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비선 실세' 최순실 씨 면회를 위해 서울 남부구치소를 찾은 딸 정유라 씨가 면회가 무산되자 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검찰, 박근혜ㆍ최순실 겨냥 ‘정유라 입’에 화력 집중

‘자유인’ 정씨 갇혀 있는 최씨의 손발 돼 재판 도울 수도

최순실에 대한 압박 카드로 정유라 구속 추진

구속영장 기각으로 혐의입증 문제 놓고 검찰 말 못할 고민

검찰이 ‘비선 실세’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딸이자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의 공범 정유라(21)씨에게 2일 0시 25분께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최순실 게이트’ 검찰 수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어 향후 검찰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적용된 혐의는 형법상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 총 3가지다. 이에 검찰은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정씨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한 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 혐의 외에 또 다른 혐의를 추가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이화여대 부정 입학 등 학사비리에 대해서는 이미 1심 선고가 이뤄지는 등 마무리 단계여서 정씨의 구속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추가 혐의로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이 더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씨는 2015년 12월과 지난해 1월 강원도 평창 땅과 최 씨 예금을 담보로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에서 38만 5000유로(한화 4억8000여만 원)를 대출받아 독일 주택을 구입하고, 덴마크 도피 생활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돈의 출처에 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정씨의 주장을 반박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당초 덴마크 정부로부터 정씨를 인도받을 때 근거가 된 혐의에 이 내용이 빠져 있는 것도 구속이 쉽지 않은 이유다.

정씨의 아들이 귀국한 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장기간 해외 도피 생활을 해 도주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한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정씨는 특검 수사 단계에서도 ‘아이를 계속 보게 해 준다면 귀국할 용의가 있다’며 조건부 귀국 의사를 밝혔었다.

정씨의 두 돌 된 아들은 지난 7일 오후 3시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정씨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모와 정씨의 마필 관리사도 동행한다. 검찰이 정씨의 도피생활을 함께한 이들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라 전격 귀국 내막

검찰은 정씨에게 이대 부정입학 및 학사 비리 의혹과 관련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정씨는 2015학년도 체육특기자 선발 당시 면접장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가지고 가 면접관에게 보여주는 등 규정을 어기고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출석하지 않고도 학점을 받고, 교수가 대신 과제물을 해주는 등 학사 관리에서도 각종 특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검찰은 정씨가 청담고 재학 당시 공결 처리를 위해 승마협회 명의의 허위 공문을 제출하는 등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정씨에 대한 구속을 위해 증거자료확보에 화력을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확보되는 자료에 따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추가 수사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번 검찰은 정씨와 관련, 기업들이 거액의 뇌물을 최 씨와 박근혜(65) 전 대통령에게 건넸다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확보될 경우 정씨는 직접 수혜자에 해당한다.

다만 정씨가 최씨와 박 전 대통령,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 이어지는 공모관계에 관여한 것으로 보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검찰과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를 입증할 법리를 구성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최씨에 대한 압박 카드로 정씨의 구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정씨가 최씨의 활동이나 접촉한 이들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단순히 최씨 압박이 아닌 증거진술 확보차원에서 수사기법상의 구속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씨는 귀국 후 최씨 소유의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에서 지내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있다.

검찰은 정씨가 하나은행에서 대출한 돈으로 독일의 부동산 구매 자금, 덴마크 생활 자금 등에 사용하면서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2015년 12월 강원도 평창 땅을 담보로 당시 외환은행(현 하나은행)에서 보증신용장을 발급받아 외환은행 독일법인에서 24만 유로, 작년 1월 최씨 소유의 은행 예금을 담보로 14만5천 유로를 각각 빌리는 등 총 38만5000 유로를 대출받았다.

검찰은 최근 최씨의 최측근이었던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하면서 정씨가 2015년에 신고 없이 현금 2만5000 유로를 갖고 독일로 나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씨는 이틀간의 검찰 조사에서 “아는 것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거나 불법행위는 최씨가 기획ㆍ실행한 것이라며 법적 책임을 떠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이미 변호인 등을 통해 최씨 측과 말을 맞춰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씨에게 모든 것을 미룰 경우 검찰 입장에선 결정적 증거확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결국 최씨와 정씨 모두 검찰과의 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정유라 참고인들 입 열까

검찰은 정씨가 국적기에 탑승한 직후인 지난달 31일 오전 4시 8분 체포했고, 검찰청으로 압송해 8시간가량 조사했다. 다음날인 1일에도 오전 10시부터 소환해 밤늦게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정씨 신병을 확보할 경우 검찰은 우선 추가 수사에서 뇌물수수 혐의 적용 여부 등을 캐물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씨에 대해 보강 수사 중인 검찰은 정씨의 전 남편을 소환하는 등 주변인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정씨가 직접적으로 입을 열지 않을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정씨 압박카드를 써보겠는 계산에서다.

지난 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정씨와 사실혼 관계였던 신주평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신씨는 독일에서 최씨 모녀와 함께 생활하던 중 불화를 겪다가 작년 4월 헤어져 혼자 귀국했다.

신씨는 고교 3학년이던 2013년 9월 정씨와 처음 만났고, 아기를 갖게 되면서 2014년 12월부터 동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이날 정씨의 아들과 보모 고모씨와 함께 덴마크에서 귀국한 마필관리사 이모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정씨의 말을 관리했던 이씨는 이날 귀국과 동시에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했으나 아직 검찰은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정씨의 덴마크 도피 생활을 도운 조력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정씨의 덴마크 도피 과정과 자금 관리, 삼성의 승마 지원 과정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은 조만간 보모 고씨 또한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마친 뒤 정씨의 영장 재청구 또는 불구속 기소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마필관리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검찰에 따르면 이날 정씨 아들과 보모 등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이씨는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아울러 검찰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이씨에 대한 간단한 압수수색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보모와 함께 정씨가 덴마크로 도피하고 생활하는 데 도움을 준 조력자 중 하나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정씨의 덴마크 도피 과정과 자금 관리 등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와 관련해 검찰은 독일 등과의 사법 공조를 통해 일부 자금의 흐름과 용처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독일 사법 당국이 최씨의 은닉재산과 자금흐름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제공받았다. 제공 받은 내용에는 현지에서 사용한 돈의 사용처 등 자금흐름과 관련된 일부자료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받은 지원금 78억여원 외에도 은닉재산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규모와 반출 과정을 추적 중이다.



윤지환기자 mailto:musa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