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원치 않았다’ 엄마 마음 몰라주고… 삼성 지원 털어놓은 정유라

정유라, 검찰 추가 조사에서 최순실의 삼성 승마지원 사실 상세히 진술

법정에서 “우리는 삼성 원치않았다”며 삼성 지원 사실 부정했던 최순실, 결국 벼랑끝

검찰, 범죄수익 은닉 혐의 적용해 정유라 구속영장 재청구 예정

한민철 기자

검찰이 정유라(21)씨에게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로 하면서,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법정 발언이 자충수가 돼버렸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지검장 윤석열)는 최근 정씨를 추가 소환해 조사를 펼친 결과, 정씨로부터 삼성의 독일 승마지원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지난 2일 정씨에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이후 영장 재청구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검찰은 정씨의 전 남편 등을 소환 조사했고, 정씨를 두 차례나 추가로 소환해 매 차례 10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KBS의 지난 15일 보도에 따르면 검찰 측의 이번 추가 조사에서 정씨는 지난 2015년 20억원을 호가하는 명마(名馬) ‘블라디미르’를 타기 위해 승마장이 위치한 올보르로 이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말은 다른 명마인 ‘스타샤’와 함께 삼성이 허위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정씨 측에 사줬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정씨는 검찰 측에 최씨의 ‘말 세탁’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 자신이 삼성 측 지원으로 타게 된 삼성 소유의 말 두 필에 최씨가 차액을 얹어 말 중개상에게 줬고,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최씨가 보태기로 한 차액이 제때 입금되지 않아 짜증을 내기도 했다는 진술까지도 확보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2일 기각된 구속영장에는 없었던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의 현재 국정농단 사태로 박근혜(65·구속기소)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최씨의 법정 발언이 자충수가 돼버렸다. 정씨가 검찰에 실토한 것과는 정반대로 자신과 정씨가 삼성의 지원을 원하지 않았다며 삼성의 승마지원 사실을 끝까지 부정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정씨가 검찰로부터 추가 소환 조사를 받게 된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뇌물수수 등 혐의 17차 공판에서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끝나기 전 피고인 발언권을 얻고, 특검 측에 의혹제기를 하지 말고 증거를 내놓으라며 자신이 현재 특검 측의 일방적 주장으로 감당하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이어 최씨는 “특검 자꾸 유연이(정유라씨의 개명 전 이름)와 삼성을 연결하려고 하지만, 저희는 삼성을 원래 원하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씨는 같은 시각 법원 옆에 위치한 검찰에서 최씨의 말 세탁 부분과 함께 자신에게 삼성의 승마지원에 대해 입단속을 철저히 하며 범행을 은폐하려 했던 사실까지도 털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재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다른 재판이 반환점을 돌면서, 재판에 참석했던 증인들의 증언과 특검이 확보한 다수의 증거들 토대로 최씨 모녀가 삼성 측으로부터 승마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하나 둘 확인돼 가고 있다는 점에서 최씨의 법정 발언은 결국 자충수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검찰 측은 최씨의 측근인 안 모씨가 정씨에게 수차례 해외 도피자금을 보낸 정황도 파악하고, 조만간 안씨를 불러 정씨 도피자금의 출처 및 해외 은닉재산에 관해 집중 조사를 벌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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