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내 ‘우병우 사단’ 최우선 손봐…‘정윤회 문건’ 등 재수사

새 법무장관ㆍ검찰총장 임명되면 검찰개혁 가속도 붙을 듯

공수처 신설 임박… 수사ㆍ기소권 분리, 영장청구권 분할 등 대변화

검찰 조직을 뿌리째 개조하는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이 추진되고 있어 그 성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타깃은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에게 맞춰지고 있다. 청와대는 검찰 개혁의 명분을 쥐고 몰아치듯 검찰 물갈이 인사를 벌이고 있다. 문 대통령의 돈봉투 감찰 지시와 후속 조치가 시나리오에 있었던 것처럼 신속히 진행 중이다.

노무현정부 시절의 검찰 개혁 시도가 검찰의 집단 반발에 막힌 적 있어 문재인 정부는 ‘충격 요법’을 통해 검찰 머리부터 바꾸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날 인사가 난 고검장·검사장 4명 전원이 사의를 표해 등 실제 인적 쇄신의 기반은 마련됐다.

청와대가 이번에 정리한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렇다.

유상범 지검장은 2014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정윤회 문건’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검찰은 정씨 등의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문건 내용은 허구라고 결론내고 문건 유출자 3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수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재조사를 주문했다.

정수봉 기획관은 형사1부장으로 문건 내용 진위를 수사했었다. 김진모 검사장은 우 전 수석의 대학,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오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정부 때 청와대 민정2비서관으로 근무하며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증거인멸을 도왔다는 의혹으로 조사받기도 했다.

윤갑근 고검장은 지난해 8월 우 전 수석의 개인비위 의혹을 파헤친 특별수사팀 팀장을 맡았다.

그는 “살아 있는 권력이 됐든, 누가 됐든 정도(正道)를 따라갈 것”이라고 했지만 4개월간의 수사에도 우 전 수석을 기소조차 하지 못해 우 전 수석과 사법연수원 동기가 갖는 한계를 드러냈다. 오히려 ‘황제 소환ㆍ팔짱 조사’ 논란은 검찰 조직에 두고두고 부담이 됐다.

정점식 부장은 지난 두 정부에서 검찰 공안부 요직을 두루 거친 ‘공안통’ 검사다. 법무부의 위헌정당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아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심판 사건 변론을 이끌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지난해 11월 국회 대정부 긴급현안질문에서 우병우 사단이라 주장하며 공개한 명단에는 윤 고검장을 비롯해 이날 좌천 조치된 고검장ㆍ검사장 5명이 모두 포함돼있다.

신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임명되면 추가 인사로 새 진용을 짠 뒤 본격적인 검찰 시스템 개혁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인사가 장관과 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단행되는 등 청와대가 주도하는 인적 쇄신에 대한 후유증도 예상된다.

검찰 내부에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상당수가 수긍하고 있어 개혁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수사권 조정이나 영장 청구권 부여 등에 대해서는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대선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검찰개혁 방안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다. 지난해 8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이 공동발의 했으며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공수처 신설은 후보들 모두 공감하고 있어 일단 피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수사ㆍ기소권 분리, 영장청구권 분할 등도 대선 후보들의 주요 검찰 개혁 방안으로 꼽힌다. 검찰은 수사지휘권이 있어 경찰 수사를 중지할 수 있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기소권과 영장 청구권은 검찰 권력의 근간이기도 하다.

윤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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