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내홍 끝에 만연해진 전횡 파벌 등 ‘적폐청산’ 촉구

국내 최대 안보단체 재향군인회(향군)가 마침내 차기 회장을 뽑는 선거를 치르게 돼 주목을 끈다. 아울러 이번 선거로 신임 회장이 향군회의 정상화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조남풍 전 회장의 비리로 내홍을 겪어온 지 약 2년 만에 치르게 되는 선거다. 그동안은 후보자들이 검찰고발로 인한 조사를 받는 등 선거가 여러 이유로 계속 미뤄져왔다.

향군 측에 따르면 입후보자는 가나다 순으로 김진호(75) 전 합참의장(예비역 육군대장ㆍ학군2기), 민경자(65) 전 육군본부 여군담당관(예비역 육군대령ㆍ여군24기), 신상태(65) 전 향군 서울시회장(예비역 육군대위ㆍ3사6기), 이선민(71) 전 향군 사무총장(예비역 육군중장ㆍ학군6기), 이진삼(80) 전 육군참모총장(예비역 육군대장ㆍ육사15기), 장경순(94) 전 국회부의장(예비역 육군중장ㆍ육사6기), 최승우(76) 전 예산군수(예비역 육군소장ㆍ육사21기), 하형규(66) 예비역 육군대령(육사30기) 등 8명이다.

김진호 전 의장, 신상태 전 서울시회장, 이선민 전 사무총장, 이진삼 전 육군총장 등 4명은 2015년 4월 제35대 회장선거에도 출마했다. 특히 민경자 전 여군담당관은 향군 여성회장을 지낸 인사로, 1952년 향군 출범 이후 여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회장선거에 도전장을 내 주목을 끌고 있다.

향군회 내부 소식에 밝은 한 인사에 따르면 향군회장 차기 후보로는 예비역 육군대장인 김진호, 합참의장 출신인 이진삼, 서울향군회장인 신상태 등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조 전 회장 비리 의혹 사건이 터진 직후인 2015년 6월 향군 내부에 그동안 없었던 노조가 결성돼 집단 반발하는 등 내분이 끊이지 않고 있다. 향군회는 지금까지 선거를 조속히 시행하려 했으나 날짜를 잡으려 할 때마다 부정선거 논란, 후보 자격 논란 등이 불거져왔다. 하지만 박 전 보훈처장의 미온적인 대처로 선거가 2년 동안 지연돼 왔다.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향군회 조직의 고질적 문제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며 보훈처와 향군회 내부의 일부 인사들을 비판하고 있다.

또 선거와 관련해 향군회 주변에서는 “선거를 위해 내부특정 파벌과 손잡았다”거나 “특정후보가 모 유력후보를 겨냥해 악의적 네거티브를 생산하고 있다” 등등 여러 루머가 돌고 있다. 이처럼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온갖 카더라식 소문이 향군회 안팎에 돌고 있어 회장후보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검찰 수사도 향군회 정상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향군회의 보궐 선거가 끝나더라도 향군회의 추가 비리 조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군회는 이를 지혜롭게 극복할 차기 회장 선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향군 간부들의 산하기업체, 하청업체 관련한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향군 정상화 모임 안팎에선 “조남풍 전 회장이 추진했던 향군 자산매각사업 등을 살펴보면 문제가 많다. 이런 사업들을 전면 중단하고 조직의 기본적인 운영자금을 제외한 모든 자금 집행도 동결해야 한다”며 ‘조남풍 사조직’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향군 정상화추진위원회를 주도하는 이상기 향군 이사는 회장 직무대행과 선거관리위원장 등이 특정 후보와 결탁했다며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들과 관련해 정치권 등 일부에서 특정 후보와 관련된 소문이 보훈처와 향군회 내부에 조심스럽게 돌기도 했다. 이처럼 신파와 구파간의 내부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향군회 선거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향후 향군회장 선거에 정ㆍ관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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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7월 27일 향군회장 후보자들이 공명선거 결의하는 모습. 왼쪽부터 하형규ㆍ신상태ㆍ민경자ㆍ이진삼 후보, 이철우 선거관리위원장, 장경순ㆍ김진호ㆍ최승우ㆍ이선민 후보. (향군 제공=연합뉴스)



윤지환기자 musasi