과는 관련이 없이 영재센터를 사익추구 목적으로 삼았던 이를 장시호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검의 입증에 따라 좌지우지될 장시호의 영재센터 혐의

장씨와 중학교 시절부터 친분을 쌓아왔던 이규혁 전 국가대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도 지난 1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삼성 임원들에 대한 뇌물공여 등 사건 제15차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영재센터 관련 장씨에 불리할 수도 있는 증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이규혁씨는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며 장시호씨가 실제로 영재센터를 설립ㆍ운영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는 장시호씨의 권유로 2015년 3월경 영재센터 전무이사로 근무하던 시기에도 최순실씨의 존재와 장씨가 최씨의 조카라는 사실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최씨가 영재센터를 실질적으로 설립ㆍ운영했다는 것을 장씨를 비롯한 극히 소수만이 알고 있고, 영재센터의 주요 직원이었던 전무이사마저도 최씨의 존재를 몰랐다면 장씨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규혁씨는 지난해 11월 11일 서울중앙지검 제2회 진술조서에서 “장시호가 저에게 기업 후원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8일 재판에서 이규혁씨는 장시호씨로부터 영재센터 운영을 위해 대기업 후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는 부분을 분명히 하면서 자신이 장시호씨에게 “영재센터가 대기업 후원을 받을 필요가 있는가”라고 묻자 “운영에 있어서 구체적으로 사무실을 얻고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 기업 후원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삼성으로부터 지원을 받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장씨가 김종 전 차관이 삼성의 후원을 도와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증인과 참고인들의 진술이 영재센터 설립 및 기업 후원을 주도한 이가 장시호씨라는 답변으로 향하는 만큼 영재센터를 둘러싼 최씨와 장씨의 진실게임에서 장씨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특검 측은 지난 2016년 2월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청와대 3차 독대 자리에서 최순실씨의 지시를 통해 영재센터 2차 후원계약 및 사업계획서가 대통령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전달됐기 때문에 영재센터의 실질적 소유주와 뇌물 관계 당사자는 최씨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검은 영재센터와 청와대 그리고 삼성과의 연결고리에 대한 정황상 증거가 명백하다는 입장이다. 특검 측에 따르면 장시호씨는 2016년 2월 14일 최순실씨의 지시에 따라 새로운 영재센터 사업계획서를 다음 날까지 완성해 무등록 불법택시인 ‘나라시 택시’를 통해 최씨의 집으로 보냈다.

이어 장씨는 최씨로부터 이 사업계획서를 ‘잘 받았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고, 이는 최씨의 운전기사였던 방 모씨를 통해 청와대 이영선 행정관에게 전달, 이후 대통령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넘어가 ‘대가성 지원’으로 의심되는 2차 후원계약까지 이르렀다는 설명이었다.

특검 측은 방씨가 이영선 행정관에게 영재센터 사업계획서를 전달했다는 증거자료로 당시 두 사람의 통화내역을 제시했다. 실제로 해당 자료에는 방씨 그리고 이 행정관의 차명폰으로 보이는 번호는 같은 시간, 같은 기지국에서 통화를 했다는 사실이 나타나 있었다.

물론 삼성 측 변호인들은 특검이 제시한 최순실씨의 운전기사 방씨와 이영선 행정관의 통화내역을 다시 확인해볼 것을 요구하면서 “방씨와 특검에서 이영선 행정관이라고 주장하는 이희성과의 마지막 통화내역이 11시 7분, 신사동 인근이었다”라며 “그런데 이재용 피고인은 이미 11시 8분경에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가 끝나고 청와대를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반박했다.

때문에 만약 11시 7분 방씨를 통해 이영선 행정관이 신사동에서 영재센터 사업계획서를 전달받았다고 할지라도, 종로구에 위치한 청와대에 이를 1분 안으로 전달해 이 부회장이 받아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삼성 측은 독대가 끝난 뒤 이재용 부회장 측이 청와대를 빠져 나온 시간을 입증한 자료도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특검 측은 독대시 대통령이 전달한 영재센터 사업계획서를 특검 조사 때 삼성 측이 먼저 제출했다며 치열한 반박을 이어 나갔다. 만약 특검 측의 주장이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영재센터를 둘러싼 뇌물 등의 혐의는 최씨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특검이 이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영재센터를 둘러싼 혐의는 최순실씨가 아닌 장시호씨를 향해 있을 수밖에 없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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