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윤석열 언급 “경제공동체로 뇌물죄 몰아가”

최순실, ‘최순실 게이트 재수사’ 의식한 듯 “재조사 안 받겠다” 반발

특검 측 “경제공동체 개념은 언론에서 만들어진 것” 주장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특검의 경제공동체 유도 사실은 다수 존재

한민철 기자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와 박영수(65ㆍ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경제공동체’를 둘러싸고 또 다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서원(최순실) 뇌물수수 혐의 제9회 공판’에서 최순실씨는 증인 신문 시간이 끝난 뒤, 발언권을 행사했다.

이날 재판에서 최씨는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윤석열(57·사법연수원 23기) 검사를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다.

최씨는 “저는 지금 재조사를 하라고 하지만, 재조사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지검장은 올해 초 특검에 파견돼, 박영수 특검과 국정농단 수사를 이끌었다. 특히 최근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후 최순실 게이트의 재수사에 대한 가능성이 언론을 통해 강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최씨는 자신과 관련된 인물과 기업 등에 대한 재조사에 강한 반발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동시에 이날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전 전경련 부회장의 미르재단 모금에 대한 증언이 자신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자이자 ‘경제공동체’로 몰고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씨는 “이승철씨가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뇌물죄가 성립되지도 않고, 왜 저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경제공동체로 묶은 것인지 한 번 여쭤보고 싶다”라며 “자유민주주의에서 경제공동체라는 것이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발언을 중간에 제지했다. 그의 발언이 증인 신문내용과는 상관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최씨는 실소를 지으며 “재판장님 저는 그것이 가장 궁금하다”라며 “경제공동체라고 대통령과 저를 묶어서 뇌물죄로 끌고 간다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한 이야기인가. 경제공동체라는 것은 사회주의에서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특검 측은 최씨의 발언에 즉각 이의를 제기했다. 특검은 최씨가 경제공동체라는 말에 대해 오해가 있다고 반박했다.

특검 측 김영철(43ㆍ사법연수원 33기) 특검보는 “특검이 최서원 피고인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동으로 기소한 것은 두 사람이 경제공동체라서 기소한 것이 아니다”라며 “경제공동체라는 용어나 개념은 아마도 언론에서 나오다보니 오해가 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특검보는 “특검이 기소를 한 것은 (뇌물)수수자 두 사람이 각각 기능적 행위 지배와 행위 분담, 즉 뇌물을 요구하고 수수하는 행위를 분담했고 이것이 다른 증거를 통해 확인됐기 때문에 뇌물 공범으로 기소한 것일 뿐”이라며 “경제공동체의 이익 때문에 공범으로 기소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 드린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최씨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자신이 처음에 특검에 갔을 당시 윤석열 지검장이 자신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경제공동체라고 이야기하며 조사를 이어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공동체를 둘러싼 최순실씨와 특검 측의 설전은 지난달 4일 같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도 오고간 바가 있다. 당시 특검 측은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경제적 공동체라는 개념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라며 “그것을 전제로 기소하지 않았고, 경제공동체를 입증할 생각도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같은 날 재판에서 최씨는 “저에게 (특검이) 경제공동체를 인정하라고 했고, 아주 강압적으로 경제공동체를 인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사회생활 못한다고 협박도 했다”라며 “거기에서부터 제가 진술을 거부하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김영철 특검보의 말처럼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제공동체가 아닌, 뇌물 수수 행위의 공범으로 기소된 것이 맞다.

그러나 특검 측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최씨와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대납’과 ‘재산 및 이익공유’의 개념인 사실상의 경제공동체로 이끌고 간 것도 사실이었다.

실제로 같은 날 재판에서 특검 측은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의상비를 대납했다는 증거를 제시했고, 지난 8일 열린 재판의 서증조사 중에서도 최씨의 운전기사인 방 모씨의 진술내용을 토대로 최씨가 과거부터 전부 사비로 구매한 화장품과 대통령이 즐겨 마시던 수입산 모나비 주스 그리고 이촌동 한강쇼핑센터 지하에서 고른 옷가지 등을 이영선이나 윤전추 전 행정관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다른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병원비를 최씨가 대신 내줬다거나,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집으로 서울시 한남동 유엔빌리지를 최순실씨가 알아봤다는 등 특검은 최씨와 박 전 대통령 간의 경제공동체에 관한 증언을 상당수 이끌어 냈었다.

이에 최씨는 특검 측은 여전히 자신과 박 전 대통령 간의 관계를 경제공동체로 몰고 가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두 사람 간 경제공동체 사실이 명확해지면 자신을 둘러싼 뇌물 수수 혐의가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엮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최씨 입장에서 경제공동체는 반드시 벗어나야만 하는 주제임에 틀림없었다.

한편, 최씨는 초창기 공판에는 특검 측 주장에 대해 변호인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재판에서 “의혹제기만 하지 말고, 명확한 증거를 대라”라며 보다 확증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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