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인사농단’ 의혹 궁지 몰린 김종, 우병우도 불리해지나

김종, 문체부 살생부 작성ㆍ비(非) 김종 라인 찍어내리기 부정

이영훈 판사 “왜 최순실 의심하지 않았나”… 합리적 의심에 김종, 묵묵부답

‘1차관 경질→문체부 살생부’로 이어지는 의혹 고리 실체에 한발짝, 禹도 궁지에?

한민철 기자

최순실(61ㆍ구속기소)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김종(56ㆍ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우병우(50ㆍ불구속기소)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재판부로부터 혼이 났다. 김 전 차관이 개입된 것으로 알려진 문체부 내 ‘인사농단’과 관련된 그의 입장에 대해 재판부가 ‘논리적 호통’으로 맞서며 그의 주장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을 밝혀줬다. 결국 문체부 살생부와 1차관 경질 등 아직 의혹으로만 남아있는 문체부 인사농단 사건의 입증에 보다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전망이다. 동시에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수석도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일 전망이다.

현재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최순실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8)씨와 공모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각종 이권을 몰아주는 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또 김 전 차관은 최씨의 부탁으로 ‘종합형 스포츠클럽 전면 개편방안’과 ‘광역거점 K스포츠클럽 선정 및 운영방안’ 등 문체부 내 비공개 문건을 빼돌려 최씨에게 제공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도 포함돼 있다.

물론 김종 전 차관은 자신에게 주어진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심지어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의혹도 남아 있는 상태다.

그 의혹 중 하나가 바로 ‘문체부 인사농단’이다. 이는 김 전 차관이 문체부 살생부 작성 그리고 박민권 전 문체부 1차관의 경질에 개입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어왔고, 검찰 측은 이 의혹의 연결고리가 ‘최순실→김종→우병우’로 이어져 김종 전 차관이 중심에 서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문체부 살생부는 지난해 중순경 문체부 국과장 6명의 좌천성 인사조치와 관련돼 있고, 김종 전 차관과 그의 문체부 내 측근들이 발단이 돼 청와대에서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6명의 문체부 국과장들에 관한 인사조치는 공통적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문체부에 직ㆍ간접적으로 지시해 진행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종덕(60ㆍ구속기소) 전 문체부 장관도 이들에 대한 인사조치를 지시한 민정수석실이 그 사유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고, 우병우 전 수석으로부터 “위에 다 보고돼 (변경이) 곤란하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법정 증언한 바 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문체부 내 ‘비(非) 김종 라인’이자 김 전 차관과 대립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박민권 전 차관과 동향 또는 동문 인사들이었다.

나중에 검찰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이지만, 김종 라인 인사들로부터 이들에 대한 부정적 세평자료가 마련돼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흘러들어갔고 이것이 ‘살생부 리스트’로 만들어지며 좌천성 인사조치를 부추겼다는 의혹이다.

문체부 살생부에 오른 인물 중 한 명인 박 모 전 문체부 체육국장은 지난 10일 우병우 전 수석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종 전 차관의 대학 후배이자 문체부 내에서 ‘김종의 오른팔’로 불렸던 윤 모 과장이 살생부 리스트에 살을 붙여 김종 전 차관에 넘겼고, 이후 민정수석실에서 살생부 리스트 인물 그대로 인사조치를 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박 전 국장은 “김종 본인이 문체부를 장악하기 위해 말 잘 듣는 사람 중심으로 본부가 구성되길 바랐을 것 같다”라며 “그것을 피고인(우병우) 측이 지원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증언했다.

또 박민권 전 차관의 경질의 경우 평소 그가 재단 설립과 관련 최씨의 사업에 걸림돌로 여겨져 왔고, 이에 최씨가 김종 전 차관처럼 문체부 내 자신에게 유리한 인사들을 포진시키기 위해 청와대를 통해 박 전 차관의 경질에 압력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김 전 차관과 장시호씨 등의 검찰 진술 및 법정증언 내용에 따르면, 평소 최씨가 두 사람에게 박민권 전 차관의 교체에 대해 자주 언급했고 김종 전 차관에게 그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봐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김 전 차관은 윤 모 과장과 국정원 연락관 등을 통해 박 전 차관의 문제점을 듣고, 이를 최씨에게 수시로 전달했다. 이어 지난해 2월 27일 관련 사항을 메모로 정리해 장씨에게 해당 서류를 건넸고, 장씨는 이를 윤전추(38)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실제로 다음날인 2월 28일 박민권 차관의 경질과 함께 정관주(53ㆍ구속기소) 전 차관의 임명이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이에 대해 김 전 차관은 특검 조사에서 “저는 최순실이 메모를 청와대에 전달해 박민권 차관을 경질할 목적으로 저에게 관련 자료를 달라고 했던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앞서 언급한대로 문체부 인사농단 관련 의혹은 검찰의 압수수색 및 특검 조사 과정에서 문체부 살생부가 실재했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확보되는 등 기본적 실체만 드러났을 뿐 아직 결정적 무언가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이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김종 전 차관은 자신이 살생부 작성과 박민권 전 차관의 경질에 개입했다는 부분을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에서의 위증 등 혐의에 관한 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마찬가지로 자신이 해당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윤 모 과장이 살생부를 만들어 민정수석실에 전달했다는 의혹은 좌천된 6명의 국과장들의 생각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차관은 “(윤 과장이) 문체부 내 행시(행정고시) 기수 중에서 한참 뒤로, 40기가 30기 초반 국장급을 찍어내는 일은 있을 수 없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증언했다.

또 박민권 전 차관의 경질에 대해서도 자신이 박 전 차관과 문체부 내 대립하는 분위기로 최씨를 통해 그를 경질하는데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 등에 대해 전부 부정했다. 문체부 내 인사권은 장관이 가지고 있을 뿐 자신은 인사권을 가질 힘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이날 재판은 검찰 측이 김 전 차관과 우 전 수석의 연결고리 그리고 그의 문체부 인사농단의 개입 여부에 대해 제대로 입증해내지 못한 채 마무리돼 갔다.

재판장 이영훈 판사는 그냥 넘어갈 마음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이영훈 판사는 문체부 인사농단 의혹과 관련된 김 전 차관의 검찰 진술과 이날 증언 내용 중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을 강하게 신문해 나갔다.

우선 이 판사는 김 전 차관이 왜 모든 과정과 결과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문체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최씨가 1차관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봐 줄 것을 요구했고, 그 후 실제로 1차관이 교체된 점 그리고 경질된 1차관과 동향 또는 동문인 문체부 국과장들이 석연치 않은 인사조치를 받은 것에 대해 전혀 의심을 하지 않고 사실상 방관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냐는 지적이었다.

이영훈 판사는 “모든 지시가 조금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의심을 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국과장 6명의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의 메모를 최순실에게 전달해서 그것을 1차관을 경질하는데 쓰겠다고 하는 생각 자체가 이미 제정신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윤 과장의 이야기 그리고 이름이 누군지도 모르는 국정원 연락관에게 수소문해서 들은 것만을 가지고 차관까지 경질시키겠다는 자료로 쓰겠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차관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한 채 재판정 내는 침묵이 흘렀다. 김 전 차관은 최씨가 박민권 전 차관의 문제점을 알아봐달라고 했던 이유가 그를 경질시키려는 목적이었다는 이야기는 자신의 단순한 생각이고 나중에 깨달았을 뿐이라고 조심스럽게 증언을 이어나갔다. 특히 그는 최씨가 자신에게 박 전 차관의 문제를 알아봐달라고 했던 시기에는 그를 경질시킬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이영훈 판사는 “최순실이 자기가 박민권 차관이 마음에 안 들었고, 자신이 하는 일에 걸리적거려 결국 경질시킨 것은 맞지 않는가”라며 “증인(김종) 말고 다른 사람들이 증언에 나와 박민권 차관이 경질된 이유에 대해 모두 증인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며 김 전 차관의 해명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취지로 질문을 이어갔다.

이어 이 판사는 “어떻게 차관을 날리는 데 대통령과 사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이 문제점을 파악해 그것은 차관을 경질하는데 쓰겠다고 말하고, 증인도 그것을 알았다고 말하는 것인가”라며 “최순실이 공무원도 아니고 장관도 아니고 비서실장도 아니고 민간인에 불과한데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있다고 해서 차관 경질시킨다고 자료를 모아달라고 하고, 증인은 거기에 대해 별 의심도 안 하고 나는 그때 별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했다는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 웃긴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에 김종 전 차관은 나지막이 “제가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답했다. 특히 김종 전 차관은 최씨에게 박민권 전 차관의 문제점을 정리한 메모를 전달하면서 해당 메모에 당시 향후 문체부 살생부에 올라올 예정이었던 국과장 일부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함께 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전 차관은 “글쎄 지금 그것을 제가 뭐라고 말씀 드리기 그렇고, 그 당시 제가 (박민권 전 차관의) 특이사항으로 적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자신이 문체부 살생부에까지 개입하지 않았고,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날 재판에서 김종 전 차관은 재판부의 지극히 상식적이며 논리적 내용을 담은 ‘호통’에 자신이 그동안 틀을 만들어 놓은 입장이 무너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가 아무것도 몰랐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방관자이자 아무런 의심과 대처도 없이 사태를 키운 장본인 중 한 명이라는 꼬리표를 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다. 동시에 김 전 차관이 궁지에 몰리며 사실상 그와 같이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없다’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우병우 전 수석의 대응논리 역시 재판부로부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로 남게 됐다.

한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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